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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 활용법 분석

바이오사업 중요성 부각된 '바타비아' 콜옵션

CJ제일제당 '레드바이오' 핵심 포트폴리오…2025년 일부지분 매입 가능

이민호 기자  2023-10-04 16:18:33

편집자주

옵션은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카드다. 치열한 협상을 거쳐 일단 보유하면 콜옵션을 이용해 인수합병(M&A)이나 조인트벤처(JV)에서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풋옵션을 이용해 엑시트 통로를 마련하는 등 향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반면 옵션가치 변동에 따라 금융부채가 증가하면 재무건전성을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 더벨이 각 기업의 옵션 활용 전략과 이에 따른 재무적 영향을 살펴본다.
CJ제일제당은 네덜란드 바타비아바이오사이언스(Batavia Biosciences, 바타비아) 지분 약 75%를 사들이는 동시에 잔여지분에 대한 콜옵션을 손에 쥐었다. 바이오사업 포트폴리오에서의 핵심 자회사인 만큼 향후 지배력 확대를 위한 포석이었다.

경영권 인수 이후 바타비아는 기업가치를 높이면서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옵션계약상 향후 바타비아의 잔여지분을 매입할 경우 최초 인수 때보다 높은 금액을 부담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우수한 영업성과를 바탕으로 곳간을 불리고 있다.

◇바타비아 경영권 인수…레드바이오 사업 확장

CJ제일제당이 바타비아 경영권을 인수한 것은 2021년 12월이다. 기존 주주인 바타비아바이오파마(Batavia Biopharma B.V.)로부터 구주 3만7800주를 매입하고 바타비아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1만3007주를 인수, 합산 경영권 지분 75.82%(5만807주)를 확보하는 데 총 2624억원을 투입했다.


바타비아는 네덜란드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다. CJ제일제당은 CGT CDMO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신사업으로 점찍고 진출을 시도해 왔다. 바타비아의 바이러스성 백신·벡터 관련 보유기술을 높게 평가해 인수대상으로 선정했다. CJ제일제당은 2020년말 별도기준 5149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해 인수자금 마련에 부담이 크지 않았다.

다만 경영권 인수 당시 지분 100% 기준으로 평가한 순자산 공정가치는 718억원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비지배지분(174억원)을 제외하고 지배지분만 고려한 순자산은 545억원이었다. 때문에 CJ제일제당은 인수총액 2624억원 중 지배지분 순자산을 제외한 2079억원을 영업권으로 계상하기에 이르렀다. 그만큼 바타비아 성장 가능성에 대한 CJ제일제당의 기대가 컸던 셈이다.

바타비아 경영권 인수는 일명 '레드바이오(Red Bio)'로 분류되는 제약·헬스케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대하려는 CJ제일제당의 경영전략과 궤를 같이 한다. 비슷한 시기인 2021년 10월 국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전문업체 천랩 지분 43.99%를 983억원에 인수해 CJ바이오사이언스로 탈바꿈시켰다. CJ제일제당은 이 가운데 609억원을 영업권으로 계상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 포트폴리오 기업. 출처: CJ제일제당 홈페이지 캡쳐

◇잔여지분 콜옵션 확보…자금여력도 충분

바타비아 잔여지분 24.18%(1만6200주)는 기존 주주인 바타비아바이오파마가 갖고 있다. 이 지분 전량에는 CJ제일제당이 콜옵션을, 바타비아바이오파마가 풋옵션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신사업 담당 계열사로 그룹 내 차지하는 중요성과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잔여지분 확보를 위한 통로를 열어둔 판단으로 보인다.

옵션계약 내용에 따르면 각 옵션은 2025년이 돼야 5400주에 대해서만 행사할 수 있다. 나머지 1만800주는 3년 이후인 2028년이 돼야 행사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올해와 내년에는 옵션 행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특히 옵션 행사가액은 사업계획에 따른 핵심성과지표(KPI) 달성률에 따라 최초 매입가액에서 상향 조정된다. 바타비아 기업가치가 높아질수록 향후 CJ제일제당이 잔여지분 인수를 위해 부담할 금액도 커지는 구조다.

CJ제일제당과 바타비아바이오파마의 주주간계약(옵션계약) 내용. 출처: CJ제일제당 타법인주식및출자증권취득결정 공시(2021.12.09)

현재까지 CJ제일제당의 안목은 적중했다. CJ제일제당은 경영권 인수 이후 바타비아의 순자산과 당기순이익 등 재무현황을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보유지분 75.82%에 대한 장부가액을 2021년말 2660억원에서 지난해말 2661억원으로 소폭 늘었다. 여기에 바타비아 잔여지분 콜옵션 보유에 따른 금융자산(비유동 파생상품자산)이 올해 상반기말 별도 기준 269억원이 발생하고 있다. 그만큼 잔여지분 공정가치가 행사가격을 웃돌고 있다는 의미다.

옵션 행사가능일 도래까지 1년이 넘게 남아있지만 현재까지는 CJ제일제당의 바타비아 잔여지분 인수여력이 충분하다. 올해 상반기말 별도기준 CJ제일제당의 현금성자산은 4898억원이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2021년 5719억원, 지난해 6796억원으로 꾸준히 우수한 영업성과를 달성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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