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은 2019년 지주회사를 설립하면서 경영 및 지배구조 안정을 위해 당시 손태승 행장이 지주사 회장을 겸직했다. 이와 더불어 주주 추천을 받아 우리은행 이사회에 입성한 사외이사들 상당수도 지주사와 겸직을 이뤘다. 이 같은 체제는 현 임종룡 회장 때까지 내려왔다.
다만 올해 들어 사외이사의 겸직 범위가 넓어졌다. 푸본현대생명의 추천을 받은 윤인섭 사외이사는 미국법인(우리아메리카은행)에, 올 초 신규 선임된 박선영 사외이사는 우리벤처파트너스의 사외이사를 겸하고 있다. 지주사 임원이 자회사 이사회에 들어간 경우는 많아도 지주사 사외이사가 자회사 이사회 보직을 겸하는 경우는 보기 드문 사례다.
◇지주·은행 사외이사 겸직 넘어 해외법인·비은행 계열사도 우리금융그룹의 이사회 거버넌스 특징은 사외이사들의 자회사 겸직이다. 지주사 임원이 자회사 이사회에 기타비상무이사로 들어가는 것은 자주 있지만 지주사 사외이사가 자회사 이사회에 보직을 두는 것은 흔치 않다.
그 시작은 2019년 우리금융지주 설립 때부터다. 우리은행 주식을 우리금융지주 신주로 교환하는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을 통해 우리금융지주가 설립됐고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지주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당시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1대 지주 회장을 겸직하며 기존 우리은행 사외이사 중 상당수가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에 들어왔다.
우리금융지주 산하에 우리은행 비중이 압도적인 만큼 경영과 지배구조 안정을 위해 지주사와 은행이 한 몸처럼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이 같은 체제는 임종룡 회장 때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현재도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인 정찬형 전 한국투자신탁운용 부회장과 윤수영 키움증권 부사장은 우리은행 이사회에 사외이사직을 겸하고 있다.
올해 들어선 사외이사 겸직 범위가 더 넓어졌다. 그전에는 지주사 사외이사가 은행 이사회에서 겸직하는 정도라면 이제는 해외 및 비은행 계열사로 보폭이 넓어졌다.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인 윤인섭 전 한국기업평가 대표는 지난 4월 우리아메리카은행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올해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된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의 경우 우리벤처파트너스 이사회에도 한발 걸치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윤인섭 사외이사의 경우 우리아메리카은행의 요청이 있어 법률검토 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고 겸직키로 했다"며 "박선영 사외이사는 우리벤처파트너스 이사회 의장을 하던 인사로 올해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선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인수된 다올인베 사외이사, 인수기업 이사회 입성 우리아메리카은행은 우리은행의 해외법인 중 가장 오랜 업력을 가진 곳이다. 그만큼 우리은행 내에서 위상이 크다. 우리아메리카은행 법인장은 우리은행 부행장과 비슷한 급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3월 정석영 부행장이 우리아메리카은행 법인장으로 이동했으며 우리금융그룹 회장 공모전에서 신현석 우리아메리카은행 법인장이 4인 후보에 들어간 적도 있다.
우리아메리카은행은 그간 상업용부동산대출에 주력하다 포화상태를 맞은 만큼 최근에는 기업대출을 늘리고 있다. 주요 고객은 미국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들이다. 그런 와중에서 윤 사외이사를 이사회 멤버로 요청했다.
교보생명부터 시작해 라이나생명, ING생명(현 신한라이프), KB생명, 하나생명, 한기평 등을 거치며 보험, 금융지주 계열사와 신용평가사를 두루 역임한 윤 사외이사의 경력을 감안한 선택이다.
박선영 사외이사의 경우 우리벤처파트너스가 다올인베스트먼트였던 시절부터 이사회 보직을 갖고 있다. 2023년 우리금융지주가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한 뒤 우리벤처파트너스로 바뀌는 과정에서 이사회에 지속 참여했다. 이사회 의장도 맡았으며 올해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입성했다. 이 역시 피인수된 기업의 사외이사가 인수기업 이사회에 들어간 보기 드문 케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