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금융지주 CEO 책임경영 진단

함영주 회장, 자사주 매입 없이도 '리딩금융급' 주가 관리

②하나금융 회장 취임 후 전무, 행장·부회장 때만 매입…재임기간 주가 23%↑, KB 이어 2위

최필우 기자  2024-05-09 14:38:42

편집자주

금융 당국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의 대표적 저평가 종목군인 금융주에도 관심이 모인다. 금융지주는 금리 상승 수혜를 입어 수년째 역대급 순이익을 올리고 있지만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여전히 낮다. 대규모 이자이익, 지지부진한 주가와 함께 CEO의 고연봉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한다. 금융지주 CEO는 보수에 대한 책임과 주가 부양을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을까. '책임경영'을 키워드로 금융지주 CEO 보수 산정 기준이 되는 재무적·비재무적 성적표와 주가 현황을 분석했다.
자사주 매입은 CEO의 책임경영 의지를 표방하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꼽힌다. 회사 주가에 CEO에 대한 보상 또는 책임을 연동시켜 대리인 문제를 어느정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보여주기식 매입일 뿐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사진)은 회장 취임 후 자사주를 매입하지 않은 유일한 4대 금융 CEO다. 하나은행장과 지주 부회장으로 재직할 때 매입한 자사주가 전부다. 주가가 부진하거나 영전으로 책임이 커질 때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책임경영 의지를 표방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함 회장은 회장 재임 기간 자사주 매입 없이도 주가를 성공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KB금융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4대 금융 평균 상승률도 훌쩍 뛰어 넘었다. 자사주 매입보단 주가 관리 결과로 책임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 4년 전이 마지막…타 금융지주와 다른 관점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함 회장은 자사주 1만132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8일 종가 기준 평가액은 6억1400만원이다.

함 회장의 자사주 매입이 처음으로 공시된 건 하나은행장 취임 이후인 2016년 3월로 5623주를 매입했다. 2017년 12월에는 우리사주조합 조합원계정 주식을 제외하는 과정에서 5132주로 공시됐다. 지주 부회장 시절인 2020년 3월 5000주를 추가 매입해 1만132주가 됐다.


2022년 3월 회장에 취임한 이후로는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이 없었다. 회장 취임 후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는 차원에서 자사주를 매입하는 금융권 관행과 차이가 있다.

하나금융을 제외한 4대 금융 CEO 자사주 현황을 보면 취임 후 일제히 매입이 이뤄졌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지난 3월 19일 단가 7만7000원에 5000주를 매입했다. 당시 평가액 기준 3억8500만원이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해 6월 은행장 시절 매입한 자사주에 더해 5000주를 더 샀다. 취득 단가 3만4350원으로 1억7175만원을 들였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해 9월 1억1880만원으로 1만주를 매입했다.

하나금융이 자사주에 대해 타 금융지주와 다른 관점을 갖고 있는 게 함 회장의 자사주 매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은 KB금융, 신한금융에 비해 비교적 늦게 자사주 매입·소각 정책을 도입했다. 매입·소각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자사주 정책에 비해 배당 성향 강화를 우선시하는 주주환원 정책이 경영진 자사주 매입 기조와 무관치 않다.


◇회장 재임 기간 주가 등락률, 4대 금융 평균 '8%포인트' 아웃퍼폼

함 회장은 자사주 매입 없이도 임기 중 주가를 준수하게 관리하고 있다. 함 회장 취임 전날인 2022년 3월 28일 하나금융지주 종가는 4만9250원이다. 지난 8일 종가는 6만600원으로 재임 기간 23% 상승했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27%, 신한지주는 15.1% 상승했고 우리금융지주는 4.9% 하락했다. 하나금융이 리딩금융 경쟁을 벌이는 KB금융에 이은 2위다. 또 이 기간 평균 등락률 15%보다 8%포인트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함 회장 체제에서 보통주자본(CET1)비율에 연동된 구체적인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하고 배당 성향 강화 기조를 이어간 게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배당 성향을 강화하고 전체 배당 금액을 늘려가는 하나금융의 전통적 주주환원 원칙을 지켰다는 평이다.

함 회장은 직접 기업금융 영업 선두에 서 대출 자산과 성장성을 높이는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했다. 이는 위험가중자산(RWA) 증가와 자본비율 하락을 초래해 주주환원 여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함 회장은 순이익을 비롯한 본인의 주요 성과 평가지표를 충족하는 데 치우치지 않고 주주환원에 자본 여력을 적절히 배분하면서 균형을 맞췄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