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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그룹 CFO / 현대중공업

'오너 가교'부터 '구조조정 설계자'까지, CFO의 진화

①박병기·이재성, 창업주 일가와 막역…조영철, '조선업 불황기 구원투수'

박동우 기자  2022-11-15 10:00:21

편집자주

[창간 기획]기업의 움직임은 돈의 흐름을 뜻한다. 자본 형성과 성장은 물론 지배구조 전환에도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손길이 필연적이다. 자본시장미디어 더벨이 만든 프리미엄 서비스 ‘THE CFO’는 재무책임자의 눈으로 기업을 보고자 2021년말 태스크포스를 발족, 2022년 11월 공식 출범했다. 최고재무책임자 행보에 투영된 기업의 과거와 현재를 ‘THE CFO’가 추적한다.
올해로 현대중공업이 창사 50주년을 맞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출범한 지도 20년이 흘렀다. 창업주인 정주영 명예회장 사후 현대그룹에서 분리됐을 당시만 해도 조선업을 영위하는 데 그쳤으나, 이제는 현대오일뱅크(정유), 현대건설기계(중장비 제조) 등 다양한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집단으로 변모했다.

그룹 성장과 궤를 맞춰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과 역할도 변화를 거듭했다. 2000년대에는 자금 관리의 특수성을 고려해 창업주 일가와 막역한 박병기 부사장, 이재성 회장 등이 CFO로 활동했다. 조선업 불황기에 '구원투수'로 활약한 조영철 현대제뉴인 대표는 계열사 매각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안을 설계한 CFO였다.

◇그룹 출범 초기 'MJ 최측근' CFO 등판

2000년대 초반에 그룹의 재무를 총괄한 핵심 조직은 '현대중공업 경영지원본부'였다. 조직을 이끌었던 재무 임원 가운데 눈길을 끄는 인물이 박병기 전 본부장(부사장)이다. 창업주 가문과 밀착한 CFO의 전형이었기 때문이다. 박 부사장이 HD현대 대주주인 정몽준 전 고문의 재산까지 관리하면서 세간에 'MJ의 집사'로 불렸던 대목이 이를 방증한다.

자금 사정을 살피는 민감성을 감안해 오너 일가와 연이 깊은 임원이 CFO로 발탁되는 경향이 존재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경영지원본부장을 역임한 이재성 전 회장,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참여 실무를 총괄한 이수호 전 기획실장(부사장) 등이 돋보인 사례다.




이재성 전 회장은 정 전 고문과 '60년지기' 친구로 알려져 있다. 중앙중, 중앙고, 서울대 경제학과 동기인 데다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해도 1975년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수호 전 기획실장(부사장) 역시 중앙고 61회 졸업생으로, 정 전 고문과 동창이다.

특이 이재성 전 회장이 2006년에 현대중공업의 현대상선 지분 인수 사실을 현대그룹으로 알린 '메신저' 역할을 해낸 일화가 유명하다. 범현대가(家)의 일원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정 전 고문 사이의 관계가 틀어지지 않도록 소통 채널을 구축했다. 정 전 고문과 막역한 사이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조선업 불황기 'CFO-경영지원본부장' 업무 이원화

경영지원본부장이 회사 재무를 총괄하던 흐름은 2010년대 들어 바뀌었다. 재경실장(2013년), 재정부문장(2014년~2018년) 등으로 CFO 직책이 조정됐다. 이때 CFO는 자금 관리와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하고, 경영지원본부장은 △인사 △법무 등 비(非)재무 영역의 실무를 처리하는 데 집중했다.

CFO와 경영지원본부장의 업무 이원화가 이뤄진 배경은 무엇일까. 조선업계 불황과 맞물렸다. 글로벌 기업들의 선박 발주량이 줄고, 저유가 여파로 해양 플랜트 일감이 사라지는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악화된 재무 여건을 개선하는 게 그룹의 중요 과제로 대두됐다. CFO의 전문성 발휘가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 만큼, 역할 조정으로 재무 총괄 임원의 업무 집중도를 높이는 효과를 노렸다.

조영철 현대제뉴인 대표가 당시 그룹 재무를 총괄하는 CFO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조 대표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현대중공업에서 재정부문장을 역임했다. 2014년 권오갑 회장이 가동을 지시한 경영분석 태스크포스(TF)에 참여했다.

TF는 2016년에 3조원이 넘는 수준의 자구 계획을 수립했다. 하이투자증권을 위시한 금융 계열사와 현대호텔 등을 매각했다.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단행해 차입금을 상환하고 연구·개발(R&D)용 실탄을 확보했다.

'현대중공업그룹 50년사'에 따르면 조 대표는 현대중공업 CFO 재직 시절을 회상하면서 "위기를 겪으며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함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며 "이제 규모로 사업을 하는 시대는 지났기 때문에, 수익 중심의 내실 경영으로 지속 성장의 자양분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룹 재무 컨트롤타워 'HD현대 경영지원실'

2017년 지주회사 체제가 출범한 이래 그룹 재무 컨트롤타워는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이다. 송명준 부사장이 CFO로 활약했다. 2020년까지 경영지원실 산하 재무지원부문장을 지냈다. 지난해부터는 경영지원실장으로 직무를 수행해왔다.

HD현대 경영지원실은 정기선 실장 재임기(2017년~2020년)에 폭넓은 업무를 관장했다. 재무지원부문을 포함해 △인사지원부문 △계열사지원부문 △신사업추진부문 등이 산하 부서로 존재했다. 오너 3세가 '경영 수업'을 받는 만큼, 광범위한 의사결정 영역을 보장하는 게 적절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룹 차원에서 풀어나갈 과제가 산적했던 대목도 한몫했다. 정 실장 재임 당시인 2017년 현대중공업 사업부가 차례로 분사해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 △현대일렉트릭 등이 출범했다. 2019년에는 조선부문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이 설립됐다.







정기선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2021년에 경영지원실은 개편을 맞았다. 하위 부서였던 인사지원부문은 인사지원실로, 신사업추진부문은 신사업추진실이라는 별도 조직으로 격상됐다. 경영지원실에는 기획과 재무 지원 업무를 부여했다.

앞으로 경영지원실은 신사업추진실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실탄 조달 계획을 정교하게 짜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 사장이 '퓨처 빌더(Future Builder)'라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중장기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선박 △수소연료전지 △디지털 △헬스케어 등이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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