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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네트웍스를 바꿀 재무전략

이민호 기자  2024-07-10 08:00:46
SK그룹에 '리밸런싱' 광풍이 불어닥쳤다. 시장의 시선은 대부분 SK이노베이션, SK스퀘어, SK에코플랜트로 향하고 있지만 SK네트웍스도 자유롭지 않다. 애초 종합무역상사 유전자를 타고나 현재에 이르러 사업부문이 지나치게 다양화된 데다 올해 1분기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이 360%를 넘은 만큼 자회사에 대한 리밸런싱 필요성이 부각됐다.

어쩌면 SK그룹의 리밸런싱은 SK네트웍스에 기회다. 지난달 경영전략회의에서 나온 "지금 미국에서는 인공지능(AI) 말고는 할 얘기가 없다"는 최태원 회장의 말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리밸런싱 광풍 속에서도 'AI는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였다. SK네트웍스가 'AI 컴퍼니'를 주창한 것은 올해부터이지만 최성환 사장이 사업총괄로 선임돼 '사업형 투자회사'를 내세운 2021년부터 이미 AI 회사에 대한 투자를 눈여겨봤다.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데이터 솔루션 회사 엔코아에 1018억원, AI 회사 업스테이지에 250억원을 각각 누적 투입했다.

SK네트웍스의 리밸런싱은 이미 시작됐다. 오는 11월 SK렌터카 지분 100%를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넘겨 8200억원을 손에 쥘 예정이다. AI 컴퍼니를 천명한 만큼 AI 회사에 대한 투자여력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보다는 미국 투자전문 자회사 하이코캐피탈(Hico Capital)에 출자해 AI 디바이스 제조회사 휴메인(Humane·2200만달러)처럼 미국에서 투자처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SK네트웍스가 2020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하이코캐피탈에 출자한 누적금액만 1386억원이다.

이제 SK네트웍스 리밸런싱의 성패는 재무전략에 달렸다. 앞으로 투자가 집중될 AI 회사는 신성장회사로 당장 수익 기여도가 높지 않다. 애초 회수 기간을 장기로 본 투자다. 반면 곧 매각할 렌터카 부문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의 18.4%를 책임졌다. 정보통신 부문(휴대폰 유통·49.7%) 다음으로 높았다. 그만큼 수익 기반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돈이 들어갈 곳은 많은데 나올 곳은 적어진다.

향후 물적분할하는 스피드메이트 부문(자동차 정비)을 매각하는 등 현금흐름을 보강할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해볼 수 있지만 결국 8200억원에 이르는 SK렌터카 매각대금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관건이다. 적절한 분배를 통해 성장과 내실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SK네트웍스는 그동안 패션, LPG, 유류도매, 석유제품 소매판매, 골프장 운영 사업을 정리하고 가전렌탈과 차량렌탈 사업에 진출하는 등 리밸런싱에 탁월한 역량을 발휘해왔다. 성공적인 재무전략을 바탕으로 이번 리밸런싱도 완수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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