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CFO는 다른 그룹 계열사 CFO보다 산하에 많은 조직을 두고 있다. 금융·회계·IR과 같이 전통적으로 재무와 연관이 있는 곳은 물론 법무·기획관리·업무혁신을 담당하는 조직도 CFO의 소관이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법무실과 전지기획관리 조직이 CFO 소속으로 있다는 점이다. 법무실은 재무실과는 아예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획관리 업무의 경우 CFO 산하에 있는 곳도 많기는 하나 구체적인 사업에 대한 기획관리부서는 별도 사업본부에 위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무와 관련된 직·간접적인 업무를 모두 재무 조직으로 구성해 이 CFO의 운신 폭을 넓힌 것으로 해석된다. CFO에 많은 힘을 실어주는 LG그룹의 인사 기조가 밑바탕이 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사업 특성상 법무 업무와 사업기획 업무가 재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이유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과 벌였던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승리한 뒤 2조원의 합의금을 챙긴 바 있다.
또 LG에너지솔루션의 수주잔고가 300조원에 달하는 만큼 CFO 조직에서 주력 제품인 자동차전지, 소형전지 기획 업무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CFO 밑에는 전무급 임원 1명과 상무급 임원 5명 등 총 6명의 임원이 각기 다른 조직을 이끌고 있다. 재무조직에서 이 CFO를 제외한 유일한 전무급 임원으로는 법무실장인 한웅재 전무가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법무 업무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법무실을 맡은 한 전무는 검찰 출신으로,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전이 이어지던 2019년 전지사업본부가 분할되지 않은 LG화학으로 영입됐다. 이 CFO와 같은 시기에 LG화학 임원으로 선임된 점이 눈에 띈다.
법무실 외에 CFO 산하 임원 조직은 금융담당, 회계담당, 기획관리담당, 자동차전지기획담당, 소형전지기획담당이 있다. LG화학을 포함한 LG그룹 계열사에서 2018~2020년 정기인사를 통해 임원으로 승진한 인물들이다. 이 CFO, 한 전무와 마찬가지로 LG에너지솔루션이 출범한 직후 회사에 합류한 초기 멤버들이다.
LG화학이 아닌 계열사 출신으로는 이상현 금융담당 상무와 황규선 자동차전지기획담당 상무가 있다. 1976년생으로 CFO 조직 임원 중 가장 젊은 이 상무는 2020년 말 LG에너지솔루션 출범과 동시에 상무로 승진했다. 직전까지는 ㈜LG 재경팀에 소속돼있었다. 금융담당 임원은 CFO 조직에서 가장 핵심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금조달 등 금융 관련 업무를 맡는다.
황규선 상무는 LG전자에서 2019년 말 인사를 통해 임원으로 승진했다. 1년여간 LG전자 CFO부문에서 BS기획관리담당 상무로 재직하다가 LG에너지솔루션으로 자리를 옮겼다. LG전자의 BS는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뜻한다. 황 상무가 LG전자에서 쌓은 B2B 사업 기획관리 경험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 기획관리 업무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장승권 회계담당 상무는 2019년부터 LG화학에서 경리담당 임원으로 일했다. LG에너지솔루션 출범 직후 자리를 옮겨 회계담당을 맡기 시작했다. 김경훈 기획관리담당 상무, 최재용 소형전지기획담당 상무는 LG화학에 다니다가 LG에너지솔루션 출범과 동시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밖에 IR과 업무혁신, 감사지원팀, 오창관리 등은 별도 임원없이 책임급 직원이 이끄는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