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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더벨이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DGB금융 대표 계열사인 대구은행은 매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교체하는 관행을 이어가고 있다. CFO 출신 임원 다수는 대구은행장 후보군에 포함되거나 계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DGB금융지주가 비교적 최근 CFO 자리를 신설해 외부 인사를 앉힌 것과 달리 대구은행 CFO는 내부 출신 엘리트를 배출하는 자리로 기능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2014~2022년에 총 9명의 CFO를 기용했다. 9년 간 9명의 CFO가 취임하면서 매년 재무라인에 변화를 준 셈이다. 이 같은 인사 기조는 박인규 전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 대에서 시작됐다. 후임 은행장을 맡은 김태오 DGB금융 회장, 임성훈 대구은행장도 같은 인사 패턴을 이어갔다.
이 기간 CFO들은 경영기획본부장 자리를 발판으로 대구은행장 후보에 오르는 등 그룹 내 영향력을 넓혔다. 임 행장이 대표적이다. 임 행장은 2020년 부행장보 시절 경영기획본부장을 맡았다. 이듬해 김 회장 체제에서 론칭한 CEO 승계 및 육성 프로그램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이듬해 대구은행장에 취임했다.
임 행장과 행장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김윤국 DGB유페이 대표도 CFO 출신이다. 김 대표는 2019년 CFO로 재직했다. 임 행장의 전임자였던 것이다. 김 대표는 임 행장과 2파전을 형성한 끝에 고배를 마셨지만 그룹 안팎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2015년 CFO로 재직한 노성석 전 DGB금융 부사장도 2019년 대구은행장 후보군에 포함됐다. 노 전 부사장은 CFO 경력을 바탕으로 2016년 지주 신사업본부장을 맡았다. 신사업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하이투자증권 인수 등 그룹의 굵직한 사업을 책임졌다. 대구은행 이사회는 2019년 노 전 부사장을 대구은행장 후보로 추천했으나 김 회장의 은행장 겸직으로 취임이 무산됐다.
임환오 전 부행장도 2017년 CFO로 재직한 뒤 행장 후보로 올라섰다. 박 전 회장 겸 행장의 퇴임 직후였던 2018년 6인의 행장 후보에 포함됐다. 다만 회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김경룡 전 DGB금융지주 부사장에게 밀려 행장에 오르진 못했다.
대구은행 CFO는 행장 후보 뿐만 아니라 계열사 사장도 다수 배출했다. 이만희 전 DGB유페이 대표는 2014년 CFO로 근무하고 다음해 DGB유페이 대표로 취임했다. 이성룡 전 DGB데이터시스템 대표도 2016년 CFO 재직 기간을 마치자 마자 계열사 대표가 됐다. 김윤국 DGB유페이 대표는 대구은행장 자리를 아쉽게 놓친 뒤 계열사 대표로 이동했다.
대구은행 현직 CFO는 장문석 부행장이다. 장 부행장도 CFO 자리를 발판으로 다른 보직을 맡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달 발표되는 대구은행장 후보 숏리스트(Short list)에 장 부행장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