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는 좀 자만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며칠 전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를 만나 지난해 쌍용C&E 부진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안타까움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2021년까지만 해도 시멘트 본업과 순환자원 신사업, 주주환원정책 등 모든 방면을 통틀어 동종업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해는 ‘벌여놓은 일은 많은데 되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쌍용C&E의 대표적인 패착이 시멘트 가격 인상 시기를 놓친 것이다. 지난해 4월에 이어 11월 시멘트 가격을 약 15%씩 인상했지만 유연탄 가격 상승을 판가에 제때 전가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판가 인상으로 매출액 자체는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연결)이 2021년 15.0%에서 지난해 3분기 누적 6.6%로 하락했다. 영업현금활동흐름(NCF)은 798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연간으로 2021년 3499억원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의 김두만 부사장(재무부문 총괄)이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야 할 때다. 김 부사장이 직면한 재무 위기는 ‘설상가상’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현금흐름이 악화된 가운데 보유현금은 지난해 3분기말 81억원으로 사실상 바닥이 났다. 부족한 곳간을 단기차입금 중심 차입으로 일단 채우면서 부채비율이 140.0%로 급등했다. 아직 재무건전성을 해할 수준은 아니지만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올해 예정된 자본적지출(Capex) 이벤트를 보면 김 부사장에게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2단계 생산혁신공사에 지난해 3분기말까지 1258억원이 집행됐지만 목표 완료 시기인 올해 하반기까지 640억원이 추가 투자돼야 한다. 2030년 탈석탄(유연탄 사용비율 0%)에 도전하는 쌍용C&E로서는 순환연료 이용을 늘리는 생산혁신공사는 필수다. 1700억원 이상으로 책정된 강원도 영월군 폐기물 매립장 건설사업도 대기 중이다. 아직 인허가를 받지는 못했지만 환경자원사업부문 포트폴리오 완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완수해야 할 과제다.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의 ‘니즈’도 맞춰야 한다. 한앤코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매년 2200억원 정도를 배당하고 있는데 지난해 영업부진에도 3분기까지 배당규모를 유지했다. 자본잉여금에서 이익잉여금으로 전환된 자본준비금을 배당재원으로 이용한다고는 하지만 순이익이 받쳐주지 못하면 결국 자본총계가 감소해 부채비율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
김 부사장이 시멘트 업계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점에 기대를 걸 만하다. 김 부사장은 40년 가까운 근속의 원클럽맨으로 한앤코의 쌍용C&E 인수 직후 중용돼 재무건전성 개선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전기요금 부담의 악재가 겹친 가운데 차입 부담을 최소화할 조달 전략과 이를 상쇄할 현금흐름 개선 전략이 최우선 과제로 부각될 전망이다. ‘베테랑’ 김 부사장의 위기관리 능력이 빛나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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