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이 CJ바이오사이언스의 보유 건물을 매입하면서 자회사에 대규모 유동성을 함께 공급했다. 당초 CJ바이오사이언스가 보유했던 천랩타워엔 CJ제일제당 사내벤처 조직 및 신사업 관련 조직 등이 입주해 있었는데 이번 거래로 소유권까지 가져왔다.
CJ제일제당이 강조한 이번 거래 목적은 강남 역세권 소재 건물 임대료 절감과 사내벤처 지원이다. 그러나 이면엔 자체 임상 등을 위한 자립이 끝나지 않은 CJ바이오사이언스에 대한 자금 수혈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CJ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거래가 끝나는 연말께 1000억원에 육박하는 유동성을 손에 쥐게 된다.
◇천랩 시절 확보한 건물 사들여 10억대 임차료 줄이고 사내벤처 지원 CJ제일제당이 밝힌 매입 건물은 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로85길 34 소재의 이노플레이(구 천랩타워)다. 자회사 CJ바이오사이언스가 소유한 건물로 부가가치세(VAT)를 제외한 거래액은 331억원이다. CJ제일제당은 2021년 당시 천랩을 인수했고 건물도 사실상 현재의 CJ바이오사이언스와 함께 확보했다.
당초 천랩타워 등에 근무하던 천랩 임직원들은 2021년 M&A와 사명 변경 등이 마무리된 이후부턴 근무지를 CJ 소재 본사를 포함해 광교 소재 CJ제일제당 연구소 등으로 옮겼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초부터 건물 대부분을 사내벤처 사무공간으로 써 왔다.
전체 거래규모는 331억원, 양도일은 오는 12월 20일이다. 해당 거래대금에 부가가치세를 별도로 매기는 점을 고려하면 CJ바이오사이언스는 2023년 3분기 보유 유동성(약 384억원)만큼을 이번 거래를 통해 얻게 되는 셈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가 임대료 등의 명목으로 3분기까지 인식한 부동산 임대료 수익(수입+지출 추계)은 약 6억7000만원이다. 이는 CJ바이오사이언스가 광교 소재 CJ제일제당 연구소에 입주하며 지급한 비용을 상계한 분이다. 이 점을 고려할 때 CJ제일제당 측이 앞서 이노플레이를 활용하며 지출한 연간 임대료는 최소 1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올해 4월부터 이노플레이를 사내벤처의 사무공간으로 임대해 사용하다가 이번 매입으로 임차료를 절감하게 됐다"며 "추가 리모델링 등을 통해 사내벤처 지원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생력 필요한 CJ바이오사이언스 "유증은 부담스럽지만 자금 수혈은 원해" 이번 거래는 CJ바이오사이언스가 아직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것도 염두에 둔 모습이다. CJ제일제당은 2021년 당시 천랩을 982억원에 인수할 때에도 추가 자금 수혈 가능성을 열어둬 왔다. 특히 CJ바이오사이언스가 본격적인 CJ그룹 레드바이오(신약개발 바이오)로 법인으로 기능하면서부터 영업흐름 마이너스(-) 규모는 한층 커졌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마이크로바이옴 업체 가운데선 드물게 전임상 단계에서 유효성과 작용기전 데이터를 확보한 상태다. 다만 앞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개발을 위한 자체 체력이 부족했던 터라 올해 주주배정 유상증자까지 단행했다.
올해 3분기 유상증자를 마친 이후의 CJ바이오사이언스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약 380억원이었다. 여전히 CJ바이오사이언스가 홀로서기까지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모두 감당하기엔 부족한 규모다.
단적으로 CJ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3분기까지 R&D 비용으로 약 160억원을 지출했다. 올해 역시 200억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의 올해 3분기말 기준 보유 유동성만으로 캐시번을 감내할 기간은 길어야 2년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더불어 CJ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가 부침을 보이는 것도 이같은 전략 선택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CJ제일제당이 지금까지 인수대금과 유상증자 자금 납입을 위해 투입한 금액과 비슷한 수준의 시가총액(1411억원, 12월 12일 장마감 기준)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상황에서 CJ제일제당이 자회사에 추가 증자나 메자닌 발행을 단행했을 경우 오버페이를 비롯해 지분 희석 이슈가 제기될 수 있었다"며 "CJ바이오사이언스가 그나마 건물을 소유하고 있었던 덕에 대내외적으로 만족스러운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