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2010년대 시장에 데뷔한 카카오는 사업을 넓히기 위해 분투해왔다. 최근 5년간 신규 투자와 후속 지원을 통틀어 3조원 이상을 집행했다.
투자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플랫폼'과 '콘텐츠' 분야에 주목해 투트랙(two-track)으로 전진하는 양상이다. 현금을 수반하지 않는 지분 스와프도 모색하고, 해외 기업 지분도 매입하는 등 다양한 사례를 만들어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카카오가 2018년 이래 올해 9월 말까지 기업이나 펀드에 집행한 금액은 별도 기준으로 3조1518억원이다. 신규 투자한 금액이 1조9124억원, 기존 포트폴리오에 후속으로 투입한 금액이 1조2394억원이다.
최근 5년 동안 카카오는 대규모 딜(Deal)을 축적했다. '모바일 플랫폼'과 '콘텐츠'라는 키워드에 맞춰 투자를 단행했다. 2021년 상반기에 인수한 크로키닷컴이 대표적이다. 의류 판매 플랫폼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업체로, M&A 당시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은 1조원에 육박했다. 카카오는 현금을 동원하지 않고, 보유한 카카오스타일 지분을 크로키닷컴 지분과 맞바꾸는 방식을 구사했다.
콘텐츠 영역 포트폴리오를 살피면 일본 기업 '카도카와(Kadokawa)'가 눈길을 끈다. 애니메이션, 전자 도서, 게임 등의 사업에 특화된 회사다.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이 반영된 투자처다.
2020년 카도카와에 첫 투자를 단행했다. 당시 1400억원을 들여 7.6%의 주식을 확보했다. 이후 2021년(189억원)과 2022년(242억원)에 추가로 자금을 집행하면서 지분율을 8.9%까지 끌어올렸다.
카카오가 투자에 관심을 쏟은 시기는 201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성공을 발판 삼아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었다. 팽창 전망이 밝아 보이는 산업군에 자금을 투입하고 신사업을 이식하는 게 과제로 떠올랐다.
기업을 겨냥한 지분 인수에 그치지 않고 펀드 출자도 병행하는 기조를 채택했다. 투자조합에 자금을 납입하는 '간접 투자' 방식도 눈여겨본 건 손실 위험을 낮추려는 취지가 반영됐다. 전문성을 갖춘 투자사가 다수 스타트업에 실탄을 나눠 집행하기 때문이다. 유망한 회사를 투자 심사역이 대신 발굴하는 만큼, 신사업 탐색의 효율성도 끌어올리는 기대효과도 염두에 뒀다.
지금까지 카카오가 출자한 펀드 면면을 보면 △UTC인베스트먼트 △옐로우독 △해시드벤처스 △인라이트벤처스 등 벤처캐피탈에서 결성한 조합이 눈길을 끈다. 바이오·헬스케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문화콘텐츠, 정보통신기술(ICT) 등 폭넓은 분야로 자금을 집행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다만 2022년에는 3분기까지 신규 투자한 금액(1289억원)보다 후속으로 자금을 집행한 규모(3059억원)가 더 컸다. 새롭게 출자한 사례가 2건에 그친 대목이 방증한다. 사내독립기업(CIC)이 분사하면서 출범한 카카오헬스케어에 1209억원을 집행했다. 케이팝(K-Pop) 전문 공연장 건립을 추진하는 특수목적법인(SPC) 서울아레나를 대상으로 80억원도 투입했다.
금리가 인상하고 주식 시장이 위축되면서 투자 기조가 보수적으로 바뀐 영향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했던 2020년에도 기존에 재무적 지원을 단행한 기업을 겨냥해 더 많은 실탄을 투입했다. 당시 연간 출자 규모 3878억원에서 신규 투자액(1519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못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