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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CEO 책임경영 진단

진옥동 회장의 '자사주 사랑'…평가액 '9억' 4대 금융 최대

②신한 주가 35% 올렸지만 3위, KB·하나에 밀려…순이익 이어 주가도 '리딩금융' 정조준

최필우 기자  2024-05-10 16:11:24

편집자주

금융 당국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의 대표적 저평가 종목군인 금융주에도 관심이 모인다. 금융지주는 금리 상승 수혜를 입어 수년째 역대급 순이익을 올리고 있지만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여전히 낮다. 대규모 이자이익, 지지부진한 주가와 함께 CEO의 고연봉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한다. 금융지주 CEO는 보수에 대한 책임과 주가 부양을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을까. '책임경영'을 키워드로 금융지주 CEO 보수 산정 기준이 되는 재무적·비재무적 성적표와 주가 현황을 분석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사진)은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가장 큰 규모로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CEO가 되기 전부터 상당한 규모로 자사주를 가지고 있었고 은행장에서 회장으로 영전한 뒤 추가로 매입했다.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부양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진 회장이 자사주 매입으로 책임경영을 강조하는 건 상대적으로 부진한 주가와 무관치 않다. 신한금융은 올 1분기 국내 금융지주 1위 순이익을 기록하며 리딩금융 타이틀 회복을 노리고 있지만 주가만 놓고 보면 KB금융, 하나금융에 밀린다. 진 회장은 신한금융을 주가 측면에서도 리딩금융 반열에 올려 놓아야 CEO로 받는 기대에 부합할 수 있다.

◇여전한 재일교포 주주 영향력, 주가 관리 의지 피력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진 회장은 자사주 1만8937주를 보유하고 있다. 10일 종가 4만7750원을 기준으로 하면 평가액이 9억424만원인 셈이다.

이는 4대 금융 회장 중 가장 큰 자사주 규모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4억3226만원(5451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6억2920만원(1만132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1억4530만원(1만주) 규모로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진 회장은 지주 부사장 시절이었던 2017년 3월 자사주 보유 현황을 처음으로 보고했다. 당시 1만2937주를 가지고 있었다. 이듬해인 2018년 3월에는 1000주를 추가 매입해 1만3937주가 됐다.

그는 신한은행장으로 재직한 기간 자사주 보유 규모를 늘리지 않았다. 당시 보유한 1만3937주도 다른 금융권 CEO와 비교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그는 회장에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해 6월 5000주를 추가 매입해 1만8937주를 보유하게 됐다. 자사주 매입으로 주요 주주와 투자자에게 책임경영 의지를 피력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신한금융 주주 구성을 보면 재일교포 주주의 영향력이 강하다. 지주 CEO 선임 과정에서도 재일교포 주주 집단의 의중이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교적 최근엔 사모펀드 주주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자신을 CEO로 선택해준 주요 주주와 투자자에게 진 회장은 주가 관리로 화답해야 한다.


◇재임 기간 주가 35% 상승…'61% KB·50% 하나' 밑돌아

진 회장은 신한금융의 주가 사정도 자사주 매입에 고려했다. 신한금융 주가는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2023년 3월 23일 진 회장 취임한 이후 신한금융 주가는 34.7% 상승했다. 취임 1년여가 지났음을 고려하면 높은 상승률로 여겨지지만 다른 금융지주 대비 낮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61.3%, 하나금융은 49.5% 올랐다. 우리금융은 29.3% 상승해 신한금융이 우위이지만 두 그룹의 체급차를 고려할 때 위안이 되지 않는다.

신한금융은 금융권에서 순이익 1위, 2위를 다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 수준의 주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의 주가 부진 원인을 오버행 가능성에서 찾는다. 2020년 옛 오렌지라이프(현 신한라이프)를 인수하기 위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사모펀드 주주를 맞이했다. 당시 전환우선주 형태로 발행된 물량이 언젠가 시장에 풀릴 수 있다는 투자자 우려가 기저에 깔려 있는 것이다.

진 회장에 대한 평가 항목에는 총주주환원율도 포함돼 있다. 신한금융은 자본비율 개선에 따라 배당 성향을 강화하는 동시에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KB금융 수준으로 늘려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진 회장 체제에서 순이익 성장성을 입증하고 주주환원 강화 기조를 이어가야 KB금융, 하나금융과의 주가상승률 격차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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