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이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iM뱅크 은행장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 은행지주 중 유일한 지주 회장-은행장 겸직 체제가 유지될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황병우 DGB금융 회장은 은행장 겸직 관련 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았다.
황 회장이 은행장 연임에 도전하려면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그는 현재 회장 자격으로 임추위에 소속돼 있다. 임추위에서 은행장 연임을 결정하면 셀프 연임 의혹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일각에서는 iM뱅크 임원진 세대교체 속도 조절을 위해 황 회장의 행장 연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회장 자격으로 임추위 합류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은 지난 27일 임추위를 열고 iM뱅크 행장 선임 절차를 개시했다. 현직 행장인 황 회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금융감독원 지배구조 모범관행 원칙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임기 만료 3개월여 전인 이번달 프로세스를 시작했다.
iM뱅크 은행장 인선이 금융권의 관심을 받는 건 은행지주 중 유일한 회장-행장 겸직 체제 상태이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 그룹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 3월 대구은행장(현 iM뱅크 행장)에 취임해 2년 임기를 받았다. 1년 뒤인 올해 3월에는 DGB금융 회장이 됐다. DGB금융은 단계적인 리더십 전환을 위해 올해 겸직 체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황 회장의 행장 겸직에는 DGB금융이 처한 상황도 고려됐다. DGB금융은 올해 iM뱅크의 시중은행 전환에 성공했다. 전국 단위 영업을 하는 금융그룹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iM뱅크 중심으로 경영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시중은행 금융지주로 전환하는 국면에 회장이 행장을 겸직하도록 해 리더십에 힘을 실어주는 게 낫다는 계산이 깔렸다.
다만 겸직 체제를 장기간 지속하는 데는 부담이 따른다. DGB금융은 과거 회장에 권한을 집중하는 제왕적 지배구조로 비판받았다. 김태오 전 회장이 취임하고 수년에 걸쳐 지배구조를 선진화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뒷받침한 인물이 황 회장이다. 회장-행장 겸직 체제가 다시 일상화되면 지배구조가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황 회장이 iM뱅크 행장을 선임하는 임추위에 소속돼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DGB금융 임추위는 이승천·조강래·정재수 사외이사와 황 회장 등 4명으로 구성돼 있다. 황 회장은 계열사 CEO를 지휘해야 하는 회장 자격으로 임추위에 합류했다. 다른 위원회와 달리 임추위에서 만큼은 대표이사 회장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황 회장이 행장직을 연임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 스스로 임기를 연장하는 모양새가 된다.
◇'67년생' 행장 시대 2년 만에 세대교체 부담 황 회장이 iM뱅크 행장 임기를 연장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iM뱅크는 시중은행 인허가를 받고 브랜드도 리뉴얼했으나 영업 권역은 여전히 대구·경북 지역에 집중돼 있다. 그룹 차원에서 iM뱅크의 수도권 진출에 힘을 싣고 계열사 시너지를 이끌어 내려면 회장-행장 겸직 체제가 지속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iM뱅크 내부적으로 급진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것에 대한 부담도 존재한다. 황 회장은 1967년생으로 은행지주 회장은 물론 시중은행장 중에서도 최연소다. 황 회장이 iM뱅크 행장이 된 뒤 임원진 세대교체에 속도가 붙었다. 현직 지주 부사장, 은행 부행장 중 1명으로 CEO가 교체되면 추가적인 세대교체가 단행돼야 한다.
황 회장은 숏리스트 후보군 공개 단계에서 겸직 체제에 대한 입장을 드러낼 것으로 관측된다. DGB금융은 올해 회장을 선임할 때도 안정적으로 승계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차원에서 롱리스트를 공개하지 않고 숏리스트 단계부터 공개로 전환했다. 황 회장은 현직 CEO로 행장 당연 후보군에 포함돼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