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의 새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오른 황득수 경영리더(사진)는 인수합병(M&A) 전문가이지만 재무통으로 통한다. 입사 이후 대부분을 재경 관련 부서에서 근무하며 전문성을 쌓았다.
이같은 이력 덕분에 황 리더는 CJ ENM이 처한 현 상황에 가장 적확한 CFO로 평가된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몸집을 크게 불리는 CJ ENM은 과정에서 재무건전성이 흔들리고 있다. 재무 분야에 잔뼈가 굵은 황 리더는 재무건전성을 회복하고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방침이다.
◇ M&A 전문성 갖춘 전략·재무통
황 리더는 지난해 10월 그룹 정기임원인사 이후 CJ ENM 경영지원실장(CFO)에 선임됐다. CJ ENM 인사혁신TF로 자리를 옮긴 박천규 경영리더를 대신해 새 최고재무책임자에 올랐다.
CJ ENM은 황 리더의 친정이다. 1975년 6월생인 그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CJ그룹 공채를 통해 CJ엔터테인먼트(현 CJ ENM)에 입사했다. 전공을 살려 재무팀에서 근무하다 능력을 인정받아 2005~2006년 무렵 핵심 계열사 CJ제일제당(현 ㈜CJ)으로 이동했다.
2007년 CJ그룹이 CJ제일제당 분할을 통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그룹 줄곧 콘트롤타워인 ‘경영전략총괄’ 조직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전략총괄은 그룹 차원의 장기 경영전략을 구상하고 계획하는 지주사 핵심 조직이다. 계열사 전반의 경영을 총괄하고 그룹 차원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전략과 기획을 진두지휘하는 곳이다.
2015~2016년 무렵에는 ㈜CJ 경영전략총괄 산하 M&A 관련 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3년 뒤인 2018년 10월 상무대우 승진과 함께 M&A담당으로 발탁됐다. 당시 보직 없는 부서원이었는데 곧바로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그룹 내부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M&A담당에 오른지 얼마 안 된 2019년 2월 그룹 숙원인 CJ헬로 매각을 이뤄내는 성과를 거뒀다. 2021년 7월부터는 소속된 M&A팀 수장을 맡아 그룹 M&A 전략을 진두지휘했다. 당시 CJ그룹은 황 팀장 부임 후 궤도를 수정해 기존에 추진하던 뚜레쥬르 매각을 철회하고 성장 전략으로 선회했다.
◇ 대규모 투자로 순손실 ‘발목’, 재무 지표 관리 ‘집중’
㈜CJ M&A팀장에서 CJ ENM 경영지원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황 리더가 당면한 과제는 재무건전성 회복이다.
CJ ENM은 최근 대규모 투자를 잇따라 단행했다. 2022년 투자한 금액만 1조2029억원에 달한다. 여기에는 미국 콘텐츠 제작사 엔데버콘텐트(현 CJ ENM 피프스시즌) 인수금액 9337억원 등이 포함됐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타법인 출자 장부가액만 3조5433억원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CJ ENM의 재무상태는 약화됐다. 매출액 3조3283억원, 영업이익 1308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분법손실 908억원과 기타영업외비용 등 영향으로 79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부채비율도 치솟았다. 지난해 이전까지는 100% 이하의 표준비율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실제 2019년 부채비율은 72.43%, 2020년 65.91%, 2021년 88.91%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상당한 규모의 차입금을 끌어오면서 9월 말 기준 126.98%로 껑충 뛰었다.
이에 황 리더는 올해 재무건전성 회복과 함께 손익개선, 수익성 강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받아든 손익계산서를 바탕으로 각 사업별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특히 손실을 기록 중인 피프스시즌과 티빙의 손익개선 전략에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로 자금 시장이 아직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자금 조달은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달 10일 1년 6개월만에 실시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 1700억원의 4배가 넘는 70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2년물과 3년물 모두 개별 민평보다 15bp 이상 낮은 금리 구간에서 완판했다.
올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만기채와 기업어음 규모가 3000억원인 만큼 CJ ENM은 발행액을 3000억원으로 증액해 차환에 나설 예정이다.
CJ ENM 관계자는 “최근 조직개편을 마무리하고 쇄신 분위기를 불어넣고 있다”며 “구체적인 신년 전략은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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