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성장동력을 탐색하는 데 집중하던 넷마블이 당분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과거 거액의 자금을 쏟아부어 기업들을 인수한 영향과 맞물렸다. 재무 리스크 통제를 우선시하는 기조를 채택하면서 투자금 집행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대신 기존에 투자한 기업들의 경영 효율을 제고하는 방향을 설정했다.
넷마블은 최근 3년새 숨가쁘게 자금을 베팅했다. 2020년 초에는 1조7400억원을 들여 렌탈 전문 기업 코웨이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2021년에는 2조5600억원을 투입해 소셜카지노 게임 점유율 3위 업체 스핀엑스를 인수했다.
잇따른 인수·합병(M&A)의 여파로 유동성은 급격히 소진됐다. 2019년 말 별도 기준으로 1조원을 웃돌았던 현금성자산은 2022년 9월 말에 1319억원까지 줄었다. 외부에서 가져다 쓴 빚은 폭증했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이 마이너스(-) 1조569억원에서 플러스(+) 2조528억원으로 달라진 대목이 방증한다.
재무 위험이 대두되면서 넷마블의 투자 기조는 '관망 모드'로 접어들었다. 전체적 경영 전략의 변화와 궤를 같이했다. 2022년 11월 기업설명회(IR) 당시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글로벌 시장 마케팅 경험이 쌓이고 있으나 효율적으로 집행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리면서 "2023년부터는 아시아 일부를 포함한 한국 시장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넷마블이 업체 투자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방침을 채택하면서 투자 금액이 대폭 줄었다. 2022년 1월부터 9월까지 집행한 자금은 326억원에 불과했다. 최근 5년새 가장 많은 규모의 투자가 이뤄진 2021년(2조6143억원)과 견줘보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신사업 육성을 염두에 뒀지만 넷마블의 자금 조력은 과거와 달리 미미했다. 2022년 1월에 출범한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 '마브렉스'가 대표적이다. 설립을 계기로 10억원을 출자하는 데 그쳤다. 이외에도 메타버스 게임을 출시한 해긴을 겨냥해 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면서 지분 1.2%를 확보했다.
넷마블은 투자 속도 조절을 하면서 기존 포트폴리오에 속한 기업들의 경영을 점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수익 창출에 탄력을 주고 비용 투입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취지가 반영됐다. 단연 손쉬운 방안은 '인력 조정'이다. 카밤은 인건비 절감을 추진했고, 2022년 하반기에 전체 직원(500명)의 7%를 해고했다.
이승원 넷마블 글로벌총괄 사장이 회장을 겸임하는 미국 업체 잼시티의 움직임도 돋보였다. 잼시티는 새해 들어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는 결정을 내렸다. 사내 블록체인 사업부를 떼내 '플라이랩스'라는 회사로 넘겼다. 대신 모바일 게임 개발이라는 본업에 집중키로 가닥을 잡았다.
넷마블은 과거에 투자했던 기업 지분을 해외 계열사로 넘기는 조치도 단행했다. 2022년 9월 모바일 게임 제작사 구로발게임즈(옛 이츠게임즈)의 주식 99.4%를 카밤에 처분했다. 거래액은 15억원이었다.
구로발게임즈는 넷마블이 2016년에 2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업체였다. 하지만 창업자 퇴진, 전문경영인의 공석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설상가상으로 신작 개발이 지지부진하면서 외부 실탄 수혈이 절실해졌다. 넷마블은 구로발게임즈에 2020년 46억원, 2021년 40억원 등 잇달아 자금을 빌려줬다. 카밤으로 구로발게임즈를 넘긴 데는 재무적 지원 부담을 덜어내는 의도가 반영됐다.
동시에 두 회사간 사업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겠다는 기대도 녹아들었다. 구로발게임즈는 '원탁의 기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상황이다. 미주 시장 공략을 위해 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RPG)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카밤이 북미 권역 기업인 만큼, 양사 인재 교류나 기술 협력이 한층 탄력을 받으리라는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