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재무안정성을 제고하고, 적정 유동성을 관리하기 위해 다양한 재무 리스트럭처링(Financial Restructuring) 전략을 짠다. 비주력 사업과 유휴 자산 매각부터 계열사 간 통합, 운전자본 최적화 등 구체적인 실행 방법은 다양하다. 미래 현금 창출력 확대를 뒷받침할 재무 구조를 만드는 움직임이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재무 리스트럭처링 전략을 살펴본다.
SK네트웍스가 스피드메이트와 트레이딩 사업부문에 대한 물적분할을 결정했다. 연결 기준 매출액에 대한 두 사업부문의 기여도는 합산 20%에 해당한다. SK는 향후 5년간 신설회사에 대한 기업공개(IPO) 가능성은 일축한 상태다. 하지만 재무적투자자(FI) 유치나 매각에 따른 현금화 등 자금조달 수단으로 이용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스피드메이트·트레이딩 물적분할…별도 기준 현금창출력 약화
SK네트웍스는 스피드메이트 사업부문과 트레이딩 사업부문을 잇따라 물적분할해 올해 9월 SK스피드메이트(가칭)를, 12월 SK트레이딩을 각각 출범시킬 계획이다. 기존에 SK네트웍스가 사업재편의 수단으로 물적분할을 선택한 사례는 드물었다.
SK네트웍스가 2019년 SK렌터카 지분 42.24%를 2958억원에 사온 직후 1625억원 규모 자체 렌터카사업을 현물출자하거나 2021년 민팃(옛 금강시스템즈)과 카티니에 현금 출자 후 자체 사업이었던 민팃사업(중고폰 판매)과 타이어픽사업(온라인 타이어 판매)을 각각 양도한 사례는 있지만 물적분할 형태는 아니었다.
이번 물적분할로 SK네트웍스의 별도 기준 현금창출력은 약화될 전망이다. SK네트웍스의 자체 사업으로는 정보통신(휴대폰 판매), 글로벌(화학제품 트레이딩), 스피드메이트(자동차 정비), 워커힐(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운영)이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사업부문별 매출 기여도를 보면 글로벌 부문이 15.9%, 스피드메이트 부문이 3.9%로 합산 19.8%다.
하지만 SK네트웍스는 최성환 사장이 사업총괄로 선임된 2021년부터 '사업형 투자회사', 올해부터는 'AI 컴퍼니'를 주창하며 신성장회사 지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따라서 별도 기준 현금창출력이 약화되면 신성장회사 지분 투자의 기본적인 재원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두 사업부문이 완전자회사(지분율 100%)가 되는 물적분할 형태인 만큼 SK네트웍스로서는 배당을 통해 수익을 끌어올릴 수 있다. SK네트웍스가 지난해 종속·관계기업으로부터 수취한 배당금은 SK매직(200억원), SK렌터카(52억원), 호주 와이옹법인(SK Networks Resources Australia Wyong·119억원)을 합한 371억원이었지만 두 사업부문의 물적분할이 완료되는 내년부터는 배당금수익이 이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SK네트웍스 측은 "물적분할하는 두 사업부문은 현재도 자생이 가능하다"며 "스핀오프를 통해 자회사가 되면 의사결정 구조가 간결해져 사업 대응력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5년 내 IPO 계획 없어…FI 유치·매각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
최근 SK그룹의 자금조달 형태를 보면 사업부문 분할 후 상장으로 공모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SK이노베이션이 2019년 4월 SK아이이테크놀로지(소재사업)를 물적분할하고 2021년 5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SK플래닛이 2016년 3월 인적분할한 원스토어(티스토어사업)와 2018년 9월 인적분할한 십일번가(십일번가사업), SK텔레콤이 2020년 12월 물적분할한 티맵모빌리티(모빌리티사업)이 상장을 추진했으며 SK이노베이션이 2021년 10월 물적분할한 SK온(배터리사업)도 꾸준히 증권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SK네트웍스 측은 두 사업부문에 대한 물적분할을 결정할 때 "신설회사는 현재 5년 이내에 증권시장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계획은 없다"며 "신설회사는 비상장을 유지함으로써 분할회사(SK네트웍스) 주주가치가 희석될 가능성을 차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번 물적분할이 자금조달의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신설회사에 FI를 먼저 유치하고 약속한 5년 후 상장해 공모자금을 끌어들이면서 FI에 엑시트 길도 열어주는 방법이 있다. 원스토어, 십일번가, 티맵모빌리티, SK온은 상장 전이라도 FI가 모두 진입해있다. 특히 트레이딩 부문은 SK지오센트릭과 SK케미칼 등 그룹 화학제품 계열사와 장기계약을 통해 트레이딩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어 FI들의 구미가 당길 수 있다.
매각으로 현금화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SK네트웍스가 사업재편에 힘을 쏟고있는 데다 물적분할의 경우 지분을 100% 보유하므로 매각이 용이하다. 특히 스피드메이트 부문은 애초 매출 기여도가 4% 안팎으로 높지 않았던 데다 함께 모빌리티사업으로 묶여있던 SK렌터카 지분 100%에 대한 연내 매각이 사실상 확정적인 만큼 향후 시너지 효과가 낮아질 수 있다.
SK네트웍스 측은 "당장 투자받을 계획이 나와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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