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더벨이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BNK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는 그룹 내 최고경영자(CEO)로 가는 길목이다. 역대 CFO들은 사법 리스크에 노출되지 않은 한 대부분 계열사 CEO로 영전했다. CEO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BNK금융 이사회 등기임원이 돼 그룹 경영에 참여한 CFO 출신 임원도 있다.
BNK금융 CFO는 출범 때부터 핵심 보직이었다. 이장호 전 BS금융지주(현 BNK금융지주) 회장은 2011년 지주사를 출범 시키면서 전략재무본부를 신설했다. 금융사 경영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전략과 재무 권한을 한명의 임원에게 집중시켰다. 전략재무본부는 현재 그룹전략재무부문으로 명칭만 바꿨을 뿐 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초대 CFO는 성세환 전 BNK금융 회장이다. 이 전 회장은 본인의 모교인 동아대학교 출신 인사들을 중용했는데 같은 대학을 나온 성 전 회장은 그의 최측근이었다. 이 전 회장은 일찌감치 성 전 회장을 후계자로 낙점하고 2012년 그에게 부산은행장을 맡겼다. 이듬해 이 전 회장이 금융 당국의 사퇴 압박으로 물러나면서 성 전 회장이 자연스럽게 회장 자리를 이어 받았다.
성 전 회장이 CFO에 기용한 측근도 계열사 CEO로 영전했다. 성 전 회장은 2015년 부산은행 부행장이었던 김 전 대표를 지주 부사장으로 끌어 올려 CFO를 맡겼다. 김 전 대표는 1년의 CFO 임기를 마치고 BNK캐피탈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김 전 대표 역시 동아대 출신으로 성 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다.
김지완 BNK금융 회장 재임 기간 CFO들도 계열사 CEO가 됐다. 황윤철 전 경남은행장은 전임 CFO가 주가조작 혐의로 성 전 회장과 함께 기소되자 임시로 전략재무본부장을 맡았다. 이 기간 조직 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1년 사이 상무에서 전무, 부사장으로 잇따라 승진했고 2018년 경남은행장에 취임했다.
명형국 BNK저축은행 대표도 김 회장 체제에서 CFO를 맡은 인사다. 김 회장이 모교인 부산상고, 부산대 출신 인사들을 중용하면서 부산대를 졸업한 명 대표도 2018년 CFO에 취임했다. 명 대표는 3년 간 그룹전략재무부문장을 맡은 지주 최장수 CFO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그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BNK저축은행을 맡겼다.
임영록 전 BNK금융 사장은 대표이사를 맡진 않았으나 지주 이사회에 참여한 CFO 출신 임원이다. 임 전 사장은 BNK금융 내 동아대와 양대 학맥을 구축하고 있는 부산상고 출신으로 이 전 회장의 신임을 받았다. 임 전 사장은 2012년 부산은행장에 취임한 성 전 회장을 대신해 CFO 자리를 맡으면서 등기임원이 됐고 이후 회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기도 했다.
구속 기소된 박재경 전 BNK금융 사장과 불구속 기소된 박영봉 전 부사장을 제외하면 역대 CFO들은 계열사 대표 또는 지주 등기임원이 된 셈이다. 현직 CFO이자 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정성재 BNK금융 전무(사진)도 현재 진행 중인 BNK금융 회장 승계 절차가 마무리되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부산은행, 경남은행, BNK캐피탈, BNK캐피탈, BNK자산운용 등 5개 계열사 대표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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