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자본성증권 시장이 금융지주들로 붐빌 전망이다. 시장 변동성 속 선제적인 자본 확충이 필요한 시점에 금리가 안정세를 찾자 조달 수요가 커졌다. 이때 신한금융지주가 금리를 끌어내리며 후발주자들의 조달에 불을 지폈단 분석도 나온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발행된 금융지주들의 신종자본증권 중 최저 발행금리를 달성했다. 이에 농협금융지주를 비롯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후발주자도 자신감을 가지고 조달 전선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리 하락세 잡자"…선제적 자본 확충 나서는 금융지주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오는 11일 농협금융지주가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을 치른다. 모집액은 2000억원이며 증액 발행 가능성도 열어뒀다. 발행일로부터 5년 이후 중도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Call Option)도 붙일 계획이다.
지난 6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던 농협금융지주는 불과 3개월여만에 다시금 조달 속도를 낸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제고하고자 신종자본증권 발행 카드를 활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6월 발행 당시 총 3000억원을 조달해 기본자본비율은 14.51%, 총자본비율은 15.85% 상승효과를 봤다.
농협금융지주 외에도 오는 10월 자본성증권을 발행하고자 대기 중인 금융지주들도 다수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그리고 DGB금융지주가 자본성증권을 발행하고자 채비를 밟고 있단 후문이다.
IB 업계에 알려진 연초 이후 은행 및 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액은 약 5조원이다. 하반기에 발행될 것으로 예정된 발행물은 무려 2조원에 달한다. 사실상 총 7조원가량이 조달될 전망인데, 이는 올해 만기 도래액(3조9000억원) 대비 많은 수준이다.
특히 시장 변동성 속 선제적 자본 확충이 필요한 시점으로 여겨진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하이브리드증권이다. 채권임에도 만기가 30년 이상인 장기물이기에 재무제표 상에서 자본으로 분류된다. 금융지주, 은행, 보험사 등 BIS 자기자본비율과 지급여력(RBC) 비율에 민감한 기업이 주로 발행을 시도한다.
게다가 조달금리 하락 장세도 영향을 미쳤단 분석이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조달 금리 하락세로 인해 자본적정성 제고 필요성이 큰 금융지주들이 영구채를 택하는 상황"이라며 "현시점은 물론 10월에도 연이어서 조달이 이어질 것으로 여겨진다"고 밝혔다.
◇하반기 스타트 잘 끊은 신한지주…후발주자들도 '자신감' 신한금융지주가 성공적으로 발행을 마친 점도 후발 주자들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모집액(2700억원)을 웃도는 수요를 모아 신한금융지주는 증액 발행을 확정 지었다. 총 4000억원을 4.0%의 발행금리로 조달하게 됐다. 스프레드는 101bp 수준이다.
신한금융지주가 올 1월 발행한 신종자본증권과 비교하면 발행금리와 스프레드 모두 절감된 모습이다. 당시 신한금융지주는 개별민평금리 대비 101bp 스프레드로 4.49%의 발행금리를 기록했다. 이번에도 은행계열 금융지주 중 첫 주자로 시장에 등판해 흥행했다.
게다가 올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은행 계열 금융지주 중 최저금리에 해당한다. 현시점까지 최저치는 지난 6월 조달한 농협금융지주로 기록된 바 있다. 당시 농협금융지는 4.24% 금리로 3000억원을 발행했다.
신한금융지주가 올 하반기 사실상 은행계열 지주사들 중 첫 스타트를 끊으며 기대감을 키웠다. 그간 발행을 고심하던 지주사들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IB 업계 관계자는 "금리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아지면서 기관들의 영구채 투자 유인은 충분하다고 본다"면서 "신한금융지주가 하반기 신종자본증권 스타트를 끊어준 만큼 후발주자들도 보다 부담없이 조달 카드를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