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을 매입하고 경영권을 인수하는 움직임의 이면에는 중장기 기조가 존재한다. 넷마블이 매물을 탐색하고 거래 방식을 설계하기까지 전반적 로드맵을 수립하는 핵심 조직은 '투자전략실'이다.
모체는 2016년에 출범한 '경영전략실'이다. 운영 초기에는 서장원 부사장과 최찬석 실장이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투자 방향을 설정했다. 현재는 도기욱 대표와 이동우 실장이 호흡을 맞추면서 미래 항로를 탐색 중이다.
넷마블이 투자 전담 조직을 론칭할 즈음 방준혁 이사회 의장은 '규모의 경쟁' 담론을 제기했다. 국내외 게임 시장에서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끊임없이 외형을 확대하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2015년에 1500억원을 들여 미국 게임 개발사 SGN(현 잼시티)을 인수하면서 대형 M&A의 첫 발을 뗀 상황이었다.
자연스레 중장기 투자의 방향을 제시하고 딜(Deal)을 완수하는 데 매진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전문가 영입과 부서 신설로 이어졌다. 넷마블은 최찬석 KTB투자증권(현 다올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최찬석 애널리스트의 합류와 맞물려 2016년에 '경영전략실'을 설치했다.
실장을 맡은 최찬석 애널리스트는 과거 벤처캐피탈 KTB네트워크(현 다올인베스트먼트) 심사역으로 재직한 경험을 갖췄다. 특히 증권사에 몸담았던 2000년대 후반에는 '넷마블' 운영사인 CJ인터넷 분석을 담당한 만큼, 게임 산업에 대한 이해도 탁월했다.
최찬석 실장은 서장원 부사장과 협업 관계를 형성했다. 서 부사장은 웨스트민스터대 경제학과와 코네티컷주립대 법과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 현지 변호사로 활약했다. 법무법인 세종을 거쳐 2015년 넷마블에 합류했다.
경영전략실은 하이브(옛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카카오뱅크 등에 대한 지분 투자를 주도했다. 단순히 게임 기업 탐색에만 그치지 않고 신사업을 발굴하는 노력도 병행했다. 이는 2019년 하반기에 가전제품 렌탈 기업인 코웨이 인수 결정을 내리는 촉매로 작용했다.
조직 출범 초창기에 부여된 주요 과제 가운데 '넷마블 기업공개(IPO) 추진'도 있었다. 경영전략실은 글로벌 게임사 M&A를 통해 상장 전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극대화하는 밑그림을 그렸다.
당초 수립한 구상을 이행하기란 쉽지 않았다. 2016년에 세계 1위 소셜카지노 업체 플레이티카 인수를 시도했으나 제시한 입찰 가격이 경쟁사보다 낮았던 탓에 무산됐다.
△스코플리 △글루게임즈 △소셜포인트 등 미주·유럽 회사와도 M&A 협상을 벌였으나 논의가 진척되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7년 초 8458억원을 투입해 북미 게임 개발사 카밤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결실을 맺었다.
4년여 동안 보조를 맞추던 '서장원·최찬석' 체제는 2020년에 변화를 맞았다. 서장원 부사장이 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격인 경영지원본부장으로 발령됐다. 이후 코웨이 대표로 영전했다. 최찬석 실장도 2021년에 숙박 플랫폼 기업 야놀자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이직했다.
이동우 실장이 최 실장의 뒤를 이어받았다. 이동우 실장은 SK㈜에 몸담으며 엔카 매각, AJ렌터카 인수, 베트남 마산그룹을 겨냥한 전략적 투자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보조했다. SK텔레콤 사업개발팀에 근무하면서 미디어·콘텐츠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도 맡았다. 이 실장은 2021년 투자팀장으로 합류하면서 넷마블과 연을 맺었다.
현재 이 실장과 함께 중장기 투자 기조를 설계하는 인물은 도기욱 대표다. 도 대표는 경영전략담당 직책도 함께 맡고 있다. 과거 CJ ENM 게임사업부문 재경실장, 넷마블 재무전략담당 임원을 역임했다. 시장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진 가운데 유동성·차입금 관리에 힘쓸 필요성이 대두된 만큼, CFO 이력이 탄탄한 도 대표가 관여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