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에는 뛰어난 개인 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하지만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중요한 척도다. 기업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분석해본다.
현대자동차 이사회 내 사외이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대학교수'다. 대학교수 사외이사의 전문분야에 천착, 이사회 면면을 다양화한다는 취지다. 현대자동차 사외이사들은 통상 3년 임기로 최초 선임된 이후 3년 임기를 더 부여받아 총 6년의 임기를 채우고 있다. 사내이사에는 경영과 생산, 재무 등을 담당하는 C레벨 임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토요타자동차의 경우 현대자동차와 달리 세무와 회계, 기술 등 기업 내부 업무를 외부에서 조언할 수 있는 인사가 참여하지 않는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관료와 변호사, 교수 등 사외인사들의 면면은 비교적 다양한 편이다. 현대자동차와 토요타자동차 모두 외국인과 여성 등이 사내외 이사로 이사회 경영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 현대차 사외이사 7명 중 4명이 대학교 수…전문성 우대
현대자동차는 올해 3월 정기주총에서 이사회 구성원을 기존 11명에서 13명으로 확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정기주총 때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 등을 감안해 사내외 이사들을 추가 기용했지만, 정기주총 이후 R&D 총괄로 사내이사를 맡았던 박정국 전 사장이 중간 사임하면서 사내이사 5명과 사외이사 7명 등 총 12명 현 구조가 형성됐다.
사내이사에는 C레벨 임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 CEO를 맡고 있는 장재훈 사장을 비롯해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담당하고 있는 호세무뇨스 사장, 국내생산을 총괄하는 이동석 사장, 기획재경을 지휘하는 CFO 이승조 전무 등이다. 그간 R&D 총괄 임원이 이사회에 진입했던 것을 감안하면 내년 신규 사내이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있다.
사외이사 이력은 다양하지만 대학교수 비중이 높 은 점이 특징이다. 현재 7명의 사외이사 중 대학교수로 일하고 있는 이사는 모두 4명. 2019년 3월부터 올해로 5년째 사외이사로 일하고 있는 이상승 서울대 경영학부 교수를 비롯해 이지윤 카이스트 항공우주학과 교수, 장승화 서울대 법과대 교수,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 교수 등이다.
다만 현대자동차 이사회는 해당 사외이사들의 대학교수직 자체를 중요시했다기보다는 이들이 각 분야의 전문가란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이상승 교수는 국민경제자문위원회 자문위원과 아시아태평양 경쟁커뮤니티 회장 등을 역임, 거버넌스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이상승 교수는 2020년부터 삼성물산 사외이사직도 겸직하고 있다.
이지윤 교수의 경우 미래기술 분야 전문가라는 점에 착안했다. 미국 항법학회 이사로 활동하기도 한 이지윤 교수는 국제 위성항법 분야 전문가로 알려져 있는 인물. 장승화 교수는 통상 전문가로 국제중재법원과 세계무역기구 등에서 근무했고 최윤희 교수는 법률 전문가로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와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로 활동했다.
거버넌스와 미래기술, 국제통상, 법무분야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에 더해 윤치원 사외이사와 유진오 사외이사는 금융분야 전문가로 심달훈 사외이사는 세무분야 전문가 등으로 이사회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과거 정몽구 회장 시절에도 변호사와 세무사, 마케팅, 경영전략 부문에서 전문 가를 사외이사로 꾸준히 영입한 바 있다.
통상 현대자동차 사외이사들은 재임을 거쳐 총 6년의 임기를 채운다. 지난 3월 임기 만료로 퇴임한 최은수 전 사외이사의 경우 2017년부터 6년을 근무했고 2021년 사직한 이동규 전 사외이사 역시 2015년부터 6년을 일했다. 2021년 선임된 심달훈 이지윤 두 이사는 올 3월 재임에 성공, 이슈가 없는 한 6년의 임기를 채울 것으로 관측된다.
◇ 토요타자동차 감사위원 사외이사 1년 단위 재계약
토요타자동차의 사외인사 면면은 비교적 간소화한 편이다. 토요타자동차의 경우 일본 회사법 상 감사위원회설치법인 형태를 띄고 있다. 이사회가 경영진 보고를 받아 최종 경영 의사결정을 내리고, 이 이사회 활동을 별도의 감사기구가 감독하는 형태다. 우리나라와 달리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이 별도로 분리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외이사와 사외감사 등이 사실상 우리나라 사외이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먼저 토요타자동차 이사회는 사내이사 6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내이사에는 토요타아키오 회장을 비롯해 하야카와시게루 부회장, 사토코우지(CEO), 나카지마히로키(CTO), 미야자키요우이치(CFO), 사이몬험프라이즈(CBO) 등이 포함됐다.
사외이사에는 우리나라 대통령 비서 역할을 담당한 스가와라 이쿠로 전 내각관방참여를 비롯해 필립 크레이븐 전 국제패럴림픽 위원회장, 오오지마 마사히코 전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부회장, 오오소노 에미 히토츠바시대학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스기와라와 필립 사외이사의 경우 올해로 6년째 토요타자동차 사외이사로 일하고 있다.
사외감사로는 조지올콧 교수와 캐서린오코넬 변호사, 오사다히로미 전 기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면면은 비교적 다양한 편이지만 현대자동차와 같이 세무와 회계, 기술 분야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지 않은 점은 눈에 띈다. 경영진의 일은 경영진 안에서 해결하는 일종의 경영진 위주의 경영 문화가 돋보인다는 평가다.
토요타자동차는 매년 6월 정기주총을 개최해,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매년 새롭게 선출한다. 1년의 임기를 받고 매년 계약을 갱신하는 셈이다. 스기와라와 필립 사외이사의 경우 6년 연속 재임에 성공했다. 스기와라와 필립 사외이사는 모두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후보를 선출하는 임직원인사안책정회의 멤버로 직접 참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윤치원·이상승·유진오 등 3명의 사외이사가 2019년 3년 임기로 신규 선임된 데 이어 2022년 재선임돼 올해로 5년 연속 사외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토요타자동차의 두 사외이사만큼 오래 재직한 인원은 없지만 현대자동차 측 세 사외이사들이 내년 임기를 모두 채우면 토요타자동차 사외이사만큼 긴 임기를 채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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