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은 지주사 임원을 계열사 이사회에 참여시켜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현재 KB금융 산하에는 11개 자회사가 포진했는데 그 중 7개사의 이사회에 지주 임원을 올라가고 있다. 이사회에 지주사 임원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은행 출신 임원이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은행 중심의 계열사 간 협력 체계가 이미 구축된 상태다.
현재 KB금융 임원진 중 계열사 이사회 비상임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인물은 이승종 부사장(CSO)과 김재관 부사장(CFO), 나상록 상무(재무기획부장) 등 3명이다. 이들은 각각 2개 계열사 이사회에 참여해 경영 현안을 챙기는가 하면 지주 차원에서 필요한 조언을 경영진 등에 제공하고 있다.
◇ KB금융 핵심 임원 계열사 이사진 진출…현안 직접 챙긴다 먼저 이승종 부사장의 경우 KB증권과 KB라이프생명 이사회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국민은행 소비자보호본부장과 경영지원그룹대표 등을 역임한 이 부사장은 올 초부터 지주사로 적을 옮겨 그룹 전략을 총괄한다. 그는 KB증권 이사회 산하 리스크관리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 KB증권 리스크관리 현황 등을 직접 챙기고 있다.
김재관 부사장은 KB손해보험과 KB국민카드 등 두 계열사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 부사장은 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대표를 역임한 인물로 올 초부터 지주에서 재무를 총괄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KB손보와 KB카드 등 두 회사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각각 이사회 산하 보상위원회와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나상록 KB금융지주 재무기획부 상무는 KB캐피탈과 KB인베스트먼트와 인연을 맺고 있다. 나 상무는 국민은행 성수역종합금융센터 지점장을 거쳐 지주 재무기획부를 4년째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지난해 말 상무로 승진했는데 그 전인 2020년 KB캐피탈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돼 올해로 만 4년째 KB캐피탈 이사회 이름을 올리고 활동하고 있다.
지주의 인사가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는 계열사도 있다. 국민은행과 자산운용, 부동산신탁 등이다. KB금융이 지주 차원에서 계열사 이사회에 어떤 형식으로 관여해야 한다는 식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KB금융 관계자는 "각 계열사 이사회 판단 하에 보다 더 전문적인 인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자체적으로 이사회를 꾸린다"고 설명했다.
◇ 이사진 다양해지는 추세…지주-은행 관계 이미 유기적' 평가도 실제 지주 임원이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는 계열사의 경우 실제 이사진 면면이 다양한 편이다. 국민은행은 올 3월 정기주총에서 김성진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김 사외이사는 오랜기간 채권형 펀드매니저로 커리어를 쌓아왔다. 국민은행이 펀드매니저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기용한 것은 최근 20년 사이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은행권에선 처음으로 투자자문업 라이선스를 확보, 지난달 은행권 최초로 금융투자자문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를 통해 이자 수입에 치우친 은행 수익성을 다각화하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국민은행이 신규 사업을 꾸리는 과정에서 김성진 사외이사의 역할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업계 한 사외이사는 익명을 요구하면서 "사외이사는 경영진에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특정 기업이 기용한 사외이사 면면에서 그 기업이 경영을 꾸려감에 있어 무엇을 중요시하는지 엿볼 수 있다"면서 "이사회 멤버 기용 1순위로 사업 경험을 통해 성공에 필요한 조언을 해주는 전문가 영입이 중요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은행장이 KB금융지주 이사회의 비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지주와 은행 간 유기적 협력 관계가 자리잡아 별도의 지주 임원이 은행 이사회에 진입하지 않아도 됐다. 지난 6월 말 현재 KB금융 등기·미등기 임원 32명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11명이 은행 직책을 겸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