롯데그룹의 심장부는 어디일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시대를 만들어가는 YB들은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꼽는다. 창업주인 고 신격호 명예회장과 동고동락했던 OB들은 소공동 롯데타운을 회상한다. 롯데그룹은 2017년 롯데월드타워를 개장하며 소공동 시대를 마무리하고 잠실 시대를 열었다.
롯데월드타워는 랜드마크로도 손색이 없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초고층 빌딩이다. 지상 123층까지 높이는 555m다. 세계에서는 다섯 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롯데월드타워와 복합 쇼핑몰인 롯데월드몰은 신 명예회장의 집념 덕분에 문을 열 수 있었다. 허허벌판이던 잠실 일대에 초고층 빌딩, 복합 쇼핑몰을 세우겠다는 야심은 숱한 반대에 부딪쳤다. 1987년 부지 매입부터 2017년 타워동 완공까지 걸린 30년 세월이 이를 대변한다.
롯데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들에게 롯데월드타워&몰이 단순한 랜드마크로만 보이지 않을 게다. 그룹이 어려운 시기마다 진가를 발휘했다. 롯데월드타워&몰 운영(분양)을 담당하는 계열사 롯데물산은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해결사였다.
그룹 대소사 때마다 롯데물산이 움직였다. 롯데케미칼(롯데자산개발 지분 매입 675억원), 호텔롯데(CORALIS 지분 매입 975억원) 등에서 자산을 사들여 유동성 활로를 열어 주고, 지난달에는 롯데건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진화(1500억원 대여)에도 동참했다.
'회수 불가'. 롯데월드타워를 짓는 동안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냐는 질문에 신 명예회장이 내놓은 답변이다. 복합개발 아이디어를 낸 신 명예회장조차도 이윤 창출 시점을 섣불리 짐작할 수 없었다. 롯데월드타워만 사업비가 약 3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롯데물산이 가장 많은 투자비(토지가 제외 약 1조9000억원)를 책임졌다. 자체 수익 기반이 없어서 대부분 차입에 의존했다. 롯데홀딩스에서 차입(100억엔)을 일으키고 회사채를 찍어 공사비를 댔다. 롯데쇼핑과 호텔롯데도 투자비를 분담했다.
롯데월드타워&몰 개장 이후 수익은 허튼 곳으로 새지 않고 롯데물산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롯데물산은 보유 현금, 안정적인 임대 수익, 보유 자산 담보 여력 3박자를 갖춘 알짜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연결 기준 매출은 3984억원, 당기순이익은 805억원 수준이다.
매출 기반은 그룹 계열사다. 롯데쇼핑의 백화점·할인점과 롯데컬쳐웍스의 시네마, 호텔롯데의 호텔·면세점 등이 롯데월드타워&몰에 입점해있다. 롯데월드타워 오피스는 롯데지주, 롯데케미칼 등이 임차(2021년 1분기 면적 기준 55%(9만6458㎡))하고 있다.
롯데물산은 이제 그룹 자금줄이자 버팀목으로 성장했다. 신 명예회장이 먼 훗날로만 생각했던 롯데월드타워&몰의 가치를 오늘날 롯데그룹 CFO들은 알아차리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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