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SK네트웍스 주가는 올 2월 13일 52주 최고가인 8540원까지 상승한 후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주간 상승세를 보이며 최고가를 경신한 직후 하루 만에 주가가 13% 이상 급락한 점은 시장에서도 이례적인 사례로 보고 있습니다.
특이한 부분은 SK네트웍스의 주가가 실적 부진 등 악재에 의한 하락이 아닌 증권가의 투자의견 하향 보고서 발표에 큰 낙폭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이는 SK네트웍스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인공지능(AI) 사업에서 아직 가시적인 수익창출 및 성과가 없어 불안한 시선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장이 주식을 매각한 점도 주가 하락을 이끌었습니다. 실제 최 사장의 지분율이 3.38%에서 0.32%로 내려간 것을 공시한 4월 25일 SK네트웍스 주가는 5540원에서 8.12% 떨어진 5090원을 기록했습니다.
SK네트웍스의 최근 주가 흐름은 기관계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3월 28일부터 지난달까지 기관계 투자자는 SK네트웍스의 주식을 지속적으로 팔고 있습니다. 42거래일 중 순매수는 5거래일만 기록해 5~120일 지지선이 저항 없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반면 외국인은 투자를 늘려 같은 기간 주식 보유율이 14%에서 17%로 증가했습니다.
지속된 주가 하락에 SK네트웍스는 코스피·코스닥 상장 기업 중 목표주가 괴리율이 가장 높은 종목으로 꼽혔습니다. 이달 3일 5110원으로 거래를 마친 SK네트웍스의 증권사 목표주가 평균은 9000원대로, 80% 이상의 괴리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Industry & Event
SK네트웍스는 SK 오너가 3세인 최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AI 컴퍼니'라는 새 정체성을 확립했습니다. 핵심 사업 중 하나인 SK렌터카를 매각해 투자 자금을 마련하는 등 주력 사업을 과감히 포기한 채 신사업 발굴에 총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SK네트웍스는 올 3월부터 SK렌터카 매각에 나선 상황입니다. 1분기에도 매출의 16%를 차지하며 주력 사업으로 꼽혔지만, 차량 렌털 사업이 AI와 접점이 낮다는 최 사장의 판단에 따라 매각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우선협상대상자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며, 매각가는 약 8500억원에 협의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다만 SK네트웍스는 사업 구조가 활발하게 재편 되는 과도기 속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올 1분기 영업이익 624억원을 거둬 전년 동기보다 1.5% 증가한 동시에 순이익은 36.2% 증가한 73억원으로 집계돼 실적 우상향 기조를 이어갔습니다.
매각 절차를 밟는 SK렌터카의 매출과 수익이 줄었지만, SK매직과 호텔 사업의 수익이 향상되면서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호텔 워커힐의 이용객이 늘어나 수익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SK네트웍스는 올 하반기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방점을 둘 계획입니다. SK렌터카를 매각해 2조원가량의 현금성자산을 쌓을 수 있고, 연 1조원 내외의 차량 렌털 투자 비용을 축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SK렌터카 매각 절차가 마무리되면 단기적으로는 재무구조가 유의미하게 개선될 것"이라며 "부채비율이 180% 미만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차입금 상환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경우 해당 비율은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Market View
증권가는 SK네트웍스의 워커힐 실적이 정상 궤도로 진입함에 따라 당분간 분기 실적은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SK렌터카 매각으로, 단기적으로 재무구조가 유의미하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목표주가를 유지했습니다. 최근 세 달간 목표주가를 다시 살펴본 증권사는 세 곳입니다.
목표주가를 가장 높게 평가한 곳은 하나증권입니다. 투자의견은 '매수', 목표주가는 1만원을 유지했습니다. SK렌터카 매각으로 차입금 상환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경우 부채비율 하락도 기대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자회사 SK매직의 신규 계정 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기존 고객 연장에 따른 이용자당 평균 매출 증가로 마진이 양호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하이투자증권은 지속성 있는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로 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평가하며, '매수' 투자의견과 함께 목표가 9200원을 유지했습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자기주식 중 1240만9382주를 소각한 데 이어 올해도 6.1%(평균 취득 단가 기준 774억원)를 추가 소각했다"며 "주당배당금(DPS)도 지난해 주당 120원에서 주당 200원으로 올려 밸류업이 기대된다"고 평가했습니다.
삼성증권은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류'로 낮췄습니다. 하지만 목표주가는 기존 7100원에서 7500원으로 소폭 올렸습니다. AI 중심의 사업형 투자회사로 혁신을 꾀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관련해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다만 약속했던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시행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유 CFO는 SK그룹에서 재무회계와 인수합병(M&A), 투자관리까지 두루 경험하면서 경영관리 전반에 대한 능력을 키웠습니다. 그는 2021년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SK네트웍스 재무실장으로 선임되며 첫 임원 배지를 달았습니다. 이후 그는 2022년 말 SK네트웍스 기획재무본부 본부장까지 올라섰습니다.
더벨은 SK네트웍스의 주가 하락 원인과 부양 계획에 대한 대답을 듣기 위해 이날 유 CFO와 접촉했습니다.
유 CFO는 최근 주가 하락에 대해 "올 2월 낮은 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으로 꼽혀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했지만, 시장 상황을 살펴본 주주들이 매도에 나서며 주가가 다시 하락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습니다.
다만 그는 "올해 실적이 전년 대비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며, 중간 배당을 비롯한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 추가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이뤄질 수도 있다"며 "기업가치도 이에 발맞춰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유 CFO는 "주요 사업에 AI 접목을 통한 사업 경쟁력과 미래 기대감 향상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이와 연관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실천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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