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 제조사 '모토닉'이 넉넉한 현금성자산을 확보한 반면, 설비 등 사업 관련 투자 활동엔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가총액보다 많은 현금을 쌓아두고 있지만 주로 금융상품으로 예치할 뿐 신사업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 해외에 거점을 둔 종속회사도 모두 정리하며 글로벌 시장 확장에도 제동이 걸렸다.
모토닉은 올 3분기 투자활동현금흐름이 6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투자활동에서 지출한 금액보다 유입된 현금이 많다는 뜻이다. 단기금융상품 예치 대금이 감소해 유입된 현금이 2300억원으로 가장 비중이 컸다. 매각예정비유동자산을 처분한 금액도 100억원 가량 잡혔다.
모토닉의 투자활동은 정기예금 등 안전자산과 관련한 활동이 대부분이다. 평소 보유 현금을 대부분 금융상품에 예치해두는 재무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올 3분기 말 기준 단기금융상품은 3078억원으로 전체 유동자산의 83%를 차지하고 있다. 보유현금은 266억원이다. 이를 모두 고려한 현금 유동성은 3300억원 규모다.
금융자산에도 일부 투자하고 있다. 채권 비중이 가장 크고, 나머지는 지분상품이다. 올해 금융자산을 늘리는데 총 190억원을 지출했다. 3분기 기준 당기손익 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으로 우리금융신종자본증권, KBSTAR KIS국고채30년, KOSEF 국고채10년물 등이 잡혔다. 일본 법인 NIKKI를 비롯해 채널에이 지분도 15억원치 들고 있다.
반면 사업 투자엔 소극적인 모습이다. 모토닉의 설비투자(CAPEX) 지출 현황을 보면 2019년 70억원, 2020년 44억원, 2021년 22억원을 기록하며 전체적으로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올 3분기 유형자산 취득에 지출한 금액도 15억원에 채 못 미쳤다. 지난 몇년간 R&D(연구개발)에 투입한 금액도 전체 매출액 대비 2% 수준에 그쳤다.
더불어 해외 법인도 철수 중에 있다. 현재 각각 중국과 인도에 있는 자회사 '북경 모토닉'과 '모토닉 인디아'를 정리하고 있다. 글로벌 고객사 확장, 신규 수주 물량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으며 영업 중단을 결정했다. 이를 모두 정리하면 국내 법인만 남게 된다. 모토닉은 올해 북경모토닉의 토지사용권과 건물을 매각했고, 68억원의 비유동자산 처분 이익을 인식했다.
업계는 모토닉의 낮은 성장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 업계 한 관계자는 "좋은 말로 내실경영이라 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성장에 대한 의지가 크지 않아보인다"며 "작금의 자동차 부품 시장은 어제의 파트너가 오늘의 적이 되는 무한경쟁 상황이다 보니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모토닉은 현재 뚜렷한 신사업 로드맵이 없는 상황이다. 전기차 시장 확대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관련 아이템을 찾는 정도다. 당장 향후 1~2년내 가시화되는 신사업 포트폴리오는 없을 전망이다. 다만 기존에 생산하던 자동차 부품들을 개선하는 정도의 작업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모토닉 관계자는 "평소 안전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경영 정책을 가져가고 있다"며 "신규 해외 법인 설립 등 글로벌 확장 계획도 현재는 없다"고 설명했다.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다 보니 주가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작년 1월 주당 1만5000원대에 거래됐던 주식은 이달 80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올 10월 52주 최저가인 7330원까지 떨어졌다가 반등했다. 이달 기준 시가총액은 2800억원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