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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의 경제학

활용 가능 계열사만 10곳, 선택지 다양한 정의선 회장

③추정 상속세 2조5000억원...납부 여력 충분

조은아 기자  2022-08-19 15:48:49

편집자주

최근 세대교체 바람과 함께 '상속'이 재계의 중대 과제로 떠올랐다. 5대 그룹 가운데 삼성과 LG, 롯데에서 총수들이 상속세를 납부 중이다. 앞으로도 상속세를 놓고 골머리를 앓는 곳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상속세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은 차치해두고 일단 재계는 재원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준비가 철저하지 않으면 기업을 물려받는 것마저 험난해지는 탓이다. 더벨이 주요 그룹의 상속세와 재원 마련 방법을 점검해본다.
현대차그룹 역시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지분 승계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상속이 됐든 증여가 됐든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정의선 회장에 넘기는 작업이 필요하다. 현재 예상되는 상속 재산은 주식만 4조3000억원이 넘는다. 비상장사인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이 더해지면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금 역시 2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다행히도 정 회장에겐 활용 가능한 계열사 지분이 많다. 비상장사와 해외 계열사를 더해 모두 10곳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 중이다. 여기에 대표이사를 포함해 사내이사로서 받고 있는 연봉, 배당 등을 더하면 상속세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분 승계 세금 2조5000억원, 이재용 부회장과 맞먹는 수준

정 명예회장은 1분기 말 기준으로 현대차 지분 5.33%, 현대모비스 7.17%, 현대제철 11.81% 등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현대글로비스 지분도 6.71%를 보유했으나 올초 모두 매각했다.

지분 가치는 8월 12일 종가 기준으로 현대차 2조2322억원, 현대모비스 1조5359억원, 현대제철 5532억원이다. 모두 더해 4조3213억원인데 여기에 비상장사인 현대엔지니어링 지분도 4.7% 보유하고 있다.



주식 상속세는 피상속인의 사망 전후 2개월, 모두 4개월 동안 보유 주식의 종가 평균을 기준으로 산출된다. 상속세율 50%,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할증 20% 등이 적용되면 상속세 규모(현대엔지니어링 제외)는 2조5928억원으로 계산된다. 증여세 역시 산출 방법이 같다. 다만 시기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가가 낮은 시기를 고르면 상속세보다 세금 부담을 조금 줄일 수 있다.

상속세든 증여세든 5년에 걸쳐 6차례 나눠내는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한다고 볼 때 1년에 4000억원 수준의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 이는 '세기의 상속'이라 불린 삼성그룹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거의 비슷한 규모다.

이 부회장의 경우 개인이 상속받은 금액 자체는 그리 크지 않았다. 유가족 4명이 거의 비슷하게 상속받아 이 부회장의 몫은 2조9000억원대, 한번에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4800억원대였다.

정의선 회장에게도 누나 3명(정성이 이노션 고문·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사장)이 있는 만큼 정 회장의 몫으로 돌아갈 정확한 상속 규모는 미지수다. 삼성그룹이 주식을 나눠받으며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을 유지하면서도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선택한 만큼 현대차그룹 역시 지분의 상당 부분을 가족들끼리 나눠받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경우 재산 분할 과정에서 이 부회장보다 모친인 홍라희씨의 영향이 많이 작용하면서 딸들에게 무게가 실린 것으로 전해지는 만큼 현대차그룹에선 '몰아주기' 가능성이 더 높다는 관측이다. 특히 지배구조상 가장 중요한 현대모비스 지분은 대부분 정의선 회장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분 보유 중인 계열사만 10곳, 배당과 연봉 꾸준히 받고 부동산도 보유

정 회장이 현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만 모두 10곳에 이른다. 특히 10~20년 전 회사 설립 때부터 자본금을 대며 주요 주주로 올라선 뒤 이후 합병과 기업공개(IPO) 등을 거치며 지분 가치를 늘려왔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만큼 오래 전부터 자금 마련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0곳 가운데 어느 하나도 허투루 볼 곳이 없다. 특히 비상장사의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서림개발을 제외하면 현대엔지니어링과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몇 년 안에 IPO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정 회장이 최대주주였던 현대엠코와 2014년 합병하면서 지금의 지분구조가 완성됐다. 정 회장은 현대엠코에 374억원을 투입해 결과적으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확보했다. 올초 상장이 무산되지 않았다면 정 회장은 보유 주식의 60%를 현금화해 4000억원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비슷한 길을 걸었던 계열사로는 현대글로비스가 있다. 현재 정 회장의 가장 중요한 자금줄로 꼽히는 현대글로비스의 전신은 2001년 세워진 한국로지텍이다. 현재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 가치는 1조4000억원이 넘는다.

비슷한 길을 걸을 곳으로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꼽힌다. 정 회장은 지난해 사재를 출연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20%를 인수했다. 로보틱스 시장의 성장세에 발맞춰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후 미국에서 기업공개(IPO)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게 시장의 판단이다. 이 경우 유니콘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배당과 연봉 등 꾸준히 들어오는 수익 역시 무시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정 회장이 지난해 계열사로부터 받은 배당금과 보수를 더하면 1046억원에 이른다. 배당금으로 958억원, 보수로 87억원을 받았다. 전년과 비교해 배당금과 보수 모두 늘었는데 실적 개선과 함께 회장 취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와 현대차 대표이사, 기아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데 기아에서는 보수를 받지 않고 있다.

보유 중인 현금도 상당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그룹이 그간 정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를 중심으로 상장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글로비스를 통해서만 1조원 가까이 손에 쥐었다. 2015년 현대글로비스 지분 8.59%를 매각해 7430억원을 확보했고 올초 지분 일부를 또 매각해 2010억원을 확보했다.

부동산도 빼놓을 수 없다. 정 회장이 지분 100%를 들고있는 서림개발은 자회사 서림환경기술과 함께 경기도 광주시에 수백억원 규모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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