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 이사회 구심점이 크게 바뀌고 있다. ‘일본통’ 진옥동 회장 시대를 맞아 재일교포 주주들의 그립력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이사회를 통해 경영에 참여했던 글로벌 사모펀드들이 발을 빼는 가운데 힘의 균형이 재일교포 주주들 쪽으로 쏠리고 있다.
최근 몇 년 신한지주 이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글로벌 사모펀드들의 힘은 약화되는 모습이다. ‘이윤재·변양호’로 대변됐던 사모펀드 추천 사외이사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는 평가다. 신한금융 지배구조는 다시 과거처럼 재일교포 중심으로 응집력이 커진 모습이다.
◇5명까지 늘었던 글로벌 사모펀드 추천 사외이사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4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열고 최영권 전 우리자산운용 대표이사와 송성주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교수 등 2명의 신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이번 사외이사 신규 선임은 퇴임하는 이윤재·성재호 사외이사의 후임자를 뽑는 절차다. 성 사외이사의 경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신한지주 및 자회사에서 통산 9년의 임기를 채워 물러난다. 그러나 이 사외이사는 아직 9년 임기를 채우지 않았지만 퇴임한다.
이 사외이사는 신한지주 이사회 의장으로 역할을 해왔다. 그는 2019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초 선임되 뒤 연임을 거듭했다. 이후 2021년 3월 이사회 및 정기주총에서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됐다.
이 사외이사는 조용병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 체제에서 발탁된 사외이사다. 2019년 연임을 앞둔 조 전 회장은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글로벌 사모펀드를 주주로 영입했다. 지분 4%마다 사외이사 1명 추천권을 주며 사모펀드를 이용해 지배구조를 강화했다.
이후 2020년 조 전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사모펀드를 추가로 주주로 영입했다. IMM PE에 이어 어피니티와 베어링PEA까지 사모펀드 3곳에 걸쳐 지분율은 13%에 육박했다. 추천한 사외이사도 3명으로 늘었다. 과거 재일교포 주주 중심으로 구축된 이사회는 사모펀드 추천 사외이사들로 빠르게 개편됐다.
이러한 사모펀드 추천 사외이사들이 늘면서 신한지주 이사회는 지난해 말까지 총 12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었다. 이 가운데 5명이 사모펀드 추천으로 이사회에 진입한 멤버들이었다. 그만큼 사모펀드 추천 사외이사들은 재일교포 주주들을 누르고 이사회 내 그립력을 높였다.
신한지주 이사회 내에서 사모펀드들이 경영에 참여하는 가장 확실한 통로는 이윤재·변양호 사외이사였다. 두 사외이사는 사모펀드가 경영참여를 시작한 2019년 나란히 이사회에 진입했다. 이후 이사회 내에서 입지를 다지며 사추위를 통해 연임했다. 자연스럽게 사모펀드들은 추가로 추천권을 행사하면서 사외이사 숫자를 늘릴 수 있었다.
실제 조 전 회장에서 진 회장으로 CEO가 교체되던 시기였던 2022년 말 신한지주 사외이사 구성을 보면 사모펀드 추천을 통해 이사회에 진입한 사외이사는 이윤재·변양호·곽수근·이용국·최재붕 등 5명이었다. 재일교포 주주 추천 사외이사인 배훈·진현덕·김조설·박안순 등 4명보다 많았다.
◇변양호 이어 이윤재 사외이사도 하차…구심점 잃었다 이윤재·변양호 사외이사는 모두 경제관료 출신으로 신한지주 이사회 내에서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특히 코로나19 과정에서 정부 및 금융 당국과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그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했다.
두 사외이사는 모두 이헌재 전 부총리의 최측근 인사들로 불리는 이헌재 사단의 핵심 멤버다. 이 사외이사는 이 전 부총리의 사촌 동생이면서 경제관료 출신이다. 변 사외이사는 이헌재 사단의 적자로 불리는 경제관료 출신이다. 금융위원회는 물론 기획재정부에 대한 대관에서 확실한 힘을 가지고 있는 만큼 역할도 컸다.
핵심 경제라인에 대한 대관 역량이나 인맥이 뛰어났던만큼 이윤재·변양호 사외이사는 사모펀드 추천 사외이사진의 리더로서 역할을 해왔다. 곽수근·이용국·최재붕 등 다른 3명의 사모펀드 추천 사외이사들이 대학교수 출신이다. 이들의 추천에도 두 사외이사가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1월 변 사외이사가 먼저 사임하면서 구심점이 약화됐다. 변 사외이사는 신한지주 이사회 운영과 진 회장 등 주요 CEO 선임 과정 및 절차에 불만을 드러내면서 임기 만료 전 자진 하차했다. 이번에 이 사외이사까지 연임을 포기하고 스스로 물러나면서 사모펀드 추천 사외이사진의 힘은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신한지주 이사회는 변 사외이사 퇴임 뒤에 별도로 후임 사외이사를 선임하지 않으면서 사외이사 숫자를 줄였다. 또 이후 사외이사 숫자를 한명 더 줄이며 기존 12명의 사외이사를 현재 9명까지 줄여놓은 상황이다. 이 가운데 재일교포 주주 추천 사외이사 숫자는 기존과 동일한 4명으로 고정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