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역시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동일하게 지분 투자 외에 펀드 출자를 병행한다. 조합 자금 납입이 탄력을 받은 건 2019년 이후다. '제2 벤처 붐'의 물결이 일면서 스타트업 투자 트렌드가 부상하자 넷마블도 흐름에 올라탔다.
펀드 출자 관계를 긴밀하게 형성한 운용사는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코나벤처파트너스다. 누적 납입액의 90%가 두 벤처캐피탈이 결성한 조합에 들어갔다. 게임과 모바일 산업 투자에 특화된 이력을 중요하게 인식해 집중적으로 자금을 투입했다.
◇단일펀드 납입액 '10억→100억' 확대2014년 CJ ENM에서 계열 분리된 이래 넷마블이 펀드에 출자한 금액은 675억원이다. 특히 최근 3년간 집중적으로 자금을 납입했다. 2019년부터 2022년 9월 말까지 누적 출자액의 88%인 592억원을 조합에 투입했다.
조합이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분야는 정보통신기술(ICT)이나 게임 관련 산업군에 집중됐다. 넷마블이 출자한 펀드 운용사 가운데 해외 벤처캐피탈의 관심 투자처가 방증한다. 미국계 투자사인 프레센스캐피탈(Presence Capital)은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기술에 특화된 스타트업으로 실탄을 베팅한다. 이스라엘 운용사 브이게임즈(VGAMES)는 모바일 게임 영역에 포진한 초기기업을 지원하는 데 집중해왔다.
넷마블이 단일 펀드에 출자하는 금액 규모는 한층 불어난 모습이다. 201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10억원 안팎을 납입하는 데 그쳤으나, 2019년에 변화를 맞았다.
소프트뱅크벤처스가 3410억원 규모의 '그로스엑셀러레이션펀드'를 조성하자 넷마블은 결성총액의 5.9%인 200억원을 책임지기로 했다. 2019년 70억원 출자를 시작으로, 이후 캐피탈콜(추가 납입 요청)에 응해 2020년 80억원, 2021년 23억원 등을 잇달아 투입했다.
그로스엑셀러레이션펀드의 약정총액은 3410억원으로, 당시까지 만들어진 국내 벤처조합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ICT, 모바일 플랫폼 등에 특화된 한국·동남아 권역 스타트업 투자에 주안점을 뒀다. 모태펀드, 국민연금 등 기관 외에도 △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LG그룹 계열사들이 자금을 보탰다.
2021년에 코나벤처파트너스가 론칭한 '에이투지-아이피 투자조합'에도 130억원을 출자했다. 펀드 약정총액은 165억원으로, 넷마블이 전체 결성액의 79%를 부담했다. 결성 이후 조합은 웹소설·웹툰 제작사인 에이투지를 겨냥해 자금을 투입했다.
지금까지 넷마블이 펀드에 출자한 금액의 대부분이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코나벤처파트너스가 론칭한 투자조합에 집중됐다. 이들 2개 운용사가 만든 조합에 들어간 넷마블 자금이 586억원이다. 누적 출자액의 87% 규모다.
◇게임·ICT 투자사 밀착, 소프트뱅크벤처스 '운용 불안' 노출두 운용사와 출자 관계를 끈끈하게 다지는 건 게임·ICT 산업 육성에 두각을 드러낸 투자사라는 인식이 형성돼서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2011년 게임 개발사 데브시스터즈에 20억원을 투자한 뒤 6년 만에 기업공개(IPO)를 계기로 310억원을 회수한 경험을 갖췄다. 코나벤처파트너스는 미국 게임 개발 업체, 웹툰 창작사 등에 투자한 이력이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넷마블은 스타트업에 대한 '지속적 투자' 관점에 입각해 펀드 출자를 진행해왔다"며 "투자 의사결정의 독립성이 보장된 데다 피투자기업 정보 공유가 원활한 점도 고려해 벤처캐피탈 2개사와 협력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출자가 2019년 이래 탄력을 받은 만큼 자금 회수가 궤도에 오른 건 아니다. 통상적으로 펀드 존속 기간이 8~10년인 대목과 맞닿아 있다. 4~5년 동안 투자금을 소진하고 나서 보유한 스타트업 지분을 매각하며 운용 수익을 실현하기 때문이다.
넷마블이 납입한 조합 대다수는 아직 활발하게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펀드 운용 성과를 구현할 관건은 비상장주식 거래 투심의 회복에 달렸다. 여러 벤처기업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2021년 정점을 찍고 2022년에 기준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탁월한 회수 실적을 거두려면 스타트업 밸류에이션이 우상향하는 시장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펀드를 보유한 투자사의 자산 운용 안정성도 확립돼야 한다. 주주 구성이나 심사역의 급격한 변동 위험이 불거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지난해 경영권 매각 논란에 휩싸이며 불안한 모습이 드러났다. 소프트뱅크코리아가 갖고 있던 지분을 신세계그룹, 손태장 미슬토 회장 등 국내외에 넘기기 위해 협상을 진행한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논란은 소프트뱅크벤처스와 기관 출자자 간의 조합 규약 협의상 갈등으로 번졌다. 급기야 모태펀드, 교직원공제회 등에서 따낸 위탁운용사(GP) 자격을 반납하면서 신규 조합 결성이 좌절되는 타격도 입었다. 이후 심각성을 인지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소프트뱅크벤처스 지분을 처분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공표하면서, 경영권 매각설은 일단 수그러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