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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소각 속도내는 4대 금융지주, 핵심 주가부양책으로

신한, 3조 규모 통큰 결정…KB, 2015년 이후 9년 만에 주식 수 4억주 아래

조은아 기자  2024-08-09 07:09:11
국내 금융지주들이 잇달아 자사주를 매입 및 소각하는 배경엔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의지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신한금융이다. 신한금융은 3조원 규모에 이르는 '통 큰'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했다.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먼저 자사주를 소각했던 KB금융도 이에 질세라 다시 자사주 소각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재 4대 금융지주 가운데 발행주식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우리금융이다. 지난해 말 기준 7억5195만주를 발행했다. 다음은 신한금융으로 발행주식 수가 5억939만주에 이른다. KB금융은 4억350만주, 하나금융은 2억9200만주를 보유 중이다.

신한금융은 2019년~2000년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투자자로 유치하는 과정에서 1조9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이때 주식 수가 5500만주가량 늘었다.

신한지주는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주식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다. 올 연말까지 주식 수를 5억주 아래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2027년까지는 4억5000만주로 감축한다는 목표 역시 세워뒀다. 전체 3조원 규모다.

KB금융도 올 들어서만 두 차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을 밝히며 속도를 내고 있다. KB금융은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먼저 자사주를 소각한 곳이다. 2019년 230만주를 소각했는데 당시 기준 1000억원 규모였다. 첫발을 뗀 뒤 지난해 말까지 소각된 주식 수는 모두 더해 1460만주에 이른다. 이 기간 발행주식 수도 4억1800만주에 4억350만주로 줄었다.

KB금융은 이달 안에 자사주 998만주를 추가로 소각할 계획인데 마무리되면 주식 수는 3억9353만주로 줄어든다. KB금융의 주식 수가 4억주 아래로 떨어지는 건 2015년 이후 9년여 만이다. 여기에 최근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밝혔는데 현재 주가(8만2200원) 기준으로 487만주 수준으로 추산된다. 소각이 마무리되면 KB금융의 주식 수는 3억8866만주 정도로 다시 줄어든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일 수 있어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손꼽힌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상태에선 배당을 늘리는 것보다 주식 수를 줄이는 것이 주가 부양에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 자사주 소각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하나금융도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난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상반기에 조기 마무리했는데 이번에 모두 소각한다. 주식 수로는 511만주 규모다.

하나금융은 다른 금융지주들과 비교해 자사주 활용이 상대적으로 늦었으나 늦은 만큼 속도를 내고 있다. 2022년 4월 1500억원을 소각하며 첫발을 뗐고 지난해 역시 1500억원 규모를 추가 소각했다. 올해는 전년 대비 매입·소각 규모를 2배 키우며 격차를 좁히고 있다. 하나금융은 하반기에 종합적인 밸류업 계획을 내놓겠다고 예고한 만큼 올해 추가 계획을 내놓을 가능성 역시 열려있다.

우리금융의 경우 다른 곳과 비교해 주식 수가 월등히 많다. 기존 자회사들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소규모 주식 교환을 여러 차례 진행해 주식 수가 늘었다. 지난해만 해도 우리종합금융과 우리벤처파트너스의 완전 자회사 전환을 위해 신주를 새로 발행했는데 이 때 발행한 신주만 3250만주에 이른다.

올들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우리금융의 주가 상승률이 가장 낮은 이유 역시 주식 수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올들어 주가 상승률을 살펴보면 KB금융이 52%로 가장 높고 하나금융(39%)과 신한금융(37%)이 뒤를 따르고 있다. 우리금융만 13%가량으로 멀찍이 떨어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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