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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인사코드

NH농협캐피탈, '신경분리' 이후에도 중앙회 출신 일색

주요 계열사 거쳐 대표 부임…임기 2년 관례 고수

김경찬 기자  2024-09-09 15:2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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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주요 금융지주 인사의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NH농협캐피탈의 대표이사는 정통 '농협맨'들이 차지하고 있다. 역대 대표 모두 농협중앙회에서 경력 대부분을 보냈다. 2012년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 이후로는 농협은행, 농협생명 등 주요 계열사를 거친 대표를 선임하는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이사 임기는 2년을 넘기지 않고 있다. 통상 '2+1년' 임기를 보장하는 다른 캐피탈사와 다른 인사 기조다. 올해 연말 임기가 끝나는 서옥원 현 대표가 관례를 깨고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태순 전 대표, 캐피탈서 영업 성과 인정받아 승진

NH농협캐피탈은 2008년 농협중앙회가 인수한 이후 총 9명의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이들은 농협중앙회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2012년 농협금융지주가 별도 설립됐지만 농협중앙회가 최대주주로서 계열사 인사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캐피탈 뿐만 아니라 은행, 생보, 손보, 저축은행 등 계열사 대부분 중앙회 출신을 대표로 선임하고 있다.


신경분리 이후 처음 선임된 김종화 전 대표는 1973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당진군지부장, 대전지역본부장 등을 지냈다. 농협은행에서는 1년간 준법감시인을 맡았다. 김종화 전 대표는 지부장 시절 2년 연속 우수경영자상을 받는 등 영업력을 인정받아 NH농협캐피탈 대표로 발탁됐다.

고태순 전 대표의 경우 NH농협캐피탈에서 내부승진한 첫 사례다. 고태순 전 대표는 1979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농협은행으로 적을 옮겨 서울영업부장, 전남영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NH농협캐피탈 영업총괄 부사장으로 부임해 2년간 순이익을 2배 이상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고태순 전 대표는 영업·여신심사 전문성과 업무경험을 인정받아 대표 자리까지 올라가게 됐다.

고 전 대표의 뒤를 이은 이구찬 전 대표는 2012년 이후 유일하게 금융지주 계열사 경력이 없는 대표이사다. 1987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오로지 농협중앙회와 상호금융에서 근무하며 2금융권에서만 몸담았다. 상호금융에서는 상호금융여신부 단장과 투자부 단장, 기획부장, 수신부장, 상호금융자산운용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서옥원 대표 임기 만료, 연임 성공 가능성은

NH농협캐피탈은 대표이사 임기를 '2년'으로 고수하고 있다. 김종화 전 대표부터 이신형 전 대표, 고태순 전 대표, 이구찬 전 대표까지 임기 2년을 충족했다. 그러나 이구찬 전 대표 이후로는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박태선 전 대표는 부임 1년 만에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장에 선임됐으며 조두식 전 대표는 실적 부진으로 9개월 만에 물러났다.

조두식 전 대표의 경우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에 이어 농협생명까지 두루 섭렵한 '영업통'으로 평가받았다. 2022년 NH농협캐피탈 리테일금융본부 부사장으로 부임하자마자 경영공백에 따른 대표로 승진하게 됐다. 그러나 금융지주계열 캐피탈사 중에서 NH농협캐피탈만 나홀로 역성장하며 이른 대표 교체가 이뤄졌다.
서옥원 NH농협캐피탈 대표이사

농협금융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서옥원 대표로 교체를 단행했다. 서옥원 대표는 농협중앙회에서 중소금융팀장, 기업금융팀장 등을 지낸 기업금융 전문가다. 농협은행에서는 지점장과 본부장을 맡아 개인금융 경험도 풍부하다. 농협중앙회 상호금융리스크심사본부장도 담당한 경력이 있어 양적·질적 성장을 이뤄낼 적임자로 평가했다.

서옥원 대표는 올해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구찬 전 대표 이후 약 4년 만에 임기 2년을 채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NH농협캐피탈은 이기만 전 대표 이후 대표 임기가 2년을 초과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서옥원 대표가 관례를 깨고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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