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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인사 코드

'㈜LG 재경팀장→계열사 CFO' 공식 점점 깨진다

③구광모 회장 부임 이후 바뀐 선임 방식, 계열사에서 직접 승진

박기수 기자  2022-07-08 08:28:36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더벨이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LG그룹 일부 CFO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지주사인 ㈜LG의 재경팀장 경력이 있다는 점이다. 차동석 LG화학 부사장·이혁주 LG유플러스 부사장·김홍기 LG생활건강 부사장이 이 사례에 해당한다. 시간을 2010년대 중반으로 돌려봐도 LG그룹 CFO들은 대부분 ㈜LG를 거친 이력이 있었다. '지주사 재경팀장=계열사 CFO'는 하나의 공식과도 같았다.

그러나 이 공식이 서서히 깨지는 추세다. 기점은 구광모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선임됐던 2018년 이후부터다. 지주사 재경팀장을 맡다가 계열사 CFO로 가는 사례 대신 소속됐던 계열사의 재경 임원이 바로 CFO로 선임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LG 재경팀장→계열사 CFO 사례, '차동석·이혁주·김홍기'

LG그룹의 현역 CFO 기준 ㈜LG의 재경팀장 경력이 가장 오래된 인물은 차동석 LG화학 부사장이다. 차 부사장은 2008년부터 2009년까지 ㈜LG의 재경팀장으로 일했다. 당시 구본무 전 회장과 강유식 전 부회장, 조준호 전 LG전자 사장 이사회 체제에서 지주사 재경 업무를 맡았다. 이후 차 부사장은 서브원 CFO·S&I코퍼레이션 CFO를 거쳐 2019년 9월 LG화학 CFO로 부임했다.

이후 2010년부터 2015년까지는 이혁주 LG유플러스 부사장이 ㈜LG의 재경팀장을 맡았다. 이 부사장은 LG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과 ㈜LG 재경팀, LG CNS CFO를 맡다가 차 부사장의 재경팀장 자리를 이어받았다.

이 부사장은 구본무 전 회장과 함께 지주사 사내이사진에 포함됐다는 점이 전임 차 부사장과의 차이점이다. 강유식 전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2013년부터 이혁주 부사장은 구본무 전 회장, 조준호 전 사장과 함께 지주사 사내이사진을 구성했다. 이후 2016년부터 LG유플러스로 이동해 현재까지 CFO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혁주 부사장의 뒤를 이어 2016년부터는 LG하우시스(현 LX하우시스) CFO를 맡고 있었던 김홍기 현 LG생활건강 부사장이 ㈜LG 재경팀장으로 부임했다. 김홍기 부사장이 지주사 재경팀장을 맡았던 당시에는 구광모 현 LG그룹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선임됐을 시기다. 자연스럽게 김 부사장은 구 회장의 지분 상속 문제 등을 책임졌다.

김홍기 부사장은 2019년부터 LG생활건강으로 이동했다. 이후에는 현 CFO인 하범종 사장이 지주사 재경팀장 겸 경영지원부문장을 맡고 있다. 하범종 사장은 LG화학 재무관리팀과 ㈜LG 재경임원을 거쳐 구광모 회장 시대의 첫 지주사 CFO로 선임됐다.



(왼쪽부터) 차동석 LG화학 부사장, 이혁주 LG유플러스 부사장, 김홍기 LG생활건강 부사장

◇깨진 공식, 계열사에서 직접 CFO로 승진

지주사 재경팀장을 맡다가 계열사 CFO로 전출된 인물들의 공통점은 모두 인사 최종 결재자가 구본무 전 회장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총수가 구광모 회장으로 바뀐 뒤부터는 CFO 선임 방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지주사에서 전출시키기 보다는 원래 소속돼있던 인물들을 CFO로 승진시키는 사례가 더 많아졌다.

LG전자 CFO인 배두용 부사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행정고시 33회 출신인 배 부사장은 국세청에서 일하다 2005년부터 LG전자로 이직했다. 이후부터 LG전자 통상그룹 그룹장과 세무통상그룹장 등 LG전자에서만 커리어를 쌓았다. 그러다 2020년 초 LG전자 CFO로 선임됐다.

최근 신설된 이차전지 계열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이창실 CFO도 지주사 경력이 없다. 이창실 전무는 LG전자에서 경력을 시작해 LG전자 인도 경영관리팀장, IR·M&A담당, 북미지역CFO 등을 맡았다. 그러다 2019년 10월부터 LG화학의 전지·경영관리담당으로 넘어왔다. 해당 업무를 맡다가 LG에너지솔루션이 설립되면서 초대 CFO로 선임됐다.

LG디스플레이의 CFO인 김성현 전무도 비슷한 사례다. 김성현 전무는 LG유플러스 금융담당을 맡다가 2019년 초부터 LG디스플레이 금융담당으로 이동했다. 그러다 작년 말 LG디스플레이 CFO로 승진했다.

LG헬로비전의 CFO인 안재용 상무도 ㈜LG 경력 없이 CFO 직함을 단 인물이다. 안재용 상무는 LG헬로비전 최대주주인 LG유플러스에서 대부분 경력을 쌓았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는 회계관리팀에서 일하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는 회계담당으로 있었다. 2019년에는 금융담당으로 영전했다가 2020년 초부터 LG헬로비전의 CFO로 임명됐다.

재계 관계자는 "LG그룹 CFO들은 지주사와 계열사, 오너와 CEO 간의 의사소통 창구 역할을 맡아왔다"라면서 "구광모 회장 선임 이후에는 각 계열사들의 업무와 경영 상황을 두루 파악하고 있는 인물들을 위주로 CFO를 선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배두용 LG전자 부사장,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전무, 김성현 LG디스플레이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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