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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쌍용C&E

고배당의 역설…재무건전성 악화 ‘부채질’

③한앤코 투자금 회수에 고배당 유지…순익 감소 겹치며 자본총계 위축

이민호 기자  2023-01-13 15:45:19
쌍용C&E는 주주친화적인 배당정책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최근 수년간 순이익을 웃도는 배당금을 지급했으며 배당주기를 분기로 좁혀 주주에게 예측가능한 현금흐름을 만들어줬다. 여기에는 배당을 투자금 회수의 한 가지 방법으로 이용하려는 최대주주 한앤컴퍼니의 전략이 깔려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고배당 기조는 재무건전성 악화를 부채질하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연료가격 상승 등으로 순이익이 급감하는데도 배당규모를 유지하면서 자본총계가 쪼그라들었다. 반면 순환자원 처리 계열사 인수 및 설립과 생산혁신공사로 차입을 늘리면서 부채비율이 단기간 급등했다.

◇최대주주 ‘돈줄’ 고배당…주주친화정책 시장서도 고평가

쌍용C&E는 주주친화적인 배당정책으로 기관 및 개인 투자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쌍용C&E가 배당을 시작한 것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최대주주(지분율 77.68%)에 오른 2016년부터인데 2017년 2분기부터는 분기배당도 꾸준히 지급하고 있다. 2018년부터는 연결 기준 연간 배당성향이 100%를 웃돌고 있다. 연간으로 벌어들이는 순이익보다 지급되는 배당금이 더 많다는 의미다.


쌍용C&E 배당기법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이 2020년 결산배당 때다. 이익잉여금으로 전환된 자본준비금을 배당재원으로 활용하며 해당 자본준비금이 소진될 때까지 이익잉여금에 앞서 지급할 계획을 밝혔다. 자본준비금으로 지급된 배당은 배당소득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 이유로 주주들이 크게 반겼지만 쌍용C&E로서도 이 기간 벌어들인 이익을 배당에 따른 유출없이 잉여금으로 쌓을 수 있어 유리했다.

이는 2019년부터 연간 배당총액이 2000억원 이상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최근 수년간 배당총액은 △2017년 1056억원 △2018년 1870억원 △2019년 2123억원 △2020년 2217억원 △2021년 2210억원이었다. 주주친화적인 배당정책은 쌍용C&E 주가가 동종업체 대비 고평가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이번달 13일 기준 쌍용C&E 주가수익비율(PER)은 42.2배에 이른다. 삼표시멘트(12.7배), 한일시멘트(11.2배), 아세아시멘트(5.6배) 등과 비교해 크게 높다.

적극적인 배당정책의 이면에는 한앤컴퍼니의 투자금 회수 의도가 깔려있다. 배당은 최대주주로서는 일종의 현금흐름을 일으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대표적인 투자금 회수 방법으로 꼽힌다. 특히 한앤컴퍼니가 쌍용C&E 인수 이후 또 다른 투자금 회수 방법인 리캡(Recapitalization·자본재조정)을 세 차례 실시하면서 인수금융(한도대출 포함) 규모가 최초 7800억원에서 마지막으로 리캡을 실시한 2020년 4월 1조6000억원까지 늘어난 상태다. 인수금융이 늘어나면 이자비용도 늘어나 배당을 확대하는 유인이 된다.

◇순익 감소에도 배당규모 유지…자본총계 감소에 건전성 ‘빨간불’

영업성과가 우수해 배당가능이익이 지속적으로 쌓인다면 높은 배당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 문제는 2021년부터 대규모 지분투자와 설비투자가 이어지는데다 영업성과도 부진한 상황에서는 배당이 재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쌍용C&E는 2021년부터 환경자원사업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순환자원 처리 계열사를 인수 및 설립하고 소성로(kiln) 효율을 개선하는 생산혁신공사를 잇따라 진행하면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왔다.


쌍용C&E가 순환자원 관련 계열사 그린에코사이클 및 삼호환경기술 인수와 그린에코넥서스 및 그린에코로직스 설립을 위해 환경자원사업부문 중간지주사 역할의 그린에코솔루션에 자본금과 유상증자로 투입한 자금만 950억원이다. 여기에 2021년까지 1단계 생산혁신공사를 완료하면서 1041억원의 자금이 투입됐으며 지난해부터는 2단계 생산혁신공사로 1898억원의 자금이 배정된 상태다. 이 중 지난해 3분기까지 1258억원이 집행됐으며 목표 완료 시기인 올해 하반기까지 640억원이 추가 투자돼야 한다.

쌍용C&E는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 44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2021년에 같은 기간 1641억원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크게 부진한 것이다. 그럼에도 예년과 동일한 배당을 지급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배당금은 1658억원으로 배당성향은 376.8%까지 치솟았다. 2020년 배당성향은 160.4%, 2021년은 118.8%였다.

쌍용C&E의 경우 이익잉여금으로 전환된 자본준비금을 배당재원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배당여력이 순이익과 반드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쌍용C&E가 자본잉여금에서 이익잉여금으로 이입한 자본준비금은 2020년 7232억원, 2021년 4600억원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말 자본잉여금은 260억원으로 크게 축소된 반면 이익잉여금은 1조5389억원으로 그만큼 불어났다. 배당은 이익잉여금에서 나가기 때문에 예년과 같은 연간 2200억원의 배당규모 유지를 위한 재원 확보 자체에는 무리가 없다.

그럼에도 재무건전성에는 여전히 악영향이다. 배당규모를 고수하는 가운데 지난해 순이익 유입액이 배당 유출액에 미치지 못해 자본총계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반면 환경자원사업부문 투자로 총차입금을 늘리면서 부채총계는 증가해 결과적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 2020년말 96.9%로 우수했던 부채비율은 2021년말 115.3%로, 지난해 3분기말에는 140.0%로 급격히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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