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뱅크는 현직 행장의 연임 또는 교체 기로에 서 있는 다른 은행과 달리 새로운 CEO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황병우 DGB금융 회장(
사진)이 iM뱅크 행장을 겸직하는 체제가 연말 해제되는 수순이기 때문이다. 황 회장이 그룹 안팎의 논란을 초래하면서까지 회장-행장 겸직 체제를 유지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무게가 실린다.
DGB금융 내에서는 부사장·부행장급 인사 5인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DGB금융 지배구조 내규에 따라 기본 후보군에 포함되는 인사는 DGB금융 부사장, iM뱅크 부행장 5명 뿐이다. 이중에서도 CEO에 적합한 커리어를 쌓은 3인방을 중심으로 경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행장 임기 연장시 '지배구조 논란' 초래 황 회장은 은행지주 회장 중 유일하게 행장을 겸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대구은행(현 iM뱅크) 행장에 취임한 데 이어 1년 만인 올해 3월 DGB금융 회장이 되면서 한시적으로 겸직 체제가 됐다. 회장 임기는 2027년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까지이고, 행장 임기는 올해 연말 만료된다.
한시적으로 겸직 체제를 이어가기로 한 건 지배구조 안정을 위해서다. iM뱅크는 2년에 걸친 은행장 육성 및 선정 프로그램을 통해 CEO를 선발하고 있다. 1년 만에 CEO를 교체하면 공들여 구축한 승계 프로그램에 변화를 줘야하는 만큼 황 회장이 행장 임기를 채우는 게 낫다고 봤다.
올해 DGB금융이 iM뱅크의 시중은행 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는 점도 회장-행장 겸직 체제에 힘이 실린 요인이다. DGB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위험가중자산(RWA)을 줄이고 iM뱅크에 영업력을 집중하는 자산 리밸런싱을 진행하고 있다. 그룹을 이끄는 황 회장이 iM뱅크 행장을 겸직하면 리밸런싱 작업에 힘을 싣고 수도권 진출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다만 황 회장이 행장 임기를 연장하면 지배구조 논란이 불거질 소지가 있다. 과거 회장-행장 겸직 체제는 제왕적 지배구조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회장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불가능하고 그룹 회장 후보군을 육성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황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 선진화에 기여한 공로를 바탕으로 CEO에 취임한 만큼 겸직 체제 연장시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CEO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겸직 체제는 불리함을 안고 있다. 황 회장은 회장 취임 전인 지난해 일부 영업점에서 발생한 계좌 불법개설 사태로 홍역을 치렀다. 금융 당국 제재 수위가 확정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으나 통제가 어려운 영역에서 재차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CEO 거취 불확실성이 생긴다. 이때 회장-행장 겸직 체제가 유지되고 있으면 분리 체제일 때보다 리더십이 흔들릴 위험이 크다.
◇외부 출신·IT 전문 임원 제외 3인 경쟁 구도 추석 이후인 9월 중하순께 CEO 승계 프로그램이 본격화되고 황 회장이 자발적으로 행장 선임 레이스에서 발을 빼면 행장 후보군은 5명으로 압축된다. DGB금융은 지주 부사장, iM뱅크 부행장을 기본 후보군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지주의 김철호 부사장, 박병수 부사장, iM뱅크의 강정훈 부행장, 이상근 부행장, 이해원 부행장이 기본후보군 요건을 충족시킨다.
이중 박병수 부사장은 올 상반기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로 행장 후보군이 되긴 어렵다는 평이다. 주로 신용평가회사에서 근무해 DGB금융 경력을 빼면 금융회사 재직 경험이 없다는 점도 행장 후보군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이상근 부행장의 경우 IT기획부장을 맡은 이후 줄곧 IT 분야에서 근무했다. 상무, 부행장보, 부행장으로 승진할 때도 IT 관련 업무를 지속해서 맡았다. iM뱅크가 IT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은행 전반을 경영해야 하는 행장에 부합하는 커리어로 보긴 어렵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결국 지주, 본점, 영업점 등을 두루 거친 3인방이 경쟁하는 구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철호 부사장은 iM뱅크의 주영업지역인 영남권 5곳의 지점에서 지점장을 맡았고 경북본부장, 마케팅본부장을 지냈다. 강정훈 부행장은 그룹 신사업, M&A, 지배구조 개선 업무를 수행했다. 이해원 부행장은 iM뱅크가 정조준하고 있는 수도권 지역에서 본부장을 맡은 이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