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사들은 프로젝트 펀드 주요 출자자(LP) 중 하나지만 딜클로징 유무를 좌우할 만큼 ‘큰손’은 아니다. 한 번에 쏠 수 있는 금액이 크지 않은 탓이다. 다만 앵커 LP를 확보하기 어려운 요즘 같은 시기엔 여느 기관들보다도 딜 종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씩 출자해주는 캐피탈사의 행보가 프로젝트 펀드 시장에서 ‘가뭄의 단비’ 역할을 해주고 있다.
캐피탈사 중에도 올해 결성된 프로젝트 펀드마다 빠지지 않고 LP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기관이 있다. IBK캐피탈이 그 주인공이다. 조달 금리 상승으로 중소형 캐피탈사마다 보수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지만, IBK캐피탈은 모회사로 IBK기업은행을 두고 있어 상대적으로 자금조달이 수월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수익 목적 투자뿐 아니라 정책 성격의 투자도 지향한다는 점 역시 투자가 활발한 배경으로 꼽힌다. IBK캐피탈에서 2007년부터 출자 업무를 맡아온 조영민 IB1본부장을 만나 고금리 시대 출자 전략과 기조를 물었다.
◇IB 자산총액 우상향, LP·GP로서 시장 내 입지 굳건
IBK캐피탈은 산은캐피탈, 신한캐피탈과 함께 국내 3대 캐피탈사 중 하나다. IBK캐피탈의 올해 10월 말 기준 영업자산 규모는 약 10조6000억원이다. 자산 포트폴리오 대부분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으로 구성됐다.
기업금융 자산은 기업 일반대출과 부동산PF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다. 기업금융1본부·2본부가 기업금융을 맡고 있다.
투자금융(이하 IB) 조직은 대부분 벤처기업에 대한 에쿼티와 경영권이 수반된 인수금융, 조합 출자, 벤처투자,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유가증권에 투자한다.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의 영업자산 내 비중은 대략 7대 3이다.
다만 소비자금융과 일반리스, 기타 할부금융 등이 줄어드는 틈을 타고 IB 자산 비중은 2020년 20%에서 2021년 24%, 작년 26.2%, 올해 10월 기준 26.4%로 매년 확대되고 있다. 조영민 수석부장은 “IBK캐피탈은 예전부터 IB 조직을 강조해왔다”며 “미래 먹거리는 수익성이 고정된 비즈니스보다는 업사이드가 열린 투자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IB 조직은 세부적으로는 IB1부·IB2부·IB3부·IB4부·PE부·창업벤처부·IB지원부로 나뉜다. IB1~4부는 주로 조합에 출자하는 LP 역할을 수행한다. 자산을 한 부서에서 모두 관리하기 힘들기 때문에 조직을 분리한 것으로, 부마다 거래처(주로 PE, VC)가 다를 뿐 출자 업무를 맡는 건 동일하다. PE부와 창업벤처부는 GP 업무를 활성화하기 위해 2021년 새로 꾸린 조직이다. LP 출자와 GP로서의 직접투자 비중은 올해 기준 각각 50%다.
캐피탈사들의 경우 대체투자 초기에는 GP 역할이 더 컸지만, 리만사태 이후 간접투자 니즈가 커지면서 LP 업무 비중도 확대됐다. 조 수석부장은 “2010년대 전까지는 GP로서 직접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리만사태가 터진 이후 큰 손실을 입으면서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를 선호하며 LP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고 말했다.
또 “지난 10년간은 장이 좋았고 캐피탈사들의 IB 시장 내 입지도 커졌다. 그 기간 사모펀드 시장도 커지면서 캐피탈사들이 LP로 출자하는 패턴이 정형화된 투자 형태로 자리 잡았다”면서도 “고금리 시기가 도래하면서 캐피탈사들도 보수적으로 투자에 접근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IBK캐피탈만의 차별화된 투자 성향은 수익성뿐 아니라 정책적 목적도 따진다는 점이다. IBK기업은행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정책금융기관의 정체성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IB부 내 PE부와 창업벤처부를 설립한 이유다. IBK기업은행이 초기기업에 대출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 IBK캐피탈은 GP로서 투자에 참여해 시드머니를 제공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 수석부장은 “LP 위주로 하다보면 안전한 곳 위주로 검토하기 때문에 대기업 딜 위주로 쏠릴 수밖에 없다”며 “다만 정책금융기관 역할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창업벤처부라는 조직을 통해 창업벤처 투자도 활성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방 안정성·현금흐름 탄탄한 기업에 ‘러브콜’
은행처럼 예적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캐피탈사는 금리 인상 시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레고랜드 사태와 금리상승 등으로 인수금융 금리가 두자리수까지 치솟았던 작년 하반기엔 캐피탈사마다 사실상 출자를 중단했다.
올해는 상반기 금리가 안정되고 주식시장이 살아나면서 LP 출자가 정상화됐고, 작년 하반기 소화되지 않았던 딜들이 상반기 많이 진행됐다. 그러나 하반기 새마을금고 출자 비리 및 PF 부실에 따른 뱅크런 사태로 메인 LP가 사라지면서 시장이 다시 위축됐다는 평가다.
조 수석부장은 “프로젝트 펀드 큰손이 사라진 데다 최근 금리가 다시 또 올라가고 있어 시장이 위축되는 분위기”라며 “공제회, 연기금 등 새마을금고를 대체할 수 있는 리딩 LP가 나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캐피탈사는 무조건 자본시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내년 금리가 올라가면 투자는 당연히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금리 시기 IBK캐피탈이 선호하는 투자 형태는 리턴이 작더라도 하방 리스크가 막힌 딜이다. 캐피탈사의 특성상 은행보다는 조달 금리가 높은 탓에 어느 정도의 리턴은 필요할 수밖에 없지만, 그보다 손실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섹터의 경우 2차전지와 반도체 등 성장성 높은 인더스트리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조 수석부장은 그중에서도 현금흐름이 탄탄한 기업 투자 건이 IBK캐피탈의 투자 성향과 맞닿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 구조조정 건이 나오면 매각할 때 현금이 많이 남아 있는 대상 물건들이 있는데, 이를 PE가 인수하면 매년 배당을 해서 인수금융을 상환하고 LP들에 배분하는 경우가 많다”며 “LP 입장에서는 일부라도 조기 회수가 가능하기에 현금흐름 좋은 기업에 투자, 인수하는 딜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성공적인 LP 확보를 위해서는 딜소싱이 가장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조 수석부장은 “성장산업에 해당하는 투자의 경우 하방 안정성이 있고 현금흐름 좋은 딜이 LP들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얻을 수 있다”며 “특히 비상장사 투자에서는 밸류에이션 협상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LP를 설득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본래 프로젝트 펀드 출자는 딜이 얼마나 좋은지가 핵심이기 때문에 과거에는 평판을 따지지 않았지만, 평판을 확인하려는 니즈가 생겨나고 있다”며 “최근 새마을금고 출자 비리 사태로 여러 운용사들이 정상 영업에 차질을 빚는 등 사고가 났기 때문에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LP들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가 가장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조 수석부장은 2007년부터 IBK캐피탈 IB본부에 합류했다. IBK캐피탈 중국 상해 거래소에 파견된 2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LP 출자를 맡으며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다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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