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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권 모니터링

CJ ENM, '피프스시즌 인수' 커지는 손상차손 리스크

PPA 조정 '800억 과소계상' 9월말 3900억 인식, 실적 악화로 부담 가중

김규희 기자  2022-11-30 07: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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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자산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순자산가치보다 웃돈을 얹어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영업권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는 추세다. 또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손상검사는 실적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영업권 현황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분석해본다.
CJ ENM이 콘텐츠 제작 밸류체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영업권 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글로벌 거점으로 삼기 위해 인수한 ‘피프스시즌’(옛 엔데버콘텐트)의 비중이 가장 컸다.

스튜디오스-스튜디오드래곤-피프스시즌으로 이어지는 콘텐츠 삼각편대 체제를 갖추는 데 성공했지만 단기간에 적자가 개선될 가능성이 없어 연말 손상차손 리스크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CJ ENM의 9월 말 기준 자산총계는 9조9033억원으로 지난해 말 7조9406억원 대비 1조9627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권이 포함된 무형자산은 1조3219억원에서 2조5926억원으로 1조2707억원 늘었다. 단기간 증가폭이 커진 건 지난해 계약한 미국 대형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피프스시즌 인수작업이 올해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CJ ENM은 지난 1월 피프스시즌의 전체 기업가치를 8억5000만달러로 책정하고 지분 80%를 7억7500만달러에 인수했다. 안정적인 사업 운영과 협력관계 구축을 위해 남은 지분은 기존 대주주인 엔데버가 보유 중이다.

CJ ENM은 전세계 대중문화 중심지인 미국에 제작기지를 마련해 글로벌 탑 스튜디오로 도약한다는 포석으로 인수를 결정했다. 피프스시즌의 콘텐츠 제작 역량과 함께 유통 네트워크를 한꺼번에 확보해 국내 스튜디오와의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자료=분기보고서>

자회사 편입이 완료된 1분기 기준 장부상 영업권은 4693억원이었다. 인수금액의 50% 만큼을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지불했다는 의미다. 통상 40% 정도를 프리미엄으로 여기는 점을 고려하면 인수가가 다소 높게 책정된 것으로 평가된다.

2분기에는 피프스시즌의 공정가치를 조정했다. 무형자산을 3875억원에서 5030억원으로 늘리는 대신 영업권은 4670억원에서 3845억원으로 낮춰 계상했다. 기업인수가격배분(PPA) 조정 과정에서 영업권으로 최초 분류했던 일부 자산을 무형자산으로 재분류했기 때문이다. 이에 피프스시즌의 순자산가치는 4670억원에서 5492억원으로 822억원 늘어났다.

3분기 기준 장부상 영업권은 3896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해당 금액만큼 조정이 이뤄졌다.

국내 스튜디오와 시너지 효과 등 성장 가능성은 큰 것으로 평가되지만 연말 실적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단기간에 적자를 개선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올 3분기 피프스시즌은 매출액 4492억원, 순손실 709억원을 기록 중이다.

CJ ENM은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피프스시즌이 내년 최소 20개 작품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어서 현금창출 능력을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미국 OTT 시장 진입도 모색하고 있어 성장 모멘텀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CJ ENM 관계자는 “올해 피프스시즌을 포함해 에그이즈커밍와 길픽쳐스가 편입되면서 전체 영업권 규모가 커졌다”며 “특히 피프스시즌의 경우 현재 적자를 내고 있지만 충분히 장기적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자료=분기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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