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체 쌍용씨앤이(C&E)가 크레딧 리스크 속에서도 공모채 발행에 나섰다. 지난해 공모채 발행 과정에서 미매각이 발생했던 쌍용C&E는 올해 초 자기주식 매입에 따른 재무부담이 확대되면서 ‘부정적’ 아웃룩까지 붙은 상태다. 사실상 공모시장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올해 상환 압력이 거센 탓에 공모조달을 강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 미매각 이후 14개월 만의 공모채 시장 복귀…여전한 크레딧 리스크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쌍용C&E는 오는 12일 수요예측을 거쳐 총 10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다. 트랜치(tranche)는 2년물 600억원, 3년물 400억원으로 구성됐다. 공모 희망금리밴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주관업무는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공동으로 맡았다. 현재 쌍용C&E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0(부정적)이다.
쌍용C&E가 공모채 시장을 찾은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14개월만이다. 당시 쌍용C&E는 1000억원 규모 모집에 나섰지만 매수주문은 570억원에 그쳐 모집액을 채우지 못했다. 430억원 규모 미매각 물량은 KB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투자증권 등 주관사단이 나눠서 인수했다. 투심이 돌아선 것을 확인한 쌍용C&E는 이후 공모시장에 나서지 못하고 세 차례에 걸쳐 사모채를 발행한 바 있다.
지난해 쌍용C&E가 채권시장에서 외면을 받은 것은 모회사 한앤컴퍼니로 향하는 배당 부담이 과중해 재무안정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한국신용평가는 “쌍용C&E는 2018년부터 매년 2000억원 안팎의 배당금을 지급했는데, 이는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50%에 달한다” 며 “현금창출력 대비 다소 과중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올해는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모회사 한앤컴퍼니는 쌍용C&E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지난 2월 잔여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는데, 약 7000억원 규모의 공개매수대금 중 쌍용C&E가 3350억원가량을 짊어졌다.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은 “자기주식 매입 등에 따른 재무부담 확대가 예상된다”며 쌍용C&E의 아웃룩을 일제히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 연내 만기도래 2250억, 현금성 자산 1800억…외부 차입 불가피 크레딧 리스크가 불거진 와중에도 쌍용C&E가 공모채 발행을 강행한 배경에는 올해 연이어 돌아오는 상환 일정이 있다. 이달 300억원 규모 공모채 만기를 앞둔 데 이어 오는 9월 공모채·사모채 만기 1550억원, 10월 400억원 등 총 2250억원 규모의 만기가 연내 예정돼 있다. 그러나 올 1분기 말 기준 쌍용C&E의 현금성 자산은 연결기준 1800억원 수준으로, 만기도래 금액에 미치지 못한다.
시장의 투심이 비우호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리 밴드 상단도 큰 폭 높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쌍용C&E는 금리 밴드 상단을 개별민평금리 대비 +50bp(1bp=0.01%포인트) 높여 5%대 초반의 금리를 제시했지만 미매각을 피하지 못했다. 현재 쌍용C&E의 개별민평금리는 2년물 4.47%, 3년물 4.70%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쌍용C&E의 공모 금리 밴드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면서도 “최근 동화기업도 금리 밴드 상단이 +80bp였는데 미매각이 발생한 바 있어 쌍용C&E의 금리도 낮게 가져가지는 못 할 것”이라고 전했다. IB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사모채 시장에서 최근 쌍용C&E의 발행금리가 5.5% 수준이었다"며 "이 정도 금리를 제시하려면 개별민평금리보다 100bp 가깝게 올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쌍용C&E는 주관사단도 교체하면서 투자수요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 모습이다. 지난해 KB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으로 주관사단을 꾸렸지만 올해는 미래에셋증권 대신 한국투자증권으로 주관사를 갈아치웠다. KB증권·NH투자증권과는 지난 2020년부터 공모채 발행 때마다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