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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인사 코드

LG그룹 CFO, 사내이사는 기본…위기관리까지 총괄

②타 그룹 CFO들보다 높은 위상

박기수 기자  2022-06-30 16:18:21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더벨이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LG그룹 최고재무관리자(CFO)들은 전통적 의미의 CFO와는 거리가 있다. 재무 업무만을 관장하는 '금고지기' 이상의 역할을 맡는다. 경영자 관점에서 전사 상황을 파악하고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는 등 다른 기업 CFO들은 하지 않는 업무들을 LG에서는 맡는다.

그만큼 사내 위상에서도 다른 그룹 CFO들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LG그룹 CFO들은 전통적으로 예외 없이 모두 이사회에 진입해있다. 통상적인 오너 기업의 경우 오너와 CEO만 사내이사진을 이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LG그룹의 경우 CFO는 무조건 사내이사진에 속한다. 그만큼 재무와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 가치에 둔다는 의미다.

우선 지주사의 CFO인 하범종 ㈜LG 사장의 직책은 CFO '겸' 경영지원부문장이다. ㈜LG는 작년 말 COO 산하에 경영지원부문을 신설했다. 경영지원부문은 재경을 포함해 법무, 홍보, ESG 등 각종 지원 업무를 관장한다. CFO이지만 재무 분야에 한정된 업무만 보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차동석 LG화학 부사장과 이혁주 LG유플러스 부사장은 각각 리스크 관리 총책임자인 'CRO(Chief Risk Officer)·CRMO(Chief Risk Management Officer)'를 맡고 있다. 이들은 모두 회사 내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들을 선제적으로 감지하고 위기 발생 시 대응 하는 총 책임자다. 재무 영역 외 각종 경영 현안에 밝아야만 하는 자리인 셈이다.

LG전자의 CFO 배두용 부사장은 LG전자의 대표이사다. 올해 초 CEO로 부임한 조주완 사장과 각자 대표 체제를 이루고 있다. CFO의 대표이사직 역임은 다른 그룹은 물론 LG그룹 내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사례다.

이외 김홍기 LG생활건강 부사장,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전무, 김성현 LG디스플레이 전무, 안재용 LG헬로비전 상무, 송광륜 지투알 상무 등 상장사 CFO들은 이사회 내 적어도 한 곳 이상의 위원회에 속해있다. 대부분 내부거래위원회 소속이다. 김성현 LG디스플레이 전무의 경우 대표이사인 정호영 사장과 함께 경영위원회에 속해있다.



기타 대기업집단의 경우 CFO의 역할이 재경으로 한정된 경우도 있다. 가령 현대차그룹의 경우 계열사 CFO들의 직책이 '재경부문장'으로 한정된다. 서강현 현대자동차 부사장이나 주우정 기아 부사장, 배형근 현대모비스 부사장, 김원진 현대제철 부사장, 김영선 현대글로비스 부사장 등 대부분 CFO들의 직책이 재경부문장·재경본부장 등이다. 이외 기획·지원·관리 등에 특화된 임원들이 따로 있다.

CFO들이 이사회에 진입하지 못한 사례도 많다. SK그룹의 경우 지주사 SK㈜를 비롯해 SK텔레콤·SK이노베이션·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의 CFO들이 모두 미등기임원이다.

재계 관계자는 "LG그룹의 CFO는 재무 영역 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를 알아야 한다는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라면서 "다른 그룹에 비해 CFO의 위상이 비교적 높아 자연스럽게 책임 소재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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