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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조달 나선 카카오, 글로벌 AI 진출 신호탄 쐈다

EB 발행해 2억달러 마련, GPU 등 장비 구매·AI 기업 투자

노윤주 기자  2024-04-23 10:37:51
카카오가 2850억원 규모 외화 교환사채(EB)를 발행해 외화를 조달한다. 확보한 자금은 회사 신성장동력인 인공지능(AI) 사업에 사용할 계획이다.

사실 카카오는 EB를 발행하지 않아도 자금력이 충분하다. 작년 말 기준 별도 현금및현금성자산으로 1조4393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자금조달에 나선 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서다. 인프라 투자와 해외서 유망한 AI 기업의 인수 대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간 글로벌 공략에 고전하던 카카오가 다시 한번 세계 시장을 두드린다.

◇글로벌 AI 기업 투자 위해 선제적 자금 확보

카카오는 싱가포르 등 해외금융시장에서 외화 EB를 발행해 2억달러(약2850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한다고 최근 공시했다. 교환대상은 카카오 자사주 460만주다. EB금리는 2.5% 설정했고 만기는 2029년 4월이다.

1000억원 가량을 AI 인프라를 구축할 GPU와 서버구매 등에 사용한다. 올해 500억원, 내년에 500억원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11월에도 국내 기업 아이크래프트와 159억원 규모 엔비디아 GPU, 무한대역폭팜(인피니밴드) 구축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에 마련할 자금을 실탄 삼아 글로벌 AI, 콘텐츠 기업과의 협업도 추진한다.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 판단되면 투자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투자 대상은 아직 미정이다. 기동력을 높이기 위해 우선적으로 자금을 확보했다.

회사 관계자는 "다양한 투자 계획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며 "향후 기회가 생겼을 대 자금조달 시간 등 기회비용을 축소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여유 자금을 확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자금력이 충분한 카카오가 EB를 발행하는 것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이에 대해 현재 보유 중인 현금은 국내서 이커머스, 광고 등 주력 사업의 성장에 사용할 것임을 밝혔다. 이번에 조달하는 자금은 해외에서 쓰겠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는 올해 초에도 자체 개발과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AI 모델을 유연하게 배치하는 하이브리드 AI 전략을 펼치겠다 밝힌 바 있다.

◇AI 서비스에 집중, 카카오톡 견줄 국민 서비스로 구상

카카오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무기로 AI를 선택했다. 국내서는 국민 메신저라 불리는 카카오톡을 가지고 있는 플랫폼 공룡이지만 해외 진출에 있어서는 유독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에 AI를 활용한 '넥스트 카카오톡'을 만들어 글로벌 도전 칠전팔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가 집중하는 건 서비스다.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해 챗GPT와 경쟁하는 건 승산이 없다고 빠르게 판단했다. 이에 일반 대중이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AI 기반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방향은 잡혔지만 디테일까지 가시화된 건 아니다. 조직개편부터 시작했다. 최근 전사에 흩어져 있던 관련 인력을 모아 'AI 통합 조직'을 꾸렸다. 해당 조직 산하에 다양한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를 실험하는 다수의 조직을 만들었다. 빠른 실행과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조직리더는 이상호 최고AI책임자(CAIO)가 맡는다. SK텔레콤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역임한 인물로 카카오가 지난달 전격 영입했다. 이 CAIO는 다음 검색부문장, 네이버 검색품질랩장 등을 거치면서 데이터와 AI 분야 전문성을 쌓아왔다.


우선 기존 서비스에 AI 기능을 붙여보면서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카카오톡 실험실 탭에 AI 기능을 추가한 게 대표적이다. 읽지 않은 사이 쌓인 메세지 내용을 요약해주고, 채팅을 원하는 말투로 바꿔주는 식이다.

이 기능은 카카오브레인에서 개발한 경량형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파운데이션모델이란 대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전 학습된 AI다. 이미 학습한 내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AI 서비스 개발 기간을 줄여주는 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회사의 AI 사업 방향은 서비스로 정해졌다"며 "AI모델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서비스에 AI를 잘 적용시키는 게 경쟁력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톡과 견줄 수 있는 AI 국민서비스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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