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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밸류업 점검

'돌격대장' 함영주 회장이 '효율성·건전성' 강조한 까닭

①순이익 '레벨업' 주가 상승 기반 마련…지속가능성 입증에 초점

최필우 기자  2024-07-12 07:23:10

편집자주

K-밸류업 정책이 본격화 하면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윤곽을 드러냈다. 기업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배구조, 이익창출력, 주주가치 등 여러 방면에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정책에 호응하는 한편 미래지속가능성장을 위한 투자유치 기회로 삼았다. 하나금융이 준비하는 밸류업 전략을 살펴보고 시장의 가치평가 기준이 되는 여러 재무·비재무 요소를 짚어본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사진)은 2022년 취임 후 밸류업을 위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왔다. 충청영업그룹을 하나은행 전국 1등 조직으로 만들며 영업력을 인정받은 함 회장은 그룹 CEO가 된 후에도 영업 일선에서 맹활약했다. 그룹 순이익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레벨업하면서 주가 상승 발판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봉을 자처하던 함 회장은 최근 주가와 관련해 전과는 다른 메세지를 내고 있다. 최근 글로벌 IR 일정을 소화하면서 성장 비전보다는 비용 효율성과 건전성에 강점이 있는 재무 상태를 전면에 내세웠다. 임기 마지막해에 접어든 만큼 현 수익 구조가 지속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함영주 회장의 자신감 '성장' 보다 '관리'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11일 종가 기준 6만2000원을 기록했다. 함 회장 취임일인 2022년 3월 25일 주가 4만9350원과 비교하면 1만2650원(25%) 상승했다. 특히 올해 들어 가파르게 상승하며 밸류업 프로그램 대표 수혜주에 등극했다. 올해 주가 상승률은 42.86%로 4대 금융지주 중 KB금융(57.86%)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다른 금융지주와 마찬가지로 저평가 국면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던 하나금융 주가 도약 배경에는 역대급 순이익이 자리한다. 하나금융은 함 회장 취임 첫해인 2022년 순이익 3조5706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년차인 지난해에도 3조4516억원으로 전년도 못지 않은 실적을 냈다.

하나금융의 현 계열사 포트폴리오에서 역대 최대 순이익을 경신에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증권, 보험, 카드 등 비은행 분야에서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를 갖춘 KB금융과 달리 하나금융은 은행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구조적으로 실적 개선이 어려운 환경에서 하나은행을 2년 연속 시중은행 순이익 1위로 만들며 주가 상승률 2위에 오른 것이다.

다만 함 회장은 최근 성장보다는 관리에 방점을 두고 있다. 지난달 홍콩을 방문해 해외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IR에서 비용 효율성과 건전성을 강조한 게 대표적이다. 비용 효율성과 건전성은 '관리형 CEO'가 초점을 맞추는 대표적인 재무 지표다. 주로 성장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전면에 드러나는 전략을 함 회장이 내세운 것이다.

함 회장은 그간의 공세적인 영업 기조를 유지하지 않아도 하나금융이 충분한 투자 매력을 갖춘 금융회사는 점을 투자자에게 설명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함 회장 임기 중 영업 기반 강화가 이뤄진 만큼 현 수준의 꾸준한 순이익 창출은 자신하고 있다. 여기에 효율성과 건전성 관리를 바탕으로 한 지속가능성을 입증하는 게 주가 관리에 낫다는 판단이다.


◇눈에 띄게 개선된 CIR…연체율 관리도 선방

함 회장의 전략 수정은 금융권 환경을 고려한 조치다. 하나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와 마찬가지로 금리 인상기 수혜를 입고 순이익 규모를 키울 수 있었지만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조달 비용도 높아지고 있다.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건전성 관리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지표 관리 중요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은행권 과당 경쟁 국면이 펼쳐지고 있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하나은행은 2022~2023년 기업금융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였으나 올해 신한은행, 우리은행이 맞불을 놓고 있다. 수년간 공격적인 영업을 펼친 하나금융이 올해도 저마진을 감수하는 식의 출혈 경쟁에 뛰어들었다간 주요 재무 지표에 경고등이 켜질 수 있다.

함 회장이 비용 효율성에 자신감을 표한 건 영업이익경비율(CIR)이 매년 개선되는 추세에 있어서다. 함 회장 취임 직전해인 2021년 말 44%였던 CIR은 2022년 41.9%, 2023년 40.6%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37.4%를 기록해 40%선 밑으로 내려왔다. 외부에서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것 만큼이나 집안 단속도 확실하게 이뤄진 셈이다.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도 선방하고 있다. 1분기 기준 하나금융 연체율은 0.54%를 기록했다. 함 회장 취임 전인 2021년 말 0.28%보다 올랐으나 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에도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건전성을 현 수준으로 유지해야 우상향 중인 주가 흐름을 뒷받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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