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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지배자' KT&G의 생존 노력

김현정 기자  2024-10-18 07:49:15
작년 초 KT&G의 중장기 성장 전략과 재무제표를 함께 들여다보고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떠올랐다. 수익성이 떨어져 영업현금흐름이 둔화된 상황 속에서 4조원에 가까운 신사업 CAPEX와 3조원가량의 역대급 주주환원 계획을 동시에 내놓았다. 상대적으로 움추려든 시기 욕심이 과하지 않나 생각했다.

하지만 KT&G 입장에서 두 가지 계획은 단순한 욕심이 아니라 생존과 맞닿은 문제였다. 최근 수년 국내 담배시장은 규제강화, 금연운동 등으로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40% 넘던 영업이익률은 20%대로 떨어졌다. KT&G는 해외사업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국내선 시장지배자이지만 경쟁이 거센 해외시장에서는 여러 사업자 중 하나일 뿐이었다.

KT&G는 현지화 전략, 공격적 투자를 내세워 ‘K-담배’를 세계에 알리는 데 힘썼다. 물이 들어오니 힘차게 노를 저어야 했다. KT&G가 계획한 대규모 CAPEX의 상당 부분은 카자흐스탄과 인도네시아, 터키 등 해외 신공장 건설에 쓰이고 있다.

강도 높은 주주환원도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해 국내외 사모펀드가 기업가치 제고를 요구한 데 이어 올 초에도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았다. 18년 전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과의 경영권 분쟁이란 악몽이 자꾸만 재현되는 만큼 특단의 주주환원 정책이 필요했다. 작년 창사 이래 첫 반기배당을 실시하는 한편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확대했다. 올 들어서 주주환원으로 나가는 돈만 대략 9000억원에 이른다.

이런 대규모 현금지출을 감내할 수 있는 건 그간의 ‘무차입경영’ 덕분이다. 워낙 우수한 재무건전성을 지닌 만큼 최근 1~2년 거액의 현금지출을 위해 차입금을 크게 늘렸어도 별 타격이 없다. 부채를 써야 할 타이밍에 제대로 쓰는 셈이다.

KT&G는 두 마리 토끼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해외매출이 나날이 성장해 국내 수요 감소분을 메우고도 남는다. 주주환원 의지도 시장에서 인정하는 분위기다. 작년 초 이래로 주가는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 일 년 만 해도 20% 넘게 상승했다. 지난달엔 KRX 밸류업 지수에 편입됐다.

'해당 자금유출 증가는 당사 재무구조에 부담이 될 수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중장기 성장전략 내 함께 언급된 주의 문구다. KT&G로서도 과도한 지출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강행'의 이유는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성장하지 않는 기업은 사장된다. 시장지배자도 예외일 순 없다. 안일할 수 있는 위치에서 바짝 긴장을 조인 KT&G의 미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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