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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CFO

숫자가 인격이자 생명이라는 이창실 부사장

⑧엔솔 초대 CFO로 수익 구조 개선 기여…이제는 '자금 통제력' 주목

박기수 기자  2024-11-01 08:32:17

편집자주

CFO를 단순히 금고지기 역할로 규정했던 과거 대비 오늘날의 CFO는 다방면의 역량을 요구 받는다. CEO를 보좌하는 역할을 넘어 견제하기도 하며 때로는 CEO 승진의 관문이 되기도 한다. 각 그룹마다 차지하는 CFO의 위상과 영향력도 상이하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영향력과 존재감 대비 그리 조명 받는 인물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용한 자리에서 기업의 안방 살림을 책임지는 이들의 커리어를 THE CFO가 추적한다.
차가운 자본주의와 냉정한 수치들, 시장과 회사의 논리 싸움이 벌어지는 실적발표회에서 '인격'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기업공개(IPO)를 마치고 상장사가 된 뒤 처음으로 실시한 2022년 1분기 실적발표회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창실 부사장(당시 전무, 사진)은 "현재 숫자가 결국 인격이고 생명이다"라는 멘트를 던지면서 2분기 매출 전망을 내놨다. 참 'CFO스러운' 발언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주식시장의 특급 대어로 떠오른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시장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아온 기업 중 하나다. 그러나 전기차(EV) 시장은 '완숙'은 커녕 '반숙'상태도 아니라는 분석이 짙었지만 기대감만큼은 대단했다. 그런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당장의 성과가 필요했다. 이 부사장의 '인격', '생명' 발언은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배터리 셀 업체 중에서 유의미한 실적을 내고 있는 기업이다. 심지어 EV 시장이 위축된 올해에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 효과를 누리면서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시장 상황 치고는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설립 후 상장, 투자, 성과 실현 등 여전히 LG에너지솔루션의 갈 길은 멀지만 초대 CFO인 이 부사장은 현재 수익·비용 구조를 구축하는 데 큰 기여를 한 인물로 평가된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철저히 원재료비 싸움이라고도 불린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처럼 대규모 시설 투자가 깔려서 매년 엄청난 규모의 감가상각비가 발생하는 산업이 아니다. 메탈 가격과 양극재 등 필수 원재료 가격의 향방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구조다. 실제로 전체 비용의 약 20%가 감가상각비인 디스플레이 산업 대비 LG에너지솔루션의 감가상각비 비중은 작년 기준 7% 수준이다. 이마저도 최근 공격적인 시설 투자가 이뤄진 결과다.

투자 확대가 이뤄지던 시절 이 부사장의 최대 관건은 원재료 '연동 계약'이었다. 메탈 뿐만 아니라 EV용 배터리의 원재료에 대한 연동 계약을 늘리면서 원가 상승분을 판가에 적용하며 스프레드 축소를 방어한 셈이다. 이 부사장은 2022년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원재료-판가 연동 작업이 거의 마무리됐다"고 밝혔던 바 있다.

이와 더불어 공장별 생산성 향상과 기본적인 원가 절감 노력도 이 부사장의 과제였다. 장기공급 계약 체결 역시 미래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는 요소다. LG엔솔은 글로벌 OEM들과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원가 상승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Benz), 미국 포드(Ford)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장밋빛일 줄만 알았던 EV 시장에 한기가 돌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순식간에 투자 기조가 바뀌었다. 2022년 6조2982억원, 작년 10조253억원 등 매년 수조원의 CAPEX를 집행했던 LG에너지솔루션은 이제 CAPEX 감축을 외치고 있다.

이 부사장과 LG에너지솔루션 재무 라인의 '통제' 역할과 그 중요성도 이전 대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는 수주 확보와 생산 능력(Capa) 확보를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최우선순위였다면, 이제는 현금 유출을 막고 차입금 증가세를 억제해 재무적 균형을 맞추는 일이 더 중요해 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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