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주요 금융지주 인사의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IBK캐피탈은 설립 이후 줄곧 IBK기업은행 출신들을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있다. 주로 부행장을 지내고 임기가 만료되거나 퇴임한 인사들이 대표로 선임되는 관행들이 이어졌다.
지난해 함석호 현 대표가 선임되면서 인사 기조도 뒤바뀌었다. 처음으로 내부 출신의 대표를 선임하며 이례적인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캐피탈업권에 대한 전문성과 역량이 요구되고 있어 이에 부합하는 인사로도 볼 수 있다.
◇업권 관련 전문성보다 관행적 인사 진행 IBK캐피탈은 1999년 기은캐피탈로 새롭게 출발한 이후 총 10명의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역대 대표 모두 IBK기업은행 출신으로 함석호 대표를 제외하면 부행장을 거쳐 대표 자리에 올랐다. IBK캐피탈은 IBK기업은행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사실상 IBK기업은행에서 대표 인사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지배구조 영향으로 부행장 출신 대표 선임이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전임 대표들의 주요 경력도 다양하다. 이윤희 전 대표 이후 지역본부장을 맡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카드, 신탁, 여신, 마케팅, 경영전략 등 다양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이윤희 전 대표는 신탁연금본부장을 지내다 IBK캐피탈 대표로 선임됐다. 유석하 전 대표는 경영전략과 글로벌자금시장을, 김성태 현 IBK기업은행장은 소비자보호와 경영전략을 담당했다.
캐피탈업과 관련한 여신 부문을 담당했던 대표는 이상진 전 대표와 최현숙 전 대표 두 명이다. 이상진 전 대표는 IB본부장을 거쳐 여신운영그룹장을 담당했다. 최현숙 전 대표는 여신관리부장과 카드사업그룹장, 여신운영그룹장 등을 역임했다.
IBK기업은행이 국책은행인 만큼 주요 계열사도 정부의 입김에 자유롭지 못하다. IBK캐피탈의 경우 최현숙 전 대표의 임기가 2022년 3월에 종료됐지만 1년이 지나서야 후임 대표를 선임할 수 있었다. 정권 교체 시기가 겹치면서 주요 인사가 중단돼 후임 인선이 지연됐다. 최현숙 전 대표는 연임 없이 IBK캐피탈을 1년 더 이끌었다.
◇함석호 대표, 회사 기틀 마련 후 최대 이익까지 달성 최현숙 전 대표 이후 차기 대표 인선이 길어지면서 인사 기조도 달라졌다. IBK캐피탈 부사장을 역임하던 함석호 대표
(사진)를 선임하며 최초 내부 승진 대표이사가 탄생했다. 통상적인 관례에 따라 부행장 출신 대표가 선임될 것이라는 업계 예상을 빗나가는 인사가 이뤄졌다.
함석호 대표는 IBK기업은행 출신이지만 1993년 IBK캐피탈에 입사해 설립 초기 회사의 기틀을 마련했다. 지난 30년 동안 IBK캐피탈에 몸담아 기업금융본부장, IB본부장, 미래성장본부장, 경영전략본부장 등 핵심 업무를 담당했다. 핵심사업인 기업금융본부를 두 번이나 맡으며 IBK캐피탈의 발전에도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함석호 대표는 어려운 영업환경 속에 부임했지만 실적 반등을 이뤄내는 성과를 거뒀다. 부동산PF와 관련해서도 리스크감리부를 신설하고 테마감리를 실시하며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투자금융 부문에서는 위탁운용사(GP)펀드를 확대하며 올해 상반기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함석호 대표는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최초 임기 2년을 마치게 돼 1년 연임이 가능한 상황이다. 전임 대표들 사례를 보면 이윤희 전 대표와 유석하 전 대표가 각 1년씩 연임에 성공했다. 이상진 전 대표부터는 연임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함석호 대표가 다시 연임 관행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