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이후 KT에서 내부출신이 대표이사에 오른 적은 구현모 사장을 포함해 두 번뿐이다. 그만큼 ‘인사 외풍’을 두고 말이 많았지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여기서 비껴나 있다. 주요 계열사 재무담당 임원을 대부분 KT 토박이들이 도맡는다.
그런데 금융 계열사는 또 얘기가 다르다. KT 내부인사보다는 정통 금융맨들이 CFO로 기용되고 있다. BC카드의 경우 애초 CFO가 KT 측 인사들로 채워졌으나 이제는 카드업계 전문성을 우선하는 추세다.
BC카드는 CFO 역할을 하는 경영지원본부장이 지난해 초 임표 전무에서 김경주 상무로 바뀌었다. 두 사람 모두 2011년 KT그룹이 회사를 인수하기 전부터 BC카드에 몸담아왔다. 인수 초기에는 차재연 전 KT에스테이트 부사장, 전경혜 전 BC카드 전무 등 KT에 뿌리를 둔 인사들이 BC카드 CFO에 앉기도 했지만 지금은 기조가 바뀌었다.
실제 전임 CFO인 임표 전무는 1967년생으로 BC카드에서 2008년 TOP포인트팀장, 2009년 마케팅기획팀장 등을 거쳤다. BC카드가 KT그룹 울타리에 안긴 뒤로는 2013년 CRM실장, 2014년 경영지원실장, 2015년 재무지원실장으로 일했으며 2020년 재무본부장에 오르면서 상무로 승진, 2021년 1월엔 경영지원본부장(CFO)으로 발탁됐다.
그러다 작년 초 임 전무가 금융사업본부장으로 옮기고 기존 금융사업본부장이었던 김경주 상무가 경영지원본부장에 오르는 맞교체가 이뤄졌다. 김 상무는 2006년에서 2015년 제주지점 지점장, 경영혁신팀, 변화추진부, 인사지원실 실장 등을 거쳐 2017년 인재경영본부장 상무에 올랐다. 이후 프로세싱본부장 준법감시인 및 위험관리책임자 등을 역임하는 등 카드업 전반을 두루 경험한 인물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CFO뿐 아니라 대표이사(CEO) 인사 역시 방향성이 비슷하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올해 연임 여부가 주목되는 최원석 사장은 2021년 초 BC카드 CEO로 선임되면서 KT 임원 출신이 대표이사를 맡던 관행을 깼다. 장기신용은행 금융연구실장, 삼성증권 경영관리팀, 에프앤가이드 최고재무책임자 및 금융연구소 등을 거친 금융·IT 융합 전문가다.
전반적으로 CFO를 포함한 수뇌급 인사에 있어서 금융업 관련 전문성이 더 우선되는 모습이다. 인수 후 10여년이 지나 KT그룹 색깔이 충분해진 만큼 모회사 영향력을 강하게 유지할 필요성이 덜해졌다는 측면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영기획 쪽은 여전히 KT맨들이 차지하고 있다. BC카드 경영기획총괄인 조일 전무, 경영기획본부장 조현민 상무가 모두 KT 출신이다. 여기에 KT 임원들이 기타비상무이사로도 이름을 올려 경영 참여의 끈을 쥐고 있는 형태다. 현재 BC카드 기타비상무이사를 겸하는 KT 임원은 KT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부문장인 윤경림 사장과 KT 커스토머(Customer)부문장인 강국현 사장 등 2명이 있다.
이전에는 김인회 전 사장, 박종욱 사장 등 KT에서 재무와 전략을 총괄하는 경영기획부문장이 BC카드 기타비상무이사를 겸했었는데 작년부터 이 자리를 윤경림 사장이 대신했다. KT에서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 구조조정)을 선언하고 트랜스포메이션부문을 신설하면서 '재무-전략'라인의 위상이 약해진 것과 결을 같이하는 변화다.
그룹차원의 구조조정은 지배구조상 BC카드의 위치에도 영향을 미쳤다. 2021년 BC카드는 결제대행업체 스마트로 지분을 인수해 금융 중간지주사로 등극했다. KT그룹에 들어온지 10년 만이다. 이에 따라 BC카드는 케이뱅크(33.72%), 전자지불결제업을 하는 VP(50.90%), 스마트로(64.53%)를 나란히 자회사로 두게 됐다.
특히 케이뱅크의 상장 지연은 비씨카드에 재무적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케이뱅크는 2021년 1조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탈 등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끌어온 투자지분 7250억원에 대해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얼롱)' 계약을 맺었다. 2026년까지 상장하지 못할 경우 모회사 BC카드가 주식을 다시 매입하겠다는 내용이다. 연내 상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BC카드로선 대응책을 마련해야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 상장이나 계열사 CFO를 비롯한 임원 인사 등은 KT 구현모 사장의 연임 여부가 결정이 난 후에야 가닥이 잡힐 것"이라며 "카드업계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전반적으로 조직개편에 적극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