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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인사 코드

현대重그룹 '중공업 재무통·영남 출신' 다수 포진

①공채 입사자 다수, 지역기반 특수성 반영

박동우 기자  2022-09-19 17:00:13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더벨이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계열사 최고재무책임자(CFO) 인사 경향을 살펴보면 선호하는 인물 유형이 드러난다. 먼저 '현대중공업'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재무통을 눈여겨본다. 특히 1990년대부터 공채로 입사한 인력들이 다수 포진했다.

'영남권'에서 태어났거나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도 주목을 받는다. 지역에 주력 사업 기반을 둔 그룹의 특수성이 반영돼 있다.

계열사별로 곳간을 책임지는 인물들의 커리어를 살피면 현대중공업에 몸담았던 인물들이 단연 돋보인다. 송명준 HD현대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은 2001년부터 2010년까지 현대중공업에 근무했다. 당시 싱가포르 지사 관리담당, 중국지주회사 재무총괄 등의 직책을 맡았다.

송 부사장은 2014년 권오갑 회장의 러브콜로 다시 현대중공업에 합류해 4년간 재직했다. 경영 개선 TF 일원으로 활약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방안을 짜고 구조조정 계획을 세우는 데 참여했다.

강영 현대중공업 재경본부장(부사장)과 김병철 현대미포조선 경영지원부문장(상무) 사이에는 '입사 동기'라는 연결고리가 존재한다. 두 사람은 1992년 현대중공업에서 사회 생활의 첫 발을 뗐다. 이후 강 부사장은 회계2부장을 거쳐 회계담당 임원, 조선사업본부 경영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김 상무는 회계1부장, 회계담당 임원 등을 지냈다.

현대일렉트릭 경영지원부문장으로 활약하는 이철현 전무 역시 '현대중공업 순혈'이다. 1994년 해양원가관리부 사원으로 합류한 이래 불가리아법인, 재무분석팀 등에서 일한 경험을 갖췄다. 배연주 현대건설기계 재무본부장도 1999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뒤 △재무팀 △국제금융부 △수출입금융팀 △재정지원팀 등의 부서를 이끌었다.

현대중공업에서 원가 관리, 회계, 금융 등의 실무를 쌓은 인물들이 계열사 재무 총괄 임원으로 영전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지금의 지주회사 체제가 들어서기 전에 현대중공업이 그룹의 우두머리 역할을 수행했던 역사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현대중공업 재무 라인에 몸담았던 인물들이 조선·해양, 기계 생산, 에너지 등 사업 부문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역량을 갖췄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을 단행하기 전 그룹의 모회사이자 컨트롤타워였던 현대중공업 출신 인사가 계열사로 다수 이동했다"며 "현대중공업 출신 CFO가 자금 관리에 능통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업 영역을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인식이 반영돼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남권 출신 CFO가 포진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인근에서 나고 자랐거나, 지역 대학교를 졸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대중공업의 사업 기반이 부산·울산·경남 지방에 자리잡은 대목과 맞물린다.

송명준 HD현대 부사장은 1969년 부산에서 태어난 인물이다. 1966년생인 엄원찬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재무관리부문장(전무) 역시 출생지가 부산으로, 내성고를 졸업한 뒤 부산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강영 현대중공업 재경본부장은 경남 지방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강 본부장은 1984년 진주고를 졸업한 뒤 부산대에 입학해 회계학을 공부했다.

대구·경북(TK) 인맥도 존재한다. 현대건설기계 재무본부장인 배연주 전무는 1969년 경북 지방에서 태어났다. 김병철 현대미포조선 상무는 대구대에서 무역학을 배웠다. 현대삼호중공업 재무담당 임원으로 활약 중인 최용대 상무는 경북대 학사를 받았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영남 지방 출신 CFO들이 존재하는 건 과거 주요 계열사들의 본사가 울산에 있었던 특수성에서 기인한다"며 "지역 인재들이 그동안 다수 입사해왔고, 이들이 내부에서 전문성을 축적해 임원까지 승진하면서 그룹의 도약과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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