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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CJ제일제당

주류 투자처 정통 식품→바이오 눈돌렸다

①2017년 이재현 회장 경영 복귀 후 미래 먹거리 발굴 진두지휘

문누리 기자  2023-01-26 16:51:18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과거 교복을 팔던 선경(현 SK)은 통신사와 정유업을 영위하게 되면서 규모를 기하급수적으로 키웠다. 두산은 한때 그룹 캐시카우였던 오비맥주와 코카콜라 등을 매각하는 대신 한국중공업, 밥캣 등 중공업 업체를 사들이며 사업영역을 전환했다.

CJ제일제당도 그렇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한 뒤 미래 신사업 발굴에 혈안이다. 국내 식품업계 톱 위치에 있지만 오늘의 1위가 내일의 1위를 장담할 수 없다는 시각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 과거 양계·양돈업체, 천일염 등 전통적인 식품 관련 업체에 투자하던 CJ제일제당은 현재 바이오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CJ제일제당의 과거 30여년(1984~2012년)간 타법인투자 규모보다 최근 10년간의 투자 규모가 거의 두 배에 달한다. 같은 기간 투자처 개수 증가세도 26곳에서 61곳으로 거의 세 배에 달한다.

CJ제일제당은 초기만해도 양계·양돈업체, 천일염 등 전통적인 식품 관련 업체에 주로 투자했다. 1953년 제일제당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해 설탕과 밀가루 등 제분사업을 시작한 만큼 기존 사업과 관련된 분야에 주로 투자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2005년 양돈업체 돈돈팜에 187억6900만원, 2009년 양계업체 조인에는 41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어업 관련해선 2006년 CJ씨푸드에 199억9500만원을, 2010년 어업회사법인 신의도천일염에 6억7800만원을 들였다.

2012년엔 CJ제일제당의 1위 제품 중 하나인 '햇반'을 포장하기 위해 포장재업체 원지에 경영참여 목적으로 298억8900만원을 투자했다. 원지가 보유한 포장기술은 식품업체의 핵심경쟁력으로 CJ제일제당의 냉동밥을 무균포장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술이 됐다.

이 기간 나머지 투자금액 중 상당부분(9554억2200만원)은 2011년 CJ대한통운에 들어갔다. 이밖에 단순투자 목적으로 2009년 해태제과(59억8700만원), KT(47억1000만원) 등 투자를 집행하기도 했다.

이 시기에도 CJ제일제당은 일부 바이오 투자를 시작했다. 다만 규모는 전체 투자규모의 0.16%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2007년 성운바이오(현재 지에프퍼멘텍)에 1억원, 2010년 테라젠이텍스에 20억400만원을 투자한 정도였다. 특히 테라젠이텍스의 경우 의약품 관련 개발을 하는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단순투자였다.


바이오 투자에 소극적이던 분위기는 2018년 들어 확 돌아섰다. 최근 10년간 전체 타법인출자 규모 중 바이오 분야 비중이 16%로 급증했다. 2013년 구속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4년간의 공백을 깨고 2017년 5월 복귀한 뒤부터다.

2018년 미국 냉동식품기업 슈완스와 글로벌 1위 농축대두단백 기업인 브라질의 셀렉타를 인수했지만 모두 기존 사업의 연장선에 불과했다. 경영일선에 오랜만에 복귀한 이 회장으로선 앞으로 미래 먹거리로 키울만한 새로운 한 방이 필요했다. 그 답은 바이오였다.

실제 CJ제일제당 타법인출자 현황을 살펴보면 2018년 6월 바이오헬스케어펀드에 경영참여 목적으로 23억7600만원 들인 건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바이오 투자가 시작됐다. 같은 해 연말엔 바이오 화학물질 제조 스타트업 라이고스(LYGOS)에 22억4300만원을 투자했다.

이후 2019년 고바이오랩(10억원), 2020년 스마트바이오펀드(28억5000만원), 2021년 이뮤노바이옴(10억원), 바이오스타트업 인디바이오(4억4700만원),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회사 씨드모젠(20억원) 등 바이오 투자가 이어졌다. 하지만 비교적 작은 규모의 투자였다.

바이오 분야 대규모 투자는 2021년 하반기에 몰렸다. CJ제일제당은 2021년 7월 984억6100만원을 들여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벤처기업 '천랩'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10월 인수 마무리 후 2022년 1월부터 천랩 사명을 CJ바이오사이언스로 변경했다. 여기에 CJ제일제당의 제약·바이오 사업부(레드바이오팀)을 통합해 새로 출범시켰다.

같은 해 12월엔 투자금을 거의 세 배 들여 또하나의 바이오 회사를 인수했다. 네덜란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회사인 바타비아를 2660억4400만원에 사들였다. 바타비아는 백신,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및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의 공정 개발 및 제조 역량을 가지고 있는 기업으로 향후 CJ제일제당의 레드바이오 사업과의 시너지가 높을 것으로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CJ제일제당이 바이오 관련 투자에 집중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면서 "향후 화이트바이오, 레드바이오 등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적극 투자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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