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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인사 코드

카카오 재무총괄임원 '우여곡절 변천사'

③CIO 역할 확대 맞물려 직책 변동, '투자 유치→예산 수립' 업무 축소

박동우 기자  2023-01-30 18:15:18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카카오에서 재무를 총괄하는 임원은 지금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C레벨'인 최고재무책임자(CFO) 직함이 사라졌다가 부활하고, 다시 없어졌다. 인수·합병(M&A)을 토대로 카카오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최고투자책임자(CIO)의 역할이 부상한 흐름과 맞물렸다. 창업 초기만 하더라도 외부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 주력했던 재무 총괄 임원의 업무 범위는 '사내 예산 수립'과 '회계 관리'로 축소됐다.

카카오의 태동부터 함께했던 송지호 부사장은 2010년대 초반에 'CFO'라는 직책을 달고 활동했다. 투자금 조달에 업무의 방점을 찍었다. 성장 초기 국면에서 자체적으로 현금을 창출하기 어려웠던 만큼, 외부에서 실탄을 얻는 데 사활을 걸었다.

송 부사장이 동분서주하며 투자자들을 모집한 덕분에 1000억원이 웃도는 자금을 유치했다. 2011년에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206억원을 확보했다. 당시 △매버릭캐피탈 △한국투자파트너스 △DCM △사이버에이전트 등의 국내외 기관들이 참여했다. 2012년에는 중국 게임 개발사 텐센트와 국내 게임 계열사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가 가세하면서 920억원을 조달했다.


2014년에 온라인 포털 운영 업체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하면서 카카오는 증시에 입성했다. 주주를 대상으로 회사의 방향과 경영 성과를 알릴 필요성이 제기됐다. 회사의 자금 사정과 사업 내용을 두루 파악하는 CFO가 투자자 관계 관리(IR) 업무까지 맡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최세훈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대표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카카오 CFO를 지냈다. 2000년대 라이코스코리아와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재무를 총괄한 경력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특히 2014년 다음카카오 출범 직후 공동대표를 1년간 맡아 통합법인의 안정적 운영 토대를 다지는 데 기여했다.

최 대표는 CFO 재임 중 분기 실적 설명회마다 발표자로 등판했다. 그는 매스컴에 자주 나오는 등 대외 소통에 능통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2015년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을 당시 IR에서 "모두들 카카오택시로 출근하셨나요?"라는 인삿말을 던지며 실적발표회 분위기를 부드럽게 형성했다는 일화가 회자된다.

2017년 이후 한동안 카카오의 CFO 직책은 자취를 감췄다. 사내 자금 관리를 총괄하던 재무기획실장이 존재했으나, C레벨 직책을 부여하지 않은 대목이 방증한다. CFO가 수행하던 IR 업무도 투자전략실장에게 넘어갔다.

이는 사내 투자 컨트롤타워 역할이 한층 커진 영향과 맞물렸다. 2018년에 카카오는 빅딜팀을 투자전략실로 확대 개편했다. 인수·합병(M&A)이나 지분 투자로 카카오 기업집단 외연을 넓히는 경영 기조가 확고하게 자리 잡으면서 재무 영역이 투자 라인으로 종속되는 상황을 겪었다.

빅딜팀은 2016년에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운영사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를 계기로 출범한 조직으로, 카카오뱅크·카카오모빌리티 등 주요 계열사의 자금 유치까지 돕는 등 폭넓은 행보를 보여줬다.

재무기획실은 투자전략실을 측면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했다. 투자전략실이 M&A 로드맵을 수립하면, 재무기획실은 밑그림에 맞춰 소요 예산을 짜고 필요 자금 조달 방안을 설계하는 식으로 업무를 수행했다.


CFO 직책을 재도입한 시점은 2021년이다. 사세 확장과 조직 업무의 책임성 강화를 염두에 둔 조치였다. 당시 이성호 재무기획실장이 C레벨 직함을 달았다. 하지만 최고책임자(CXO) 중심의 전통적 운영 방식은 임직원의 성과 촉진 관점에서 미흡하다는 비판이 내부에서 제기됐다.

카카오는 2022년에 개편을 단행해 사내 조직을 그룹 단위로 전환했다. 재무기획실은 재무그룹으로 변화를 맞았다. 일시적으로 부활했던 CFO 직책은 C레벨 폐지와 맞물려 사라졌다.

현재는 재무그룹장(김기홍 부사장)이 기업의 통상적인 CFO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업무 범위는 사내 예산 배정과 자금 유출입 관리 등으로 제한적이다. 투자 타깃 물색과 IR은 계열사 전체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인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 산하 배재현 투자거버넌스총괄 수석부사장이 담당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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