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사회 의안에는 인사부터 재무, 투자, 사회공헌, 내부통제 등 기업 경영을 둘러싼 다양한 주제가 반영돼 있다. 안건 명칭에 담긴 키워드를 살피면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와 경영진의 관심사, 사업 방향성이 드러난다. THE CFO는 텍스트마이닝(text mining) 기법을 활용해 주요 기업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 명칭 속 단어 빈도를 분석하고 핵심 키워드와 기업의 관계를 살펴본다.
LS전선이 글로벌 전력망 시장이 팽창하는 흐름에 올라탔다. 사업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2030년까지 연 매출 1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밑그림도 그렸다. 거대 구상을 추진하는 노력은 이사회 의사결정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2020년 이래 5년간 LS전선 이사회가 처리한 179건 중 21건이 출자, 증자 등의 키워드와 관련돼 있다. 전력케이블과 전기차 밸류체인에 초점을 맞춰 '투트랙(two-track)'으로 사업 보폭을 넓히는 양상이다.
◇유증 6회, 설립 5회 등장 2020년 이래 올 상반기까지 LS전선 이사회에는 의안 202건이 상정됐다. 찬반 가부를 결정하는 의결 안건이 179건, 단순 청취하는 보고사항으로 기재된 사안은 23건으로 나타났다. 사업보고서, 반기보고서 등에 적시된 안건명을 키워드로 분류해 언급 빈도를 집계한 결과 △승인(72회) △한도(41회) △자기거래(29회) △이사(24회) △집행임원(22회) △증액(17회) 등의 순으로 많이 거론됐다.
이사회 의안 명칭 속 단어 가운데 사업 확장과 연관된 열쇳말이 눈길을 끈다. '유상증자'가 6회 언급됐고 '설립'이라는 단어도 5회 등장했다. 이외에도 신규법인은 4회 적시됐고 △확장 △투자 △출자 등의 키워드는 세 차례씩 기재됐다. 이들 단어가 명시된 의안은 총 21건으로 최근 5년간 의결한 안건 179건 가운데 11.7% 비중을 차지했다.
LS전선 이사회가 사업 확장에 공력을 기울이는 배경은 세계 전력망 시장의 확대가 가속도를 낼 거라는 판단과 맞닿아 있다. LS전선은 전력케이블과 통신케이블을 제조하고 판매하는데 특화된 기업이다. 해상풍력단지 건설 활성화, 국가간 전력 인프라 연결 추세 등을 감안하면 초고압직류(HVDC) 케이블 수요가 팽창하리라는 기대가 형성됐다.
올 9월에는 '밸류업 데이(Value-up Day)' 행사를 열고 2030년까지 연결기준 매출 10조원을 달성하는 목표도 제시했다. 실적 향상을 염두에 두고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솔루션 사업을 확대하는 구상도 그렸다. 사내이사 구본규 LS전선 대표는 당시 설명회에서 "LS에코에너지와 협력해 유럽, 아시아, 미주에 공장을 구축하겠다"며 "LS마린솔루션과는 케이블 공급부터 시공, 유지·보수까지 아우르는 턴키 솔루션을 완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사업 확장을 추진하는데 기여하는 핵심 수단이 유상증자다. 계열사에 자금을 공급해 설비를 증설하고 생산능력(CAPA)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올해의 경우 상반기에 3건을 심의했다. 올 4월 전기차 부품 생산업체 LS이브이코리아에 400억원 출자를 결정하며 첫 발을 뗐다.
같은 달에는 한국미래소재 주주배정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110억원을 집행했다. 전북 군산에 동박용 구리 신소재 '큐플레이크'를 양산하는 공장을 짓는데 쓰였다. 해저케이블 시공사 LS마린솔루션 역시 LS전선에서 350억원을 받았다. 기존에는 연안 운항만 가능한 포설선을 보유했던 만큼 대양에서도 항해할 수 있는 선박을 구입하는데 투입됐다.
◇지분 현물출자, 조인트벤처 지원 '다양한 방식' LS전선 이사회의 유증 참여 안건 의결은 하반기에도 계속 이어졌다. 올 11월 초 한국미래소재에 170억원을 추가 납입해 설비 투자금을 지원했다. 이달 19일에는 가온전선이 2042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증 참여를 승인하고 LS 케이블&시스템 USA(LSCUS) 지분 82%(2만4601주)를 현물출자했다.
LSCUS 지분 일체를 가온전선이 보유하게 되면서 북미 현지 사업의 이원화 체계를 굳혔다. 중저압 케이블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역할은 가온전선이 주력으로 삼고 있다. 대신 초고압 케이블 제조·보급은 LS전선이 수행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이사회에서 의결한 출자 의안 역시 눈길을 끈다. 지난해 2월 LS-HAI 조인트벤처(JV) 지분 출자안 가결과 같은 해 4월 LS EVC 출자를 승인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2건은 모두 전기차 밸류체인과 맞물렸다.
LS-HAI JV는 LS전선과 오스트리아 기업 '하이(HAI)가 합작 설립한 업체다. 경북 구미 국가산업단지에 전기차 전용 알루미늄 부품 생산공장 건립을 추진했는데 LS전선은 LS-HAI JV 주식 일체를 675억원에 취득한 뒤 HAI에 지분 33.3%를 넘겼다.
LS EVC는 전기차 부품의 일종인 구리 세각선을 제조하는데 특화된 회사다. 300억원을 출자했는데 지원한 자금 가운데 250억원이 동남아 합작법인 쿠릭스로 흘러들었다. 지난해 LS EVC는 SK넥실리스와 맞손을 잡고 말레이시아 사바 주에 동박 원료 생산시설을 세우는 계획을 수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