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대표적 투자처로 손꼽히는 회사는 와이어트(옛 하시스)다. '카카오헤어샵'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201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카카오의 사업 개척 의지를 드러내는 상징으로 통했다.
와이어트의 항로는 '안갯속'에 빠졌다. 핵심사업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카카오가 와이어트 지분 매각을 추진했지만 1년여 넘게 답보 상태다.
카카오헤어샵 서비스 종료 방침과 맞물려 인수 매력이 떨어지면서 원매자를 물색하는 데 어려움에 봉착했다. 조기 회수를 희망하는 투자자와 갈등도 겹치는 등 '첩첩산중'에 갇혔다.
카카오가 와이어트와 연을 맺은 시점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계열사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옛 케이벤처그룹)가 하시스 지분 35%를 인수했다. 이후 주식을 추가로 취득하면서 보유 지분율을 51%까지 끌어올렸다.
하시스는 미용실, 피부관리실 등을 타깃으로 고객 관리 솔루션을 공급하는 기업이었다. 2015년 하반기까지 끌어들인 회원사 수는 1만곳이 넘었다. 카카오는 하시스를 활용해 새로운 수익원 발굴을 모색했다.
2016년에 '카카오헤어샵' 앱을 선보이면서 첫 발을 뗐다. 가맹점주와 고객을 연결해 미용실 예약을 도와주는 기능에 방점을 찍었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이용자들의 일상 생활과 직결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개설해 사업을 수행하겠다는 목표에 부합했다.
하시스는 카카오헤어샵 이용자 규모가 꾸준히 늘자 외부 자금 조달에 나섰다. 2018년에 KB인베스트먼트에서 60억원의 투자를 받으며 신호탄을 쐈다. 2021년에는 486억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직전 해인 2020년에 '닥터포헤어' 샴푸 브랜드를 출시한 업체 휴메이저를 합병해 '와이어트'로 새롭게 출발하면서 사세 확장용 실탄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투자자의 구성은 복잡해졌다. △한국투자파트너스 △지투지 프라이빗에쿼티(PE) △노앤파트너스 △NH벤처투자 △아주IB투자 △기업은행 △브레이브뉴인베스트먼트 △브레인자산운용 △키움증권 △하랑기술투자 등이 와이어트의 주주로 합류했다. 51%였던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지분율이 희석돼, 2021년 말 24.2%까지 낮아졌다. 다만 최대주주의 지위는 그대로 유지했다.
와이어트의 순항은 오래 가지 못했다. 2021년 하반기에 카카오가 와이어트 지분을 매각하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핀테크 △문화콘텐츠 △모빌리티 등 3대 사업 위주로 재편하는 취지가 반영됐다. 여론 비판을 의식해 지역 상권이나 소상공인과 경쟁 구도를 형성한 사업에서 철수하는 의도도 녹아들었다.
2022년 상반기에 카카오 경영 컨트롤타워인 공동체 얼라인먼트 센터(CAC)가 계열사 정리 계획을 입안하면서 와이어트 매각에 탄력이 붙었다. EY한영을 매각 주관사로 내세웠지만 원매자를 찾는 데 난항을 겪었다.
매도 희망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3000억원에서 1000억원 수준까지 낮췄지만 소용 없었다. 카카오헤어샵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전제를 내건 대목이 인수 매력을 저하시켰기 때문이다.
순손실이 2020년 103억원에서 2021년 310억원으로 늘어난 점도 영향을 끼쳤다. 카카오 브랜드 없이 실적 악화를 타개할 방안이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대두됐다. 운용사들이 투자를 앞두고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처분하면 같은 가치로 주식을 매각하는 태그얼롱(동반매도권)을 설정한 대목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인수 희망자를 물색하는 어려움과 별개로 카카오와 기관 투자자 간의 갈등도 불거졌다. 일부 투자사에서 원금에 연 4%의 이자를 붙이는 조건으로 자금 회수를 둘러싼 협조를 요청했으나 카카오의 반응이 미온적이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원매자가 나타나야 와이어트에 투자한 주주들의 엑시트(자금 회수)가 진척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헤어샵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원칙은 유효하나, 와이어트 지분 매각을 둘러싼 가시적 진전이 이뤄져야 구체적 중단 시점을 표명할 수 있다"며 "원매자 탐색과 와이어트 주주 간의 소통 노력을 계속 병행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