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이 1조원을 투자해 미국 최대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한다. 2027년 준공을 목표로 내년 착공한다. 완공 시 전 세계 가장 높은 200m의 전력 케이블 생산타워가 된다. 10년간 연평균 30% 이상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 해저케이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목적이다.
관건은 재무부담을 최소화다. 국내외로 투자를 이어간 탓에 LS전선의 재무 부담은 이미 가중된 상태다. 연간 현금창출력을 상회하는 투자금을 차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번 투자 경우 미국 정부 보조금을 제외하면 약 8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외부 조달을 통한 자금 마련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신용평가 업계는 수익성 개선이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번 투자로 LS전선의 재무건전성이 단번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란 평가다.
◇현금성 자산 5000억 수준, 은행권 적극 활용 관측 LS전선이 버지니아주 정부로부터 받게될 이번 공사 보조금과 세제 혜택은 4800만달러(약 662억원) 정도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미국 에너지부(DOE)가 지급하는 보조금은 9900만달러(약 1366억원)다. 총 1억4700만달러(약 2028억원) 규모의 지원금을 확보한 셈이다. 미국에 진출한 전선 기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지원을 받게 됐다.
다만 1조원에 달하는 투자 규모를 감안하면 보조금으로는 역부족이다. 8000억원가량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공사에 투입해야 한다.
1분기 말 기준 LS전선의 현금성 자산은 4090억원이다. 당장 현금화 가능한 금융기관 예치금 1114억원까지 감안하면 유동성이 5000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현금성자산을 모두 투입할 수는 없는 만큼 대다수 투자비는 외부 조달이 불가피해 보인다.
LS전선 측은 아직 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도 조달을 위한 움직임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착공 일정을 감안하면 적어도 올 하반기 계획을 마무리 짓고 조달 채비에 나서야 한다. 그동안 LS전선이 회사채 발행을 위해 매년 꾸준히 시장을 찾았다는 점에서 보면 이번에도 같은 방식 조달 카드를 적절히 활용할 전망이다.
다만 LS전선은 그동안 순발행보다는 주로 차환발행을 목적으로 발행을 이어왔다. 1분기 말 기준 회사채 발행잔액은 7100억원이다. 기업어음(CP)은 단기자금을 조달하는 데 사용해 왔다. CP 발행잔액은 3500억원 수준이다.
이 기간 전체 차입금 규모는 2조5716억원에 달한다. 회사채와 CP를 제외한 대부분이 은행권에서 끌어온 대출이란 의미다. 리스부채 잔액은 348억원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LS전선의 은행권 차입 금액은 1조4768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2020년 말 기준 약 8600억원 수준이던 은행권 차입은 약 3년 만에 6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결국 회사채를 통한 조달 보다는 이번 투자비 마련 역시 은행권을 통해 끌어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LS전선이 은행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추가적인 조달에서 은행권을 찾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라며 "A등급이지만 그동안 안정적인 사업성으로 회사채가 흥행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이를 통한 조달도 가능해보인다. LS그룹 계열사의 IPO가 이어지며 주관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LS전선이 조달에 나선다면 적극적인 지원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7년간 잉여현금흐름 '마이너스', 차입 급증에 이자비용 부담 이번 미국 투자에 앞서 LS전선은 국내에서도 생산라인 증설 등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현금창출력을 넘어서는 투자로 2017년 이후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에서 LS전선의 투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는 배경이다.
LS전선은 해저케이블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동해공장 2~4공장을 증설했다. 이 과정에서 5000억원 이상 투입됐다. 2025년 하반기에 들어설 예정인 5공장에는 1000억원이 소요된다. 이외에도 해저케이블 시공사 LS마린솔루션(구 KT서브마린) 인수 등 대규모 지출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312억원이다. 유무형자산 취득은 2205억원 수준을 나타냈다. 여기에 각종 비용과 세금 등을 포함하면 작년 LS전선의 잉여현금흐름은 -1788억원이다. 그나마 올 1분기에는 수익성 개선과 지출 감소로 752억원대 흑자흐름으로 전환했다.
영업활동으로 투자비 감당이 안되다 보니 2017년부터 차입을 지속해 늘려왔다.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2016년 말 9667억원에서 2024년 1분기 말 기준 2조5716억원으로 7년 새 2배 넘게 늘었다. 1분기 말 LS전선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223.7%, 42.7%다.
작년 금융비용으로 지출한 금액만 1416억원에 달한다. 1분기 금융비용은 351억원으로 단순 추산하면 올 한해도 비슷한 수준의 금융비용 지출이 점쳐진다.
미국 공장 투자로 차입금 8000억원을 추가로 차입할 경우 LS전선의 재무부담 확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신용평가 업계는 계속되는 CAPEX 투자 부담에도 주요국의 인프라 투자 증가로 안정적인 이익창출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점을 주목하고 있다. 전선 부문 축소 등의 개편으로 초고압케이블 등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한국기업평가는 "단기간 내 유의미한 재구구조 개선은 어렵지만 일정 수준 차입부담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익성 개선을 통한 안정적인 영업현금창출력으로 연간 투자 자금의 상당 부분을 충당해 나갈 것이다. 보유자산을 기반으로 우수한 재무융통성도 감안해야 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