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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 없지만 라인페이타이완에 있는 것은

'모든 주주 공평하게 대우' 의무 명시, 이사 과도 겸직 등은 부담

이돈섭 기자  2024-12-10 16:02:13

편집자주

기업은 본능적으로 확장을 원한다. 모이고 분화되고 결합하며 집단을 이룬다. 이렇게 형성된 그룹은 공통의 가치와 브랜드를 갖고 결속된다. 그룹 내 계열사들은 지분관계로 엮여있으나 그것만 가지고는 지배력을 온전히 행사하기 어렵다. 주요 의결기구인 이사회 간 연결고리가 필요한 이유다. 기업집단 내 이사회 간 연계성과 그룹이 계열사를 어떻게 컨트롤하는지를 살펴본다.
최근 라인페이타이완(대만)이 라인 해외 서비스 중 처음으로 증시에 상장했다. 지배구조 구조상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 지배력이 라인페이타이완에도 미치고 있으나 대만 현지 법을 적용해 거버넌스 구조를 구축한 결과 국내 기업에 비해 한발 앞서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배주주뿐 아니라 일반주주까지 모든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하도록 거버넌스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명시적 규정을 밝히고 있는 점 등이 눈에 띈다.

◇라인파이낸셜 정웅주 중심 이사회…다양성 확보 성과

라인페이타이완은 라인파이낸셜의 자회사다. 네이버가 일본 소프트뱅크와 5대 5 합작 설립한 에이(A) 홀딩스가 산하에 라인야후(LY) 코퍼레이션을 두고 라인야후는 자회사 라인파이낸셜 밑에 라인페이타이완을 둠으로써 네이버·소프트뱅크→A홀딩스→라인야후→라인파이낸셜→라인페이타이완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라인야후는 지난해 11월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이사회를 일본인 위주로 개편한 상태다.

라인페이타이완 이사진에 모회사인 라인파이낸셜 인사들이 포함돼 있는 것도 이런 지배구조와 무관치 않다. 라인페이타이완 이사회는 사내이사 5명과 사외이사 4명 등 총 9명의 이사진으로 구성돼 있는데 사내이사진에는 현지 시니어급 임원과 주주사인 타이페이 푸본 뱅크 측 이사 등 3명 외에도 정웅주 대표(사진)와 권오현 이사 등 국내 인사도 포함돼 있다. 정 회장과 권 이사는 모두 라인파이낸셜 이사직을 겸임하고 있다.
[이미지=라인페이타이완 공시]
이 밖에도 정 대표는 현재 라인페이타이완의 자회사 라인페이플러스와 손자회사 라인비즈플러스, 라인파이낸셜의 또 다른 자회사인 라인뱅크타이완 등 라인파이낸셜 산하 자회사 이사회에 이름을 상당수 올려놓고 있다. 권 이사 역시 라인페이플러스 등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라인페이타이완이 일본 소재 라인야후의 직접적 지배력 자장 안에 있지만 실질적 기술 제휴는 네이버 측 인사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 뚜렷하다.

사외이사진에는 법률과 회계, 자산운용, 경영 등 다양한 분야의 현지 전문가들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대만 현지 로펌 리앤리(Lee and Li) 출신 조세핀 펑(Josephine Peng)과 인포셰어테크(InfoShare Tech) 법률사무소의 벤 리우(Ben Liu) 시니어 파트너, 벤처캐피탈 다윈벤처(Darwin Venture) 매니지먼트의 케이 린(Kay Lin) 파트너, 디지털 마케팅 기업 옴인사이트(OMNInsight)의 앤드류 루(Andrew Lu) 전 최고경영자(CEO) 등이다.

사외이사진은 대만 회사법이 규정하고 있는 상장사 이사회 구성 요건에 따른 것이지만, 이사진 연령대가 3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는 점과 현직 업계 종사자(케이 린)가 이사회에 포함됐다는 면에서 다양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전체 9명 이사진 중 4명(44.4%)이 여성으로 채워져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사회 산하에는 감사위원회와 보상위원회 등이 설치돼 있는데 두 위원회 모두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돼 있다.

◇ 이사회 투명성 강화 장치 마련 '모든 주주 공평하게'

눈에 띄는 점은 대만 증권거래소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사회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들을 상당수 마련한 것이다. 라인페이타이완은 홈페이지상 거버넌스 모범 원칙을 공개하고 있는데, 해당 원칙에서는 주주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고 이사회 권한을 강화하며 기업 이해관계자 권리와 이익을 존중한다는 내용(2항)뿐 아니라 기업 거버넌스 시스템은 모든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토록 설계해야 한다(4항)는 내용 등을 기재하고 있다.

또 자산의 취득과 처분, 대출, 보증 등 금융거래를 체결할 때는 운영 절차를 수립해 주주총회에 보고한 뒤 승인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규정(12항)도 있다. 한국과 다르게 사외이사의 경우 본인이 재직하는 기업의 주식을 소유하는 데 제한을 둠(24조)으로써 사외이사 독립성을 확보하는 점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이사 보수에 기업의 장기 경영성과를 반영해 운영해야 한다는 점(26조)을 적시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국내의 경우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에 대한 의무를 상법 안에 명시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데 대만 상장사의 경우 거래소 가이드라인을 통해 개별 기업이 관련 내용에 대한 책임과 절차 등을 명문화해 주주들에게 공개하고 있는 셈이다. 대만은 금융감독관리위원회(FSC) 주도로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로드맵을 꾸준히 개정하면서 기업 이사회 의무와 기능뿐 아니라 정보 투명성을 강화해 왔다.

한 거버넌스 전문가는 "각국의 기업 거버넌스 정책은 그 나라의 문화와 수준에 맞게 제각각인 점은 사실이고 이를 획일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 역시 어려운 것도 맞는 얘기"라면서도 "대만의 경우 기업의 국제화 추세를 고려해 수년 전부터 거버넌스 제고 노력을 해왔고 그것이 외국인 이사진 영입을 통한 다양성 확보나 이사회 실질적 운영 과정의 투명성 제고 노력에 일정 부분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은 맞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웅주 회장과 권오현 이사 등 라인파이낸셜 인사가 다양한 계열사 이사직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대만의 경우 당국과 주주 등의 이해를 받으면 계열사 이사를 겸직하는 것이 가능해 문제는 없지만 그룹 내 겸하는 직책이 많다는 데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1972년생인 정 회장은 연세대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링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 네이버 페이먼트 사업 분야에 주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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