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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인사코드

하나금융 역대 부회장 15명, 공통점과 차이점은

①오랜 기간 부회장제 유지…회장 문턱은 단 2명만 넘어

조은아 기자  2024-08-30 15:22:03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주요 금융지주 인사의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하나금융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다른 금융지주에선 볼 수 없는 부회장제가 있었다. KB금융이 '포스트 윤종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일시적으로 도입했다면 하나금융은 오래 전 도입해 상당 기간 유지했다. 지금도 대외적으론 부회장이 없지만 내부에선 일부 인물이 부회장으로 분류된다. 올 상반기 하나금융 반기보고서에도 직위가 부회장인 사람이 3명이나 있다.

부회장을 지낸 15명 중 회장에 오른 인물은 단 2명이다. 부회장 자리가 회장으로 직행하는 코스는 아니었다는 의미다. 힘들게 부회장이 된다고 해도 능력은 물론 '타이밍'까지 맞아떨어져야 회장에 오를 수 있었다.

◇2008년 부회장 도입…15명 거쳐

하나금융은 김승유 초대회장 시절인 2008년 부회장제를 도입했다. 이후 지난해 말까지 지주에서 부회장을 지냈던 인물은 모두 15명이다. 부회장에 오른 나이는 40대부터 60대까지 천차만별이었으며 학력은 서울 사립대의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전공은 다양한 편이었지만 경영학과 경제학 등 상경 계열이 가장 많았다.

대부분 3인 체제로 유지됐으나 1인일 때와 4인일 때도 있었다. 2008년 처음 윤교중·김정태·김지완 전 부회장이 각각 선임됐다. 2009년에는 윤교중 전 부회장이 물러난 자리를 임창섭 부회장이 채우며 3인 체제가 이어졌다.

2011년에는 4인 체제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당시는 김정태 전 회장이 회장에 선임되기 직전으로 4인이 회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시기다. 이후 2012년 김정태 전 회장이 회장에 오르며 4인 부회장 체제는 막을 내렸다. 다음엔 시기에 따라 1~3인 체제를 오갔다.

각 부회장들의 담당 영역도 다양했다. 경영지원부문, 변화추진부문, 글로벌부문, 기업금융부문, 자산관리부문, 개인금융부문, ESG부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룹을 총괄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부회장에 오른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은행장 혹은 그룹 내 증권사 대표를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부회장을 겸직한 인물이 대부분이다. 그룹에서 은행과 증권사의 비중이 상당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태 전 회장과 함영주 현 회장을 비롯해 김종준·김병호·지성규·박성호 전 부회장 등은 하나은행장에 오르면서 부회장을 겸직했다. 이승열 현 하나은행장 역시 내부에선 부회장으로 분류된다. 윤용로 전 부회장과 김한조 전 부회장은 외환은행장을 지냈다. 이밖에 그룹 내 증권사 출신 부회장으로는 김지완·임창섭·장승철·이진국·강성묵 전 부회장 등이 있다.

이례적인 사례로는 이은형 그룹글로벌부문장을 꼽을 수 있다. 그는 2020년 3월 부회장으로 처음 선임됐을 때부터 화제에 오른 인물이다. 1974년생으로 부회장 선임 당시 나이가 47세였다. 그를 제외하면 최연소 부회장이 선임 당시 55세였다는 점을 볼 때 얼마나 파격인지 알 수 있다.

그는 2011년 하나금융 글로벌전략담당(CGSO)에 발탁된 인물로 중국 전문가로 통한다. 중국 지린대 석·박사를 거친 후 지린대 동북아연구원 교수, 베이징대 고문 교수로 활동했다.

다른 부회장과 달리 은행장이나 증권사 대표를 지낸 경험이 없던 상황에서 부회장에 오른 점도 눈에 띈다. 증권사 대표를 지내다가 부회장에 오르거나, 동시에 선임되면서 겸직했던 과거 사례와 달리 부회장을 지낸 뒤 하나증권 대표에 올랐다. 부회장에 선임된건 2020년, 하나증권 대표에 오른 건 2021년이다.


◇회장은 단 3명…모두 하나은행장 출신

부회장이 회장에 오를 확률은 단순 계산으로는 상당히 낮다. 부회장을 거친 15명에서 회장 문턱을 넘은 인물은 단 2명이다. 반면 회장 중에선 부회장 제도를 도입한 김승유 초대회장을 제외하면 나머지 2명이 모두 부회장을 지냈다. 부회장이 회장이 되는 건 어렵지만 회장은 무조건 부회장을 거쳐야 했다는 의미다.

이는 일각에서 제기해온 부회장제의 단점이 어느 정도는 들어맞았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지난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부회장제가 내부에서 폐쇄적으로 운영돼 시대정신에 필요한 신임 발탁과 외부 경쟁자 물색을 차단한다는 부작용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KB금융과 하나금융이 부회장제를 폐지했다.

실제 함영주 회장은 2015년부터 2019년 초까지 하나은행장을 지냈고 2016년부터 2021년까지는 하나금융 부회장을 지냈다. 웬만한 인물이 아니고서야 함 부회장과 회장 자리를 두고 경쟁했을 때 승산이 없었을 수밖에 없다.

부회장이 많았던 것과 대조적으로 회장은 2005년부터 지금까지 단 3명밖에 나오지 않았다. 함영주 회장은 2005년 하나금융 출범 후 7년간 재임한 김승유 초대회장과 이후 그룹을 10년 이끈 김정태 전 회장에 이은 세 번째 회장이다.

셋 모두 하나은행장을 거쳤다. 김승유 초대회장은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 창설 멤버다. 김정태 전 회장은 다른 은행을 다니다 하나은행 출범 이듬해인 1992년 하나은행에 합류했다. 함영주 회장은 서울은행에 입사했는데 이후 서울은행이 하나은행에 인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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