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인 2014년 KB국민은행장의 급여는 6억5000만원이었다. 기본급 4억원에 연간 활동비(경비성 수당) 2억5000만원이 더해진 수치다. 10년 동안 급여는 7억원으로 단 500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다만 상여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전체 보수는 큰 폭으로 올랐다.
눈에 띄는 건 지주 부회장보다 은행장의 급여가 높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상여까지 더하면 사실 지주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것보다 은행장으로 오래 지내는 게 금전적으로는 낫다는 계산이 나온다.
◇은행장 급여, 10년 동안 7.7% 상승에 그쳐 KB국민은행에서 은행장 보수(급여+상여)가 명확하게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허인 전 부회장이 은행장을 지내던 때부터다. 허 전 부회장은 2017년 11월 은행장에 올라 2021년 12월 물러났다. 은행장으로 재직하던 4년여 동안 그의 급여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3년 동안은 6억5000만원이었고 마지막해인 2021년에는 5000만원이 올라 7억원을 받았다.
상여는 어떨까. KB국민은행은 성과급 이연 지급제도에 따라 성과급의 40% 이상을 3년 이상 나눠서 지급하고 있다. 성과급 이연 지급제도는 단기 실적 추구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산출된 성과급의 40~60%는 현금으로 일시 지급하며 나머지는 제한주식으로 전환해 3년 이상에 걸쳐 나눠 지급한다. 임원진이 자연스럽게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도록 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허 전 부회장은 이런 계산에 따라 2018년 8억5200만원, 2019년 4억2400만원, 2020년 12억400만원, 2021년 7억1900만원의 상여를 각각 받았다. 거의 매년 급여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상여로 받은 셈이다.
이재근 현 은행장의 급여 역시 허 전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7억원이다. 상여는 2022년 7억6000만원, 2023년 4억8200만원이다. 그 역시 급여만큼이나 상여를 받았다. 급여가 10년 동안 5000만원밖에 오르지 않았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는 이유다.
두 사람 모두 상여를 책정할 때 단기성과급은 수익성(ROE, 비이자이익 등), 건전성 등을 반영하며 장기성과급은 상대적주주수익률, 주당순이익(EPS) 등을 반영한다.
◇은행장 급여 7억원, 지주 부회장 급여 4억원대 눈여겨 볼 만한 건 KB국민은행장이 받는 보수가 KB금융지주 부회장이 받는 보수보다 많다는 점이다. KB금융에는 양종희 회장이 취임하기 전까지 양 회장을 더해 모두 3명의 부회장이 있었다.
양 회장은 2021년 1월부터 KB금융 부회장으로 재직했는데 부회장 시절 보수가 공개된 건 2022년과 2023년이다. 2022년 경비성 수당을 포함해 4억60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이동철 전 부회장과 허인 전 부회장은 2022년 1월부터 부회장으로 재직했는데 둘 모두 2023년 처음으로 보수가 공개됐다. 당시 둘 모두 급여가 4억2200만원으로 나타났다. 여기엔 경비성 수당 5500만원이 포함됐다. 상여는 둘 모두 2억원대로 전체 보수는 6억원대였다.
성과에 따라 달라지는 상여는 둘째 치더라도 허 전 부회장의 경우 은행장 시절보다 급여도 줄었다. 지주 부회장 급여는 은행 부행장이나 다른 계열사 대표보다는 조금 높지만 은행장보다는 낮게 책정됐다.
이유는 KB금융에서 '부회장' 자리가 갖는 특수성에서 찾을 수 있어 보인다. 당연히 '승진'이고 의전서열 역시 높지만 사실상 지주 회장으로 가기 위한 일종의 '과정'이자 후계자를 키우기 위한 '수단'의 성격이 크기 때문이다. 실질적 업무 강도 역시 은행장이 높을 수밖에 없다.
KB국민은행에서 은행장 다음으로 많은 보수를 받는 자리는 보통 상임 감사위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기 상임 감사위원은 지난해 급여 3억4500만원, 상여 1억8800만원을 받았다. 2021년에도 허 전 부회장 다음으로 주재성 상임 감사위원이 많은 보수를 받았다. 급여 3억8000만원, 상여 5억5800만원을 받았다.
부행장들의 급여는 대체로 3억원으로 나타났다. 2022년의 경우 상여가 급여를 훌쩍 뛰어넘으면서 지주 부회장들보다도 많은 9억원대의 보수를 받은 부행장들이 대거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